수능, 대입, 교육 그리고, 수학
얼마전에 정부가 발표한 대입/수능 발표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기사들을 접할 수 있었다.
[머니투데이][2018.7.28] '뿔'난 과학기술계, 2022학년도 대입 수학·과학 축소에 '발끈'
[중앙일보][2018.7.25] 2022년 수능 축소 논쟁에 과학기술계도 가세.."기초과학 저하 우려"
[JTBC뉴슈] 교육부, 2022 수능서 수학·과학 범위 축소…엇갈린 시선
이와 관련하여, 최근에 페북친구 된 분께서 다음과 같은 의견을 주시기도 하셨다.
난 이 글을 적은 페친 분의 의견도 동의를 한다. 하지만, 원래 기사에서 모 교수가 언급한, "우리(교육부)는 범위를 줄이기만 한다"에 대한 의견에도 동의 한다. 매년 수능 범위가 정해질 때면, 수학/물리의 범위나 난이도에 대해서 대학(학계)와 당사자(학생)사이에 첨예한 대립이 있어왔는데, 갈수록 이러한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는 학생에게 있는 것도 아니요, 학계에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문제가 생기는 근본적인 원인은 사실 상 따로 있고, 나는 그(부류)를 "볼드모트"라 칭한다. 어쨋든, 이번에 연재를 이어갈 글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들에 대한 답변들을 하고자 함이다.
1. 과연 한국 수학(혹은 수능)의 범위는 타당한가?
2. 대한민국 수학 교육과정은 잘 되어 있는가?
3. 기하와 벡터가 어려운 이유
4. 한국수학(혹은 수능 수학)이 어려운 이유
5. 대한민국 수학 교육이 가지는 근본적인 문제는?
6. 그래서, "볼드모트"는 누구인가?
7. 각자의 입장(교육부, 학원, 대학, 학부모, 학생)에 따른 대입전략
이 연재가 얼만큼 진행 될 지는 모르겠지만, 위의 질문들의 대답을 다 할때까지 이 글을 이어가보도록 하겠다. 이런 이야기들이 얼마나 여러분들의 관심을 끌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범위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이 필요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기준에 맞추기 위해 외국의 교과과정과 비교해본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우선, 고3을 졸업할 때, 한국학생들이 가져야할 적정한 수학의 수준은
초6+중3+고3 (12년)동안 배워야할 범위
라고 할수 있겠다. 그리고, 이러한 범위는 전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진 미국계 학제인 K-12과정, 영국계 학제인 Y13과정을 주축으로 국가에 맞게 변형(즉, 국가별로 역사, 문학등이 포함)이 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물론, 필자가 많이 접한 학제를 중심으로 설명을 하는 것이기도 하다. 참고로, 프랑스나 독일 및 북 부유럽에서의 수학과정은 필자가 정확하게 알지 못하니, 논외로 하도록 하겠다. 그래도, 미국이나 영국의 학제가 가장 많이 알려져 있기에 우라나라의 교과과정을 비교해 보는데는 크게 무리가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은 미국계 학제인 K-12를 기반으로 한다 (물론, 중간에 일본이 K-12먼저 수용했고, 한국이 이를 따르는 형국이긴 하지만). 수학 또한 마찬가지로 K-12를 따른다. 그래서, 초/중/고때 배우는 거의 대부분의 수학은 K-12과정과 동일하게 대수학(Algebra)을 근간으로 이후 대학 진학이나 진로등에 따라 Calclus의 내용을 포함(Pre-Calculus)하게 된다. Algebra(대수학)에 포함되는 내용(범위)은 수(Number Theory), 기하(Geometry), 해석학(Analysis)의 내용들이 포함되고, Calculus에서는 미/적분등을 포함한다. 그리고, 배우는 단계에 따라, Algebra는 Pre-Algebra와 (그냥) Algebra로 나뉘고, Calculus 또한 Algebra와 유사하게 Pre-Calculus와 (그냥) Calculus로 나눈다. 대학교 1학년생이 배우는 수학 수준(통상 "대학수학"으로 명명된)이 바로 Calculus이다. 이를 바탕으로 고3까지 배우는 수학 과정을 정리해 보면,
