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온에 드디어 입성한다는 설렘으로 골목이 흥청거렸다
Emocionante Noche = Exciting Night
흥분으로 잠 못 이루는 밤이었다. 알베르게 마당은 설렘으로 가득한 순례자들이 술잔을 기울이고 기타를 치며 밤 늦게까지 떠들썩했고, 알베르게 앞 골목길의 바르들도 레온에 드디어 입성한다는 생각에 잠 못 드는 순례자들로 넘쳐났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입성 전야도 이럴까?
[8.6 수요일 / 걸은지 20일째] 오전 여섯시 무렵 일찌감치 출발했다. 깔사디야에서 만시야까지의 길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황토길에 돌투성이였다. 밀밭 사이로 난 전형적인 메세타 고원길이 이어졌다.
지평선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걷다가 보면 헛갈리는 길목에는 어김없이 까미노의 표지가 길을 안내해 주었다. 때로는 노란 화살표이고 때로는 가리비 모양의 표찰을 단 돌덩어리였다.
이날의 길은 하루 종일 마을을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혼자였다면 무척 외로운 길이었으리라. 어제 사아군에서 만난 그녀와 함께 걸었다. 길 중간에 스페인의 공영 철도인 렌페(Renfe)의 하얀 모습도 볼 수 있는 다소 색다른 길이다.
끊임없이 나타나는 밀밭, 해바라기밭으로 지루해질 무렵 드디어 만나는 마을이 바로 만시야(Mansilla de las Mulas)다. 중간에 렐리에고스(Reliegos)로 빠져나가 갈림길에서 헤어졌던 그 길을 통해 만시야로 들어설 수도 있지만 그저 먼발치에서 렐리에고스 마을을 바라보며 만시야까지 한달음에 도착했다.
이제 내일이면 드디어 가슴 설레는 도시, 레온에 입성하게 된다.
만시야의 들머리에는 너무도 힘겨워하는 세명의 순례자를 형상화한 동상이 서 있다. 십자기둥 뒤쪽의 한사람은 아예 엎드려버렸다.
이 곳에서(혹은 이전부터 따라왔는지 모를) 베드벅스를 처음 보았다. 어느새 배낭에도 몇마리가 기어다니고 있었다. 햇볕에 옷가지와 침낭 등 짐을 모조리 꺼내놓고 함참을 일광소독 하다보니 정호씨와 중학생 현호 일행이 곧 나타났다.
이 마을에는 부르고스 입성 전야와는 다른 술렁거림이 있었다. 메세타를 마감한다는 안도감일까? 대도시이며 세계 건축의 거장 가우디의 손길을 느낄 수 있는 레온이 코 앞이라서? 산티아고 순례길의 중심지역에 다다랐다는 흥분일까?
만시야에는 마을 전체를 둘러싼 옛 성채가 남아있었다. 어떤 곳에서는 직접 성채에 올라 볼 수도 있었다. 마을 한쪽에는 옛 성당 혹은 수도원이었음직한 건물을 그대로 살려 전시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박물관(Museo Etnográfico Provincial de León)이 하나 있다.
이날 저녁 알베르게 마당에서 오랜만에 모인 까미노의 벗들과 식사를 했다. 중학생 현호의 생일이기도 해서 축하를 겸한 자리였다. 이 날 자리에는 어젯밤 깔사디야의 알베르게에서 함께 했던 두사람과 앞으로 자주 만나 함께 걷게 될 예정인 스페인 여인 Pax도 함께 했다.
밤 늦도록 마당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함께 노래를 하며 레온 입성 전야를 즐겼다. 알베르게가 자리한 골목의 바르(Bar)들도 밤 늦도록 북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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