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와이프 2.0> 20150305 에밀리 맷차 作
지금 인스타그램에 #젊줌마 #줌마렐라 #육아스타그램 #요리스타그램 등의 키워드를 검색하면, 육아나 가사 등의 결혼생활과 관련된 엄청난 양의 포스팅을 볼 수 있습니다. 스스로를 '젊줌마'라고 부르는 사람들, 즉 서류상(?)으론 기혼이지만 옛날의 '아줌마'가 아니라 여전히 세련되고 젊은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한 여성들의 이야기입니다.
도메스틱 포르노
독자분이 만약 젊은 여성이라면 아마도 블로그 세계의 기현상인 <도메스틱 포르노>에 대해 들어 보았을 것이다. 놀라지 마시라. 야한 영화 이야기가 아니다. 여성들이 운영하는 요리, 인테리어, 공예에 관한 블로그를 말하는데 그 인기와 훔쳐보는 행위의 중독성이 포르노에 못지 않다.
- <하우스와이프 2.0> p.14
재미있는 현상입니다. 하우스와이프 1.0 시대에 가사 노동의 가치는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귀찮고 가치도 없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 따라서 각종 가전제품의 발명은 여성을 가사노동에서 '해방'시켰다고 표현됩니다.
그런데 하우스와이프 2.0시대에 가족 중심적이고 DIY 라이프 스타일을 지향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가사노동은 여성들이 자아를 실현하는 새로운 영역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소비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삶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사회의 중심축이 기업과 직장 위주의 문화에서 점차 환경에 대한 자각을 갖고, 가족 중심적이며, DIY 라이프 스타일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뜻이며, 이는 종래에 미국인의 문화적 정치적인 근본 배경을 움직여 놓을 수도 있는 대변혁이다. 이러한 변화는 한편으로는 대공항 이후 최악이라 불리는 장기적인 불황 때문에, 다른 한편으로는 더 이상 소비 지향적인 삶이 어려워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순수하게 그런 소비 위주의 삶에 싫증 난 젊은이들, 아메리칸 드림이 결국은 독소 가득하고 환경이나 파괴시키는 악몽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이들이 소비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삶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 <하우스와이프 2.0> p.28
자기 소외에 지친 사람들이 다시 가정으로 회귀하고 있는 것
대량생산과 공장화의 시대에, 산업은 점점 전문화되고 분화됩니다. 아주 먼 옛날, 먹고 자고 입는 모든 것을 스스로의 손으로 해결하기 위해 '중노동'에 시달리던 사람들은, 이제 대부분 먹고 자고 입는 것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일을 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그리고 이것은 나의 삶에서 나 자신이 '소외'되는 현상으로 이어집니다. 자기 소외에 지친 사람들이 다시 가정으로 회귀하고 있는 것입니다.
새롭게 가정으로 돌아온 여성들은 가정 안에 고립되거나, 밀려드는 가사 노동에 짓눌려 있지만은 않습니다. 그들은 인터넷에 가상의 공동체를 형성하고, 서로 격려하고 북돋으며 자랑하고 부러워합니다. 이러한 인터넷 공간에서도 오피니언 리더가 생겨나고, 이들은 다른 이들의 상품 구매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때로는 거금을 받고 특정 상품을 사용하는 모습을 아름답게 포장해서 포스팅하기도 합니다.
유투브에서 <뜨개질>을 검색하면 결과가 대략 2만5천 개 정도 나올 것이다.(중략) 진정한 새로운 가정의 시대란 이런 것 아닐까? 자신이 가진 기술을 전수하고, 관심이 비슷한 다른 이들과 소통하며, 잊고 있던 전통을 되살리고, 우리 두 손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
그렇다. 나는 아마도 하루에 열 시간 정도 근무를 하고, 비디오를 틀어 놓은 채 포장해 온 타이 음식을 먹으며 새벽 2시까지 뜨개질을 하고 있을 것 같다. 이런 점에서 옛 시절의 가정과 새로운 시대의 가정은 다르지 않은가?
- <하우스와이프 2.0> p. 378
한편으로 <하우스와이프 2.0>의 저자는 이러한 현상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갈수록 팍팍해지는 직장 생활에 치인 이들이, 가정은 무조건 행복하고 아름답기만 할 것이라는 환상으로 일종의 도피를 한다는 것입니다.
DIY라는 시대 정신은 이미 경제 상황이 일보 후퇴했던 2008년에 이미 조성되고 있었다. 하지만 깊어진 경기 침체는 이런 활동에 목적의식을 불어넣어 주었다. 대공황이 여성들의 가사일에 특권을 부여해 주었던 것처럼, 장기 불황은 영웅적인 가정주부들을 새로이 배출했다. 새로이 등장한 영웅적인 가정주부들은 현 상황의 대폭 줄어든 구직 기회와, 갈수록 열악해지는 근무 환경, 가정과 직장 일의 불균형 등을 감당할 수가 없어 이미 직장 생활에 대한 의욕이 점점 떨어진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정일이 더욱 아름답고 환상적으로 보이는 것이다.
- <하우스와이프 2.0> p.80
어려서부터 늘 하고 싶었던 <초원의 집> 놀이인 거라고요!
「사람들은 직장과 외부 세상에서 배신감을 느끼고 소외감을 느낄 때, 가장 가까운 주변 환경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어요.」 『빵은 만들고, 버터는 사세요.』라는 책의 저자 제니퍼 리즈는 말한다. 그녀의 책은 요리책이지만 모든 집안일을 지나치게 다 해내려는 집착이 얼마나 부조리한지 경고하고 있다. 「그거 약간 목가풍의 낭만일 뿐이에요. 어려서부터 늘 하고 싶었던 <초원의 집> 놀이인 거라고요!」
- <하우스와이프 2.0> p. 315
둘째는 지나치게 과장되고 아름다운 면만을 부각시키는 SNS를 보며, 현실과 허구를 구분하기 힘들어지고, 보통의 여성들도 SNS에 등장하는 것만큼 완벽하고 아름답게 가정을 꾸려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홍보용 사진이 일상생활인 듯 게시되어 있으면 많은 독자들은 실제 현실과 허구 사이의 경계를 구분하기가 힘들어진다. 그리고 우리가 반 전문가 수준의 블로거의 생활과 우리의 현실을 비교하는 순간, 우리는 피할 길 없이 자기 비하에 빠지기 쉽다.
- <하우스와이프 2.0> p. 113
반대편에 있는 여성들의 고충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것
마지막으로, '직장이 아니어도 여성들이 가정에서 행복하게 자아를 실현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자칫하면 직장에서의 남녀평등, 일가정 양립정책 등 좀 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의 논의를 막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본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본인의 선택으로 가정으로 회귀하는 것은 그 나름대로 의미있는 일이겠으나, 그렇다고 해서 반대편에 있는 여성들의 고충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사회적인 성공보다는 삶의 보람이나 자아실현을, 사물보다는 사람 사이의 관계를, 돈보다는 소중한 사람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우선시하는 사고방식은 무척 매력적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들이 여성과 직장일, 남녀평등과 같이 더 심각하고 현실적인 문제는 쉽게 지나치고 그저 자신의 생활을 예쁘게 포장하는 건 아닐까 궁금해진다.
- <하우스와이프 2.0> p.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