. Pre-Algebra: ~K11/K12(US), ~Y9/Y11(UK; GCSE), ~중3/고1(한국)
. Algebra: ~K12/AP(US), ~Y12/Y13(UK), ~고1/고2 (한국)
. Pre-calculus: SAT-Subject/AP(US), A-Level/IB (UK), ~고2/고3 (한국)
정도가 되고, Alegbra의 일부 내용과 Pre-calculus에서 다루는 내용들이 Higher Level로 이/공계로 진학할 학생들에게 필수로 이수할 것을 권고한다. 동네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학을 지원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학 수준(즉, 고등학교를 졸업한 최소의 수준)은 Pre-Algebra를 마친 수준(미국 대학들) 내지는 Algebra를 마친 수준이다. 사실, Pre-algebra는 Algebra와 배우는 범위는 거의 동일하다. 다만, 좀더 깊고 복잡한 것을 다룬다. 당연히 난이도도 올라간다. (이점은 Pre-Calculus와 Calculus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실제로 미국 대부분의 대학에서 요구하는 수학의 최소 수준은 Algebra를 마친 수준이다. 여기서, 최소 수준이라 함은 Algebra를 이수하지 않으면, Calculus를 바로 수강할 수가 없다. 따라서, 고등학교 때 Higher Level를 이수하지 않고 입학한 신입생들을 위해 Algebra 수업을 개강하며 이를 이수 해야지만 대학수학(Calculus)를 수강할 수 있도록 해 놓은 경우가 많다. 미국 대학 입학 규정은 한국이나 유럽보다 훨씬 더 합리적인 편인데, 이공계를 전공한다고 해서 굳이 Higher Level의 수학을 이수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Pre-Algebra 수준의 수학만 이수했더라도, 고급 수학을 필요로 하는 전공으로 진학이 가능하다. 하지만, 진학이 가능하다고 해서 필요한 수학을 건너 뛸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필요한 만큼의 수학을 수강하거나 증명(시험 성적등)을 해야지만 한다. 또한, 위와는 반대의 경우로 고등학교 AP로 Pre-Caculus를 수강(Pass)했을 경우에는 Calculus과목을 Wavie해주기도 한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 그래서, Pre-Algebra의 범위가 어디까지라는 거냐? 내지는 Algebra의 범위가 어디까지라는 거냐?에 대한 의문을 가지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위에 언급했듯이,
중3/고1초반까지 대한민국 수학 교과 과정에 있는 내용이 바로 Pre-Algebra
에 해당 한다. 따라서, 미국에서 K-12(공립)를 기준으로 봤을 때는 한국이 배우는 수학의 범위가 미국보다 훨씬 많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수능에 해당하는 미국의 SAT에 출제되는 수학의 수준은 Pre-Algebra의 범위에서 나온다. 영국 학제를 기준으로 했을 때도 통상적으로 배워야할 수학의 범위는 한국이 영국보다 많다. 이렇게만 봤을 때는 정부나 교육부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한국 수학(고3)범위가 다른 국가보다 더 많다"라고 할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대입"이라는 인자를 포함 할 경우 이야기는 달라진다. 즉, 고3과정을 마치면서, 최소한으로 배워야할 범위와 대학 입시의 "변별력"을 위한 범위가 달라지는 것이다. 물론, 대학 입학시 전공을 어느 분야로 하느야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이공계를 지원 할 경우, SAT-Subject의 수학의 성적을, IB나 A-Level의 수학성적을 요구한다 (물론, 해당 과목의 성적이 없어도 지원은 가능하다. 합격 가능성이 적어질뿐). 그리고 이러한 경우에 고3수준에서 배워야할 수학의 범위는 대한민국의 자연계 학생들이 배우는 수학범위(공통수학, 수학I, 수학II)와 거의 일치 한다. 다시 말해, 현재 배우는
대한민국 고3까지의 수학의 범위는 절대로 과하지가 않다.
