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앞에 있는 삶은 닭도 살아나라지!"
[7.28 월요일 / 걸은지 11일째]
산토도밍고 하면 붉은 지붕의 마을, 그리고 대성당의 닭장이 유명하다.
대성당 안에 닭 두마리가 살고 있는데 그 이유는 이렇다고 한다.
수도사가 되고 싶었던 어느 잘 생긴 청년이 어머니를 모시고 산티아고의 순례길을 걷던 중 이 마을에 묵게 되었다. 모자가 묵던 숙소 주인의 딸이 그 청년을 흠모하게 되어 사랑을 고백하지만 수도사가 되기로 마음먹은 청년은 그 고백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앙심을 품은 여자는 성당의 금으로 된 성합을 청년의 가방에 몰래 넣어두고는 그를 도둑으로 몰았다.
판사는 독성죄(거룩한 것을 모독함)와 절도죄를 적용하여 청년을 교수형에 처하도록 했다.
청년의 어머니는 슬픔을 안고 아들을 마음에 품고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의 일정을 마치게 된다.
이윽고 되돌아 오던길, 청년의 어머니는 아들이 사형당한 언덕을 들르게 되는데 놀라운 일이 벌어져 있었다.
한달이 넘도록 아들은 교수대에 매달린 채로 살아 있었던 것이다.
어머니는 판사에게로 달려가 아들이 아직까지 살아 있으니 아들을 풀어달라고 한다.
그러자 판사는 비웃으며 "당신 아들이 살아 있으면 내 앞에 있는 삶은 닭도 살아나라지" 라고 말하는데
그 순간 그의 식탁에 놓여 있던 삶은 닭이 벌떡 살아나 푸드덕 거리며 날뛰기 시작했다.
이후로 이 마을에서는 대성당에 암수 한쌍의 닭을 키우며 청년을 기렸다고 한다.
어디까지나 전설은 전설일 뿐이지만 이 말도 안되는 스토리 하나로 산토도밍고 데 라 깔사다는 순례길에서도 유명한 도시가 되었다.
시루에냐를 벗어나면 너른 들판과 언덕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산토도밍고 데 라 깔사다에 입성하게 된다. 산토도밍고까지는 5km 남짓이다.
산토도밍고에서는 대성당을 구경하고 종탑까지 올라가 보았다(유료).
[Photo] 산토도밍고 데 라 깔사다 - 대성당 종탑 위에서 내려다 본 붉은 도시
http://brunch.co.kr/@by1732/18
산토도밍고를 빠져나가는 길목에서 물을 준비하다가 브라질에서 온 예쁜 여자(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를 만나 동행하게 됐다. 워낙 다리가 긴 그녀는 나보다 걸음이 빨랐지만 내 속도에 맞춰주려 노력했다. 사진을 찍을 때면 기다려 주고 자신은 건물 사진 위주로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멀리서부터 노랗게 보이던 그라뇬(Grañon)의 해바라기 밭에서는 둘 다 감탄사를 연발했고, 길 중간 중간 만난 프랑스인 할아버지와는 '봉주흐, 봉스와, 무슈'만 연발하며 함께 걷다가 헤어지기를 반복했다.
땀에 쩔어 냄새가 심하게 났던 할아버지는 파리 근교에서부터 걸어서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자신의 순례길 경험담을 불어로 계속 이야기 하시는 듯 했지만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어 '위(oui:yes의 불어)'라는 대답밖에는 못했지만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할아버지는 흥분을 주체하실 수 없었던 모양이다. 끊임없이 이야기가 계속된다.
벨로라도 입구의 알베르게에 도착하니 함께 걷다 헤어지다를 반복하던 중3 현호와 그 누나네 남매가 그 곳에 있었다. 로스아르코스에서 헤어진 후 여기서 드디어 만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