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자소서 vol. 03
직장인 김씨입니다.
주변 사람들을 첨삭해주다 보니 칼럼을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한 건데, 벌써 3번째 이야기를 쓰게 되었네요. 사실 1,2편은 자소서의 근본 원리를 다루다 보니 좀 딱딱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번부터는 취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이야기하듯 편하게 쓰려고요. 자소서 쓰는 것도 힘든데 얘기라도 편하게 쓰면 잘 전달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제 캐릭터가 편하고 재미있는 걸 추구하는 편이라 이게 저에게도 잘 맞고요. 여하튼 서론이 길었는데, 결국 까불더라도 좀 이해해달라는 걸로 정리하죠.
제가 얼마 전에 제 블로그에서 무료 자소서 첨삭을 요청한 분에게 했던 얘기인데, 엄청나게 공감해하시며, 스벅 커피 쿠폰까지 주셨던 Tip입니다.
그 일을 해 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쓰자.
여러분 우리가 직접 보지 않고 물건을 살 때 가장 먼저 보는 게 후기죠?
소비자가 후기를 보는 이유, 그리고 판매자가 후기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뭘까요?
그건 바로 '신뢰'입니다.
아무래도 얼굴을 못 보고 사는 거니 다른 어떤 것 보다 신뢰가 가장 중요합니다.
마찬가지로 얼굴을 보지 않고 자소서로 사람을 판단해야 하는데,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죠?
근데 말이죠, 우리가 자소서를 쓸 때 자신이 경험한 일을 쓸 때
글자 수에 압박을 받아서 그런지,
아님 남의 자소서를 참고해서 써서 그런지,
그것도 아니면 뭔가 제대로 경험을 못해서 그런지,
내용이 너무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이야기만 늘어놓습니다.
예시 2개를 한 번 보죠. (이건 제가 첨삭을 요청받은 자소서를 기반으로 살짝 수정했습니다.)
[예시 1]
학습한 이론을 토대로 학교의 지원금을 받아 직접 브랜드를 론칭한 경험이 있습니다. 시장조사를 통해 사업기회를 분석해 마케팅 전략을 짜고 , 출시까지 전 프로세스를 경험했습니다. 해당 경험을 통해 시장조사와 마케팅 전략에 대한 실무역량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
[예시 2]
유니클로, 루이뷔통 등의 의류 브랜드 마케터 활동을 통해 각종 브랜드들의 콘셉트와 판매/홍보전략에 대해서 알 수 있었고, 빈폴 소비자 모니터요원 활동을 거쳐 브랜드를 향한 소비자들의 반응과 품평을 분석할 수 있었습니다.
좀 아쉽죠? 말 안 해도 대충 느낌이 오시리라 생각합니다.
본인이 쓴 글을 아래와 같이 검증해보시고, 만약 하나라도 거기에 속한다면 문제가 있는 겁니다.
1. 일하지 않은 사람도 쓸 수 있을 것 같은 내용
[예시 1]을 보면, 진짜 브랜드를 론칭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시장조사를 통해 마케팅 전략은 짰다는 정도는 쓸 수 있지 않겠습니까?
2. 주요 이름만 바꿔도 그대로 쓸 수 있을 것 같은 내용
[예시 2]에서 의류 브랜드 이름을 유니클로, 루이뷔통, 빈폴에서 에르메스, 구찌, 프라다로 바꿔도 뒤 내용은 그대로 쓸 수 있지요.
저는 이런 경우, 신뢰감이 없는 자소서 생각해요.
타짜에서 보던 밑장 빼기 구라는 아닌데, 실제로 경험했다고 느껴지지 않는 거죠.
그러니 이런 자소서는 검토자들에게는 전혀 어필되지도 않고, 더 읽어보고 싶지 않죠.
왜냐하면 이런 이야기들이 수도 없이 쌓여 마치 베낀 것처럼 느껴질 테니까요.
그럼 어떻게 바꾸면 좋을까요?
오류 검증 방식을 역으로 사용하면 되겠지요.
1. 일하는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용어, 수치, 내용을 담자.
2. 해당 업무에서 경험한 내용을 디테일하게 작성하자.
그래서 해당 내용을 적용해보면, 아래와 같을 거예요.
[예시 1 - 개선]
저는 학교 지원금을 받아 브랜드를 론칭했습니다. 해당 품목의 시장조사를 해보니, 모두 맛을 중심으로 상품이 구성되어 있고, 원재료를 어필한 상품이 없더군요. 그래서 원재료를 사업의 기회로 판단, 유사한 사례를 일본에서 찾았습니다. 그것을 벤치마킹해 유기농 원료 상품으로 마케팅 전략을 짰고, '청정 000'이라는 이름으로 출시까지 경험했습니다.
[예시 2 - 개선]
유니클로 의류 브랜드 마케터로 활동하며, 유니클로의 컨셉이 질 좋은 상품을 적정한 가격에 만나다라는 것을 알았고, 그에 맞춰 심플함을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빈폴에서는 소비자 모니터 요원 활동을 통해 브랜드에 기대하는 바가 남성은 0000이며, 여성은 0000이었습니다. 이걸 통해 빈폴이 소구 하고자 하는 부분과 실제 고객의 반응 차이를 느낄 수 있었고, 특히 여성이 편차가 커 여성에게는 빈폴의 000한 부분을 어필하는 게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뭔가 일을 제대로 한 것 같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그래서 작성할 때 용어, 수치, 내용을 다루게 되면 확실히 경험을 해본 사람이구나라는 느낌이 납니다.
이게 바로 신뢰감이 있는 자소서이며, 일을 해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잠깐. 쓰기 힘들어하는 친구들을 위한 질문!!
1. 글자 수 제한이 있어서 다 구체적으로 쓰긴 어려워요.
- 한 번에 여러 개를 담지 마시고요, 하나의 질문에 하나의 경험만 담으시면 충분합니다.
- 그렇게 했는데도 부족하시면, 부사 같은 것들은 다 삭제하시고, 시장 현황이나 기본적인 내용은 모두 생략하셔도 됩니다.
2. 그렇게 까지 디테일하게 말할 게 없어요.
- 일하던 당시 경험을 머릿속으로 다시 한 번 돌려 보고요, 업무 관련 내용을 찬찬히 정리해보세요.
- 그래도 안 나오면... 흠, 솔직히 말하면 본인이 제대로 그 일을 통해 배운 게 없을 가능성이 높고요, 그러니 좀 더 경험하시길 권해드립니다.
쓰실 때 조금 도움이 되실 것 같나요?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길 기대하며, 이번 편은 여기서 마칠게요~
취준생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공감하신다면 댓글이나 공감하기 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