대학 입시에서의 "변별력"을 전제로 한다면 말이다. 그렇다면, 혹자는 이야기할 것이다. 비 이공계 전공자들에게는 범위가 과한 것이 아니냐고 말이다. 이 부분은 어느정도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관점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대학공부를 위해 필요한 수준의 수학(즉, 대입을 위한 수학)은 이공계냐 아니냐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 과를 전공하느냐에 따라 결정이 된다. 예를 들어, IB과정의 수학의 경우, 문학을 전공하는 이들에게는 요구하지 않지만, 경제(Economics)를 하는 경우에는 요구한다. 이럴 경우, 당연히 (Pre-)Caculus에 해당하는 미분, 적분등 지금 고3이 배우는 과정들이 당연히 포함된다. 또 하나, 위에 기사에서 학생들이 어려워한다고 논란이 되었던, 기하나 벡터는 사실상 Algebra(혹은 Pre-Algebra)에 해당된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기하나 벡터는 이공계 전공을 하지 않더라도 고3을 마치면 기본적으로 알아야할 범위에 해당한다는 거다.
필자가 수학 전공자는 아니지만, 어찌하다 보니 한국의 초등학교(2000년대 후반) 수학 교과과정과 영국의 수학과정(GCSE, IB/A-Level)를 알아볼 기회가 있었고, 개인적으로 유학을 준비하던 시절(1990년대 후반)에 미국의 수학과정에 대해서 알아 볼 기회도 있었다. 비록, 학력고사 세대이긴 하지만 한국에서 고3까지의 과정을 충실히 마쳤기에 한국 수학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알고 있다 하겠다. 이러한 분석내용을 듣기에 앞서, 여러분들이 한가지 알아야 할 점이 있는데, 그 중 한가지는
1. 초/중/고 12년동안 배우는 수학의 "범위"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점이고, 또한가지는
2. 교수법(가르치는 법)과 시험유형은 많이 바뀌었다는 점일 것이다.
가끔 주위에서 아이들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학원이나 강사에게 별도로 수학과외를 시키는 경우를 보는데, 이때 이유를 물어보면, "(초등) 공교육을 믿을수 없어서"라고 하는데, 이는 최근 초등학교 수학 교과과정을 제대로 보지 않아서 일 것이다. 초등학교 수학(6년 과정)의 경우를 보자.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배워야할 범위는 내가 배우던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수, 사칙연산, 도형, 히스토그램 정도가 초등학교 6년동안 배울 수학의 범위 이다. 이는 내가 수학을 배웠던 1980년에도 그랫고,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교수법(가르치는 법)에 있어서는 정말 장족의 발전을 이루었다. 특히,
우리나라 수학 국정교과서는 전 세계 최고
라고 장담할 수 있다 (참고로, 나는 싱가포르의 교과과정, 호주의 교과과정, 미국의 교과과정, 영국의 교과과정을 분석 할 기회가 있었다. 물론, 수학, 물리등) 그리고, 이러한 교과과정의 이해는 특정 학년의 수학 교과서를 봐서는 알 수 없고, 6년과정 전체를 봐야지만 이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교과서를 만드는데 참여한 교수님들과 현직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한국의 수학교과서는 말그대로 "교과서만" 공부하면 된다. 즉, 다른 부교재가 필요 없이 전과정(6년)을 따라 가면, 높은 수준의 수학 능력을 가질수 있도록 설계가 되어있다. 단, 순서에 맞게 "차근차근" 따라가면 말이다.
우선, 한국 초등학교 수학교과서는 보교재가 필요가 없다. 수학교과서(학기당 2권: 수학+수학익힘)만 있으면, 별다른 보교재 없이 교과과정을 "실습"해볼 수가 있다. 소위 말하는 "놀이"가 접목된 학습이 가능하도록 말이다. 초등학교때부터 단순암기식으로 수학을 배웠던 필자의 세대(1980년대 초반)와 비교 해보면, 정말 놀랄만한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정말로 교과서만 따라가면, 수학을 아주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구성으로 짜여 있다.
