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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May 09. 2024

평양냉면 느낌 슴슴한 짜장면맛집 전주 <왕중왕짜장>


전주역 오가는 길에 '왕중왕짜장'이란 간판을 처음 봤을 때 나는 솔직히 '이건 뭐야, 유치하게시릿!' 하는 생각을 했었다. 주인장 성이 손씨라는 이유로 '손짜장'이라 간판을 해 달았다는 어느 라디오 사연 속 중국요리집만큼이나 무성의하단 느낌조차 들었다. 설마 주인장 성씨가 왕은 아니겠지 싶기도 했다. 만일 정말 왕씨라면 본의 아니게 성희롱(?)을 한 셈이니 죄송하다.


개인적으로 짜장면이란 음식을 아주 매우 많이 좋아하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나는 한 번 가볼 생각조차 안해 왔었는데, 어느날 문득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 얘기 하나가 들려왔다. 이 집이 사실은 3대에 걸쳐 60년을 이어오고 있는, 전주 맛객들 사이에선 나름 알아주는 노포 맛집이라는 거였다.


쉽게 솔깃해지는 얇은 귀를 가진 나는 곧바로 달려갔다. '성공하면 맛집 발견, 실패해도 밥 한 끼 해결'이라는 얄팍한 계산속이었다. 사람 배라는 건 참 정직한 녀석이라서 맛있는 걸 넣어주건 맛없는 걸 넣어주건 적당히 채워주기만 하면 사나운 으르렁거림을 멈추는 법이니까.


그렇게 찾아간 왕중왕짜장에서 내가 선택한 메뉴는 리뷰 등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고 있는 시그니처메뉴 비빔짜장과 찹쌀탕수육이었다. 사진으로만 일견하기에도 그 맛이 궁금해지는 녀석이 비빔짜장이었고, 탕수육은 안 먹어보면 후회한다는 의견들이 많아서였다.




결과적으로 참 좋은 선택이었다. 왕중왕짜장이란 이름을 가진 이 노포 맛집의 정체성을 아주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메뉴들이었기 때문이다. 처음 메뉴판을 봤을 때까지만 해도 대다수 중국집 음식들이 그러하듯이 외견상 대단히 맵고 짠데다가 기름지기까지 한 자극적인 맛일 거라 짐작했지만, 천만뜻밖에도 아주 건강한 맛이었던 까닭이다.


비유컨대 함흥냉면 중에서도 비빔냉면 류의 강렬한 자극을 기대하고 갔는데 평양냉면 류의 슴슴한 맛을 마주한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짜장면 양념과 매운 짬뽕 양념을 섞어놓은 듯한 강렬한 비주얼과는 달리 왕중왕짜장 시그니처메뉴 비빔짜장은 한 입 베어무는 순간 자극적인 느낌은 거의 없고 입과 속이 편안해지는 맛을 선사했다.



대다수 중국요리집에선 큼지막한 덩어리로 튀겨져 나오기 일쑤인 찹쌀탕수육도 먹기 좋게 한입 크기로 튀겨져 나와 이채를 띠었다. 주문과 동시에 튀겨낸 듯 아주 매우 많이 뜨거워서 서빙하는 분이 특별히 주의를 줄 정도였는데, '겉바속촉(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느낌의 바삭하면서도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상대적으로 덜 끈적거리면서 자극적이지 않은 소스맛은 그런 탕수육 풍미를 더해줬다.



급관심이 생겨 나중에 알아보니 이 집은 중국요리집임에도 불구하고 대대로 '건강한 맛'을 지향해오고 있다고 했다. 식재료는 유기농만을 고집하고, 건강한 기름과 천연조미료만을 엄선해 사용하며, 면 등에 사용되는 밀가루 반죽은 반드시 수타만 고집해오고 있다고 한다. 자극적인 맛 일변도로 손님들 혀를 유혹하는 일반 중국요리와는 차별화된 전략이다.


언뜻 그렇게 장사해서 경쟁력이 있겠냐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점심시간 전후엔 대기줄까지 생길 정도요, 그 나머지 시간대에도 꾸준히 손님들이 찾아오는 걸 보면 진심은 통한다는 말이 음식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라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맛있으면서 건강한 짜장면이라는 건 설탕을 뺀 호떡처럼 서로 모순돼서 아무 음식점에서나 맛볼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이 집 이거 사찰음식을 해도 아주 잘 하겠닷!'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오신채, 고기 등을 멀리해야 하는 사찰음식과 중국요리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관계라 할 수 있지만, 왕중왕짜장에 한해선 둘 모두 건강한 맛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으니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 들어서다. 어느 동네엔가는 스님들 전용 짜장면을 파는 곳도 있다고 하니 전혀 불가능한 일만도 아닐 거다.




왕중왕짜장이 손님 입장에서 봤을 때 더더욱 매력적인 건 브레이크타임이 없다는 거다. 요즘 장사 좀 된다는 음식점들 쳐놓고 브레이크타임 없는 곳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기 힘든 게 현실인데, 이곳은 정말 감사하게도 아무 때나 방문해도 맛있는 짜장면을 먹을 수가 있는 거다. 주말이나 휴일이면 늦잠 자느라 아점(아침겸 점심) 또는 점저(점심겸 저녁)로 어중간한 시간에 밥 먹는 습관을 갖고 있는 나 같은 게으름뱅이들에겐 정말 은혜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왕중왕짜장은 매일 오전 10시30분부터 저녁 8시까지 영업하며, 앞서 얘기한 대로 브레이크타임은 없다. 매주 월요일은 정기휴무이며, 음식점 앞에 제법 넓직한 주차장을 구비하고 있어 여유롭게 주차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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