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는 팜플로나에 영원히 머물게 되었다
팜플로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것을 둘 가지고 있다
미국의 대문호 헤밍웨이, 그리고 산페르민 축제이다
[7.20 일요일 / 셋째날]
'까미노의 터미널' 같은 프랑스 남부도시 바욘에서 정남향에 위치한 스페인의 팜플로나. 피레네를 넘어온 순례자들에게는 처음 맞이하게 되는 대도시다. 아르가 강에 놓인 막달레나 다리를 건너면 프란시아의 성문을 통해 팜플로나 구도심에 입성하게 된다. 산 페르민 축제가 매년 7월6일(페르미노 성인의 축일 전날)부터 14일까지 계속되는데 이 축제가 워낙 유명하여 이 기간에는 관광객들로 넘쳐난다고 한다. 끄레덴시알(순례자여권)을 가진 순례자라면 아무리 관광객이 넘쳐나도 알베르게에 머물 수 있으니 숙박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이다.
수비리를 출발하면 피레네 남쪽 계곡을 따라 소로길을 따르게 된다. 자전거 순례자들은 도로를 따르기도 한다.
싸발디카(Zabaldika)라는 작은 마을에서는 아무런 예고도 없이 불친절하게도 갈림길이 불쑥 나타난다. 대부분의 순례자들이 왼쪽의 내리막길을 선택하게 되는데 여기서 오른쪽 도로 건너편의 오르막길을 따르면 조금은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13세기에 지어진 R.S.C.J(예수성심수녀회)의 성당을 들르게 되는데 수녀님이 틀림없어 보이는 할머니가 그레고리안 성가를 틀어놓고 성당을 안내해 주신다.(기부제로 운영)
방문자의 국적에 따라 각 언어로 된 순례자 기도문과 순례길의 의미를 담은 인쇄물도 나눠주시는데 나에게도 한글로 된 걸 주셨다. 성당의 제대면에는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그리스도와 성모성심상이 서 있고, 그 주변을 열두 제자가 에워싸고 있다. 다른 벽에는 예수고난상과 화살표 모양의 포스트잇으로 된 순례자들의 소망쪽지들이 가득 붙어 있다.
성당을 구경하고 나면 종탑(Torre)에 올라 직접 종을 쳐볼 수 있다. 할머니에 따르면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종' 이란다.
이 오르막길을 선택한 것을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 것은 성당을 나와서부터다. 성당까지 10여미터의 오르막길은 잠시였지만 지금부터는 하늘길이 편안하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경쾌한 전망으로 그동안의 고생이 한순간 날아가 버리는 길이다. 길 아래 도로와 그 아래로 이어지는 또다른 길을 따라 조금전 갈림길에서 내리막길을 선택했던 순례자들의 모습도 보인다. 그들은 얼마 후 한참 동안의 오르막길을 올라야 한다.
나바라주의 주도인 팜플로나에 다가설 수록 길 위에는 구호가 자주 보인다. 과거 나바라 왕국의 수도였던 도시 답게 자신들은 스페인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아름다운 아르레를 지나 막달레나 다리와 프란시아의 성문을 통과하면 팜플로나이다.
팜플로나는 까스띠요 광장을 중심으로 구도심과 신도심이 연결되는데 엔시에로(투우경기를 일컬음) 기념탑과 팜플로나 요새(Ciudadela de Pamplona), 나바라 대학 등이 신도심 거리를 통해 연결된다. 특히 투우경기장 앞에는 팜플로나와 산페르민 축제를 세계적으로 널리 알린 미국의 대문호 헤밍웨이의 흉상이 서 있다.
헤밍웨이는 그의 자전적 소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에서 팜플로나의 산페르민 축제를 실감나게 묘사했고, 실제로도 팜플로나와 이 축제를 사랑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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