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와 디테일은 자소서를 완성시킨다
에필로그에서 인문학 자소서에 대해 정의를 내렸다. 일의 관점에서 나를 보여주는 글. 이런 글을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사전에 정리가 필요하다. '내가 한 일들에 대한 경험'을 먼저 정리해야 한다.
대부분 자소서를 쓸 때, 이력서를 쓰면서 본인의 경험이 의도치(?!) 않게 정리된다. 그래서 이력서는 자신의 지금까지의 경험을 가장 잘 정리해주는 도구라 생각한다. 기간별로 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 그리고 어느 곳에서 했는지, 어떻게 했는지, 왜 했는지에 대해 작성하면서 정리되니까. 나도 취업을 준비하며 인생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고, 심지어 나도 모르는 나의 인생 방향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아마 많은 분들이 공감할 것이다.
그래서 경험 정리 방법으로 제안하는 것은 '6 Facts 이력서' 다. 들어 본 적 있는가? 있다면 그 사람은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내가 얼마 전에 만든 것이니. 여기서 6 Facts는 육하원칙인 '누가/언제/어디서/무엇을/어떻게/왜' 중에서 누가는 본인임이 틀림없으니 '누가' 대신 '결과'로 바꾼 것이다. 그에 맞게 작성하면'6 Facts 이력서'가 된다.
6 Facts = 언제/어디서/무엇을/어떻게/왜/결과
이때 반드시 숫자를 포함해야 한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자세한 내용은 뒤에서 또 얘기할 거라, 작성 방법에 대해 얘기해보자. 작성 방법을 말하면 좀 더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먼저 했던 일들을 시간 순서로 리스트를 만든다. 그 각 사건 별로 6 Facts를 작성한다. 이때 작성 기준은 내가 그 경험을 했다는 사실을 '누구나 이해하고 동감할 만한 근거'여야 한다.
[언제/어디서/무엇을]
2010년 4월 1일~ 2011년 4월 1일까지 12개월간 슈퍼마켓 샴푸 판매 알바
[어떻게]
내가 일을 하면서 고객을 대상으로 했던 말이나 업무 방식 중 일을 해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
"고객님 진주로 머리 감으세요"
"전표 처리시 3건의 증빙이 필요한데 1건으로 줄이기 위해 세무사를 방문했다."
[왜]
내가 일을 하게 된 솔직하고 진실한 사실
"알바를 찾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했다."
"면접 보러 갔는데 분위기가 좋아서 선택했다"
[결과]
일하면서 나온 결과나 실적
"매월 300 Set를 판매하고 일 매출 900만 원을 올렸다."
일을 하면서 누군가에게 칭찬이나 인정받았던 것들
"같이 근무한 팀장과 부서장의 추천서를 3장 받았다."
"판매 우수상을 받았고 그 상은 연 매출 1억 이상인 사람에게 수여된다."
여기서 Tip. 칭찬이나 인정받았던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 것들을 정량적이고 눈에 보이는, 누구나 이해할 만한 자료로 변환해야 한다. 추천서가 가장 좋다. 개인 가게에서 알바를 한 경우, 회사에서 인턴을 했을 때, 마칠 때 어렵더라도 해당 가게 점장이나 사장에게 연락해 추천서를 작성해달라고 요청하자. 추천서식은 온라인에 많다. 자신에 맞게 작성해 드리고 추천해줄 것을 요구하자. 당연히 본인이 일을 제대로 못했다면 그런 요구는 힘들 거다. 본인이 일만 제대로 했다면, 그것이 떳떳하다면 당당히 요구하면 된다.
혹시 이미 끝난 지 오래되었더라도, 다시 찾아가 요청하면 된다. 나도 그렇게 해, 추천서를 9장을 받았고 자소서에 작성했다.
6 Facts 이력서 작성 시에 숫자와 디테일을 넣는 게 중요한 포인트다. 누구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으려면 숫자와 디테일이 필수다.
생각해보자. 내가 츄러스 가게에서 일하며 고객들에게 아름다운 미소로 츄러스 커피세트를 많이 팔아 판매가 오르고 사장이 칭찬을 했다 한들, 자소서에 그렇게 쓴다면 믿기 어렵다.
왜냐하면 츄러스라는 단어를 맥주로 바꿔도, 컵케익으로 바꿔도 이상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아래와 같이 쓴다면 좀 더 믿음이 가질 않겠는가?
"오늘의 츄러스는 도우 반죽을 3번 돌린 맛있는 츄러스입니다. 커피는 자메이카산 커피라 너무 맛있어요"
"하루에 츄러스와 커피세트를 30개를 팔아서 매출을 300만 원 올렸다."
"알바 사장의 추천서 1장과 감사장을 받았다."
그리고 [왜]에서 이런 질문을 더러 받는다.
'너무 솔직하게 쓰면 그걸 자소서에 그대로 쓸 수 있는 건가요?'
'너무 솔직하잖아요... 이유 없이 그냥 막 했다고 적으면 회사에서 싫어할 것 같은데...'
맞다. 틀린 게 아니다. 하지만 누가 편의점 알바를 하면서 상품의 분석과 매장의 입지와 판매 상관관계를 분석하려고 할 것인가? 오히려 돈을 벌기 위해 알바의 경험을 넓히기 위해 한 것이겠지. 가슴에 손을 얹고 본인이 정말 그 일을 한 이유가 있다면 솔직하게 쓰시라. 내가 왜를 넣은 이유가, 하나는 왜를 작성하면서 스스로 왜 일을 했는지 돌아보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효과가 있고, 다른 하나는 면접이든 자소서든 거짓 없이 사실을 말하는 습관을 기르기 위함이다.
대부분의 취준생들이 급한 마음에 선의의 거짓말을 하거나 소위 말하는 뻥튀기를 하고자 하는 유혹에 휩싸인다. 사실 나도 그런 유혹에 빠져 허우적 대던 적이 있었다. 입사하고 보니, 면접관이나 자소서 심사위원 입장에서 보면 다 보인다. 다들 5년~10년 이상 사회생활을 겪었으며, 회사에서 나름 인정받는 분들이 그 자리에 있다. 그런 사람들은 보통 합리적이고 분석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또한 사람들의 일반적인 심리에 대해서도 잘 안다. 정말 아주 정교한 뻥튀기는 알기 어려울 수 있으나, 웬만한 건 본능적으로 안다. 그러니 왜 그 일을 시작했는지에 대해 부담을 가지기 보다는, 그 일을 통해 어떤 과정과 결과, 인사이트를 얻었는지에 대해 부담을 가지는 게 더 중요하다. [왜] 영역은 거짓을 덜어내는 부분이라 생각하고 작성하자.
6 Facts 이력서를 한 번 꼭 써보시라.
그럼 자신이 지금껏 겪은 일에 대해 정리가 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 어떻게 보완해야 할지 알게 될 것이다.
인문학 자소서의 시작은 6 Facts 이력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