두번째는, 예전의 수학 교수법이 "종(Vertical)적인 방식"이었다면, 2000년대의 수학교수법은 "횡적인 (Horizental 혹은 Layered)방식"이다. 쉽게 예를 들어보겠다. 예를 들어, 수와 사칙연산을 배운다고 하자. 예전에는 수를 배울 때는 한자리수, 두자리수, 세자리수 등을 먼저 배우고, 덧샘도 한자리 수 덧셈 부터 세자리 덧셈까지를 배우고, 한자리 수 곱셈(구구단)을 하고, 두자리수 한자리/두자리 곱셈을 배우고, 나눗셈을 배우는 식이었다. 즉, 정해진 주제에 대한 것을 끝내고 그 다음을 넘어가는 식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이후 과정을 보면, 수를 2자리수(99)까지 배우고, 덧셈(한자리+한자리) 배우고, 곱셉(한자리x한자리) 배우고, 보다 더 큰 수를 배우고, 덧셈(이번엔 두자리+두자리)을 배우고, 곱셈(두자리 한자리)을 배우고, 그러면서 나눗셈이 추가되고, 더큰 자리수 덧셈 배우고, 더 큰자리 곱셈 배우고, 더 큰자리 나눗셈 배우고... 이런식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새로운 내용이 추가되었을 때, 그걸 해당 학년에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학년이 올라가면서 좀더 심도있게 배우는 식으로 과정이 구성되어 있다. 도형의 경우는 어떤가? 도형의 넓이를 구하는 것 또한 처음 교과서에 소개 될때는 공식(삼각혁 넓이, 사각형 넓이)같은 것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곱셈에서 출발 하도록 구성이 되어있다. 그리고, 공식은 그 다음 학년에 관련 내용을 이어 하면서 공식이 소개되는 식이다. 그러니, 교과과정을 순서데로 익혀가면, 초등6년 수준에 필요한 수학을 모두 익힐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교과과정에 가장 큰 복병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선행학습"이다. 교과과정 상 곱셈이 처음 소개 될때는 원리를 중심으로 하고, "덧셈"을 기반으로 한다. (덧셈을 기반으로 한다는 의미는 예를 들어, 5x4를 계산 한다고 했을 때, 5x4=20(구구단)으로 계산 하지 않고, 5개의 돌을 4묶음으로 만들어 총 몇개인지 확인하는 방식을 뜻한다.) 곱셈의 원리를 알기 위해서는 "덧셈"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 당연하다. 물론, 덧셈을 기반으로 하면 시간이 많이 걸리고 생각도 많이 해야 한다. 또한, 구구단을 익히고 나서 부터는 곱셈을 덧셈 기반으로 계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들 알겠지만, 이후에는 구구단을 기반으로 한다). 만약, 이렇게 원리를 배워야할 시기에 배우는 학생이 "구구단"을 알고 있다면, 덧셈을 기반으로 하는 곱셈을 배울 때, 그 시간이 전혀 의미가 없을 것이다. 곱셈의 특성상 덧셈을 기반으로 곱셈의 원리를 가르칠 때는 사용 하는 수가 클 수가 없다 (곱의 결과가 몇 백이 넘어가면, 덧셈으로 하기 힘듬). 그러니 구구단을 익힌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덧셈을 기반으로 한 곱셈의 원리 학습을 할 때는 문제 풀이에 있어서 월등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선행학습의 가장 큰 맹점은 바로,
아이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뺏는다는 점
이다. 다시 말해, 아이들이 구구단을 먼저 알게 되면 더이상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점은 이후에 더 커다란 문제를 가지게 되는데, 이점에 대해서는 이후에 설명을 하도록 하겠다.
반면, 중고등학교 수학은 어떤가? 최근 고등학교 수학교과서를 볼 기회는 없었지만, 수학 참고서를 확인해볼 기회가 있었다. 내가 고등학교 때 사용했던 "수학의 정석"이다. 물론, 범위는 예전가 조금 달라진 것 같긴 하지만 수학정석의 내용 자체는 크게 차이가 없었다. 여전히 수학의 정석이 여전히 고등학생들이 봐야할 수학 참고서인점을 감안하면, 교수법 자체는 크게 차이가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단, 시험문제는 확실히 어려워 졌다. 그리고, 여기서 (수능) 수학문제가 어려워졌다는 것은 "변별력"과 관련이 깊다. 이와 관련한 내용은 나중에 다시 다루도록 하겠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냥 배우는 과정의 범위로 봤을 때는 첫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에서도 언급했듯이,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때 우리나라의 12년 수학과정은 나쁘지 않다는 점이다. 오히려, 내가 접했던 왠만한 나라의 수학교육과정 보다 우리나라의 수학교육 과정이 우수하다 할 수 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