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된 거리와 고딕양식의 대성당에도 온통 빛의 향연이 펼쳐졌다
화려한 색유리의 향연이다. 대성당에 사용된 벽돌의 갯수보다 스테인드글라스 유리조각의 숫자가 더 많다고 했다. 레온대성당에서는 하루 종일 앉아있어도 시간이 아깝지 않았을 것이다.
레온 거리는 또 어떤가? 저녁 햇살도, 밤의 달빛도, 아침 거리에 비스듬히 쏟아져 내리던 빛,빛,빛
레온에서 처음으로 스페인의 세련된 뒷모습을 보았다. 팜플로나에서도, 부르고스에서도, 폰페라다나 산티아고에서도 볼 수 없었던 빛과 도시와 사람들의 하모니. 사람마다 어떤 도시를 느끼는 감정이 다를 것이다. 나에게 레온은 빛의 도시였다.
[8.7 목요일 / 걸은지 21일째] 만시야의 밤은 무척 길었다.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다가 숙소에서 내다 보이는 골목 풍경을 한참 바라보았다. 새벽녘이 되도록 골목 끝의 바르에서는 순례자들의 소리가 들렸다. 노랫소리도 들렸다.
달은 점점 차오르고 있었다. 10일에 뜨는 달은 슈퍼문(Super Moon)이라고 연일 인터넷이 시끄럽다. 이제 비박과 야영을 시작해야 할 때다. 슈퍼문이 온 뒤에는 유성쇼가 펼쳐질 거라고 한다.
오래지 않아 뿌엔테 비야렌테(Puente Villarente)를 만났다. 포르마 강을 가로지르는 비야렌테 다리는 아름다운 아치형태의 다리들을 가졌다. 둔치의 작은 건물에는 비야렌테 다리의 역사를 보여주는 영상 상영관이 있고 순례자들을 위한 스탬프(세요 Sello)와 방명록 등이 놓여 있다. 이 날 근무자는 없었다.
이제 대도시의 냄새가 풍겨온다. 레온으로 향하는 이 길 위에는 한국을 함께 떠나왔지만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정호씨, 수비리에서부터 일행이 된 현호 남매, 토마스, 그리고 만시야를 출발한 뒤 알게 된 아일랜드 유학생 보라양도 어느새 동행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곧 레온에 들어서게 된다.
무언가 비현실적인 세계, 레온의 골목들을 굽이돌 때마다 쏟아지는 햇빛도, 하늘도, 거리도, 오래된 건물들도 가슴 속에 확확 꽂혀 들었다.
무엇보다 레온에는 스테인드글라스의 향연을 실컷 맛볼 수 있는 산타마리아 대성당이 있다. 젊은 건축가 가우디가 바르셀로나에 가기 전 지었다는 까사 보티네스가 있다. 그리고 아름답고 세련된 골목길과 사람들이 있다.
[Photo] 레온, 가우디, 대성당 http://brunch.co.kr/@by173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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