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헤라까지 나를 타고 가세요!"
[7.27 일요일 / 걸은지 10일째]
나헤라 입구, 어느 공장 담벼락에는 스페인어로 된 시가 한편 적혀 있다.
'에우헤니오 가리바이 바뇨스' 라는 신부의 '산티아고로 가는 순례자' 라는 시다.
(바뇨스라는 어감은 좀.. 화장실이라는 뜻 같은데)
어쨌든 이 신부님의 시는 1987년 9월 산토도밍고 데 라 깔사다의 문학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는데..
나헤라를 지날때는 몰랐는데 까미노를 마친 뒤 다시 읽어보니 무척 와닿는다.
아직 까미노 준비중인 사람들이라면 미리 읽어보고 가면 더 와닿을 것 같다.
원문은 이렇다. 옆 담벼락에는 독일어로도 쓰여있다.
스페인어를 공부하신 분이라면 좀 더 시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Peregrinos A Santiago : Eugenio Garibay Baños
Polvo, barro, sol y lluvia 먼지와 진흙과 태양과 비
es Camino de Santiago.산티아고 가는 길
Millares de peregrinos 수 많은 순례자들과
y más de un millar de años. 더 오랜 세월 동안
Peregrino ¿Quién te llama? 순례자여, 누가 널 불렀는가?
¿Qué fuerza oculta te atrae? 어떤 숨겨진 힘이 널 데려왔는가?
- Ni el campo de las Estrellas 별들의 들판도,
ni las grandes catedrales. 웅장한 대성당들도 아니다.
No es la bravura Navarra, 나바라의 용사도,
ni el vino de los riojanos 리오하의 와인도,
ni los mariscos gallegos, 갈리시아의 해산물도,
ni los campos castellanos. 까스티야의 들판도 아니다.
Peregrino ¿Quién te llama? 순례자여, 누가 널 불렀는가?
¿Qué fuerza oculta te atrae? 어떤 숨겨진 힘이 널 데려왔는가?
- Ni las gentes del Camino 길 위의 사람들도,
ni las costumbres rurales. 시골마을의 풍습도,
No es la historia y la cultura, 역사와 문화도,
ni el gallo de la Calzada 깔사다의 수탉도,
ni el palacio de Gaudí, 가우디의 궁전도,
ni el castillo Ponferrada. 폰페라다의 성도 아니다.
Todo lo veo al pasar, 내가 지나며 본 모든 것들,
y es un gozo verlo todo, 볼 수 있어 기뻤지만,
mas la voz que a mí me llama 더 깊은 곳에서
la siento mucho más hondo. 나를 부르는 음성.
La fuerza que a mí me empuja 나를 밀어주는 힘
la fuerza que a mí me atrae, 나를 데려온 힘
no sé explicarla ni yo. 설명할 말조차 모르겠지만.
¡ Sólo El de arriba lo sabe ! 저 위의 그분만은 알고 계시리!
벤또사에서 나헤라까지는 포도밭과 밀밭, 그리고 너덜길과 언덕을 지나게 된다. 도시의 포장된 길과는 다른 한적한 시골길을 걷게 된다.
나헤라 들어서는 길목에는 누군가 버려진 네발 꼬마자전거에 'Ride me to Najera!' 라고 써놓은 것이 보인다. 많은 순례자들이 이 자전거를 타고 조금씩 나헤라로 향했다. 아마도 꽤 먼 길을 굴러왔을 것이고 어쩌면 1년여가 흐른 지금쯤 이 꼬마자전거는 나헤라에 도착했을지도 모르겠다.
나헤라에 도착하면 나헤리야 강(Rio Najerilla) 건너편의 붉은 절벽이 눈에 확 들어오는데 그 산 아래 기적의 동굴 위에 산따마리아 라 레알 수도원이 자리잡고 있다. 들어가서 살펴보고 싶었지만 이 날은 일행이 있으니 통과해야 했다.
붉은 절벽 아래 펼쳐진 나헤라의 구 도심은 무척 아름답고 신비롭다. 그리고 그 이후의 언덕길도 너무 아름다웠다. 길가의 기묘한 바위들과 멀리 아소프라가 보이는 내리막길의 순례자들 조차 아름답다.
▲ 나헤라까지의 길과 ▼ 나헤라
그리고
▼ 나헤라에서 아소프라 가는 길
길은 끝없이 이어지고, 이 날은 시루에냐의 Albergue Virgen de Guadalupe 에 머물렀다.
과달루페의 성모 알베르게에서는 마리아 아저씨가 직접 요리해 주는 콩 요리를 사먹었는데 맛은 별로였다. 신심 깊은 아저씨는 알베르게 다락방에 기도방을 만들어 두었다.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에 괜찮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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