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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별 Dec 09. 2023

글쓰기와 나

먹으면 나오듯이 글쓰기는 지극히 자연스런 행위다



언제부터였을까? 사람은 다 끄적거린다.

뭔가 땅 바닥에도 써 보고 종이가 없으면 하다못해 냅킨 조각에도 메모를 한다. 사람에 따라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그렇게 기록하는 행위는 아마도 기억해야하는 강박에서 벗어나기 위함이 아닐까? 기록해 둠으로써 머릿속을 비울 수 있고 굳이 내가 갖고 잊지 않아도 나중 언제든 다시 꺼내 볼 수 있기에 안심이 된다. 그래서 잊지 않으려 기록하는 것이 아마 이 거룩한^^ 글쓰기의 첫 번째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 다음 이유론 정리다.

인간은 보고 듣고 읽는 것을 통해 뇌에 자극을 받고 수신을 하지만 그것이 자신 안에 이해, 동화된 후는 쓰면서 정리가 될 때에야 진정으로  내 것이 된다 본다. 

그리고 말을 할 때도 어느 정도 기본적 논리가 필요하지만 글을 쓸 때는 그 점이 더욱 명확하게 요구된다.

6하 원칙처럼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왜? 하는 기본 설정이 있고 그 설정 속에서 자신의 사고와 사유를 나열해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로서 적을 때 생각은 정리되어 내 사고체계의 큰 분류함 속인 여행이나 요리로 분류되어 더 작은 서랍 속인 장소나 이름으로 깔끔하게 저장되는 거 같다.     


그래서 나에게 쓰는 이유는 기억과 정리 인 것 같다.







그리고 그 다음으론 글쓰기의 의미라고나 할까? 아님 가치는 그렇게 써 나가는 동안 성찰이란 결과물을 갖는다는 것이다.     


인간의 기억력이란? 정말 한심할 정도다. 특히 나이가 들어갈수록 빈곤해지고 지금 이 사회가 내 놓는 과다한 정보량으로 인해 더욱 기억은 혼선을 빚고 서로 엉기기도 한다. 그리고 지난 기억은 마치 물이 마르듯 금새 말라 공중으로 휘발되어 버린다. 해서 정말 내게 소중한 체험이나 기억은 제대로 성찰해서 오롯이 나만의 것으로 정리하여 차례차례 앨범에 꽂아두고 싶어진다. 그렇게 하지 못할 때 나는 이 정보의 홍수 속 어디론가로 떠밀려 가서 표류하다 모든 게 뒤죽박죽이 된 채로 살다가 갈 것만 같다.      


그래서 고요함 가운데 쓰는 작업은 생각의 번잡한 흙탕물을 가라앉혀 명징해지는 명상같이 여겨진다. 


글로 써 놓고 보면 내가 아닌 것, 빌려온 것, 남들이 하는 상투적인 말, 풍문으로 떠도는 내용들은 대충 걸러진다. 내가 쌓으려는 이쁜 담장에 필요 없는 울퉁불퉁 날카로운 거친 돌들은 다 버리고 내 생각, 감정 아귀랑 딱 맞는 돌만 골라서 보기에도 이쁘고 아늑한 담장을 쌓아간다. 사람들이 저 너머에 무엇이 있을까? 궁금해할 정도의 집은 각자가 가진 자신만의 색채와 영혼 지문으로도 표현된다고 본다.      


흔히 문체라 할 수도 있지만 각자 마다 글쓰기의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이다. 토속음식점 냄새가 나는 작가님의 피드도 있고 향긋한 올리브유에 버무린 샐러드집 같은 곳도 있다. 각자 내 놓는 음식 맛이 다 다른 것도 브런치 플랫폼의 최대 장점이라 본다.      


내가 브런치에 오기 전 유일하게 여행기나 일상글을 가끔 올렸던 다른 sns에서는 글벗들이 다 거의 나랑 동년배이고 생각들도 비슷한 분들이 친구였다.

그런데 이 곳 브런치에 오자마자 나는 내 아들보다 어린 이 십대 친구들과 맨 먼저 친구를 먹고 그들의 글을 읽으면서 내 사고의 지평과 뚜껑이 열리는 상쾌함을 맛 보았다.

식상할 정치, 종교 이야기는 거두절미 하고 없고 각자의 일상이라는 삶터에서 조촐하나마 집밥 같은 글들을 려내어 남녀노소 모두가 글친구가 되어 읽을 수 있는 이 곳을 왜 내가 더 일찍 몰랐을까나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또 한면으로는  어쨌든 삶 속에 일어나는 일들은 언제나 가장 적확한 타이밍에 일어남을 인정한다. 그를 살아오면서 여실히 확인한 나는 남들이 뭐라해도 나에게 브런치는 지금 시점에 해야하는 것이었기에 나도 이제사 이곳에 입성한 거라고 백프로 확신한다.       






그러면 그간은 쓰지 않고서 손이 간지러워 어찌 살았을까나!     


지금 생각해보니 나의 글쓰기에 대한 본능적인 욕구와 필요를 채워 준 곳은 그나마  블로거란 플랫폼이었다. 이 글을 쓰면서 확인해보니 2010년 5월 이후 블로거에는  내가 쓴 것이든 읽기 위해 옮겨놓은 것이든 암튼  2400개의 글이 있다. 그 중 공개된 것은 단 100개 조금 넘을 뿐이다.


그러니 그 창고같은 나만의 간에서 나는 혼잣말처럼 글쓰기를 하며 나름 나의 표현욕구와 정리강박을 해소하고 있었다.

  

밥을 먹으면 뒤로 나와야 하듯 input이 있으면 output이 되어야 순환이 된다. 그러니 책을 읽든 사유를 하든 그 결과물을 언제나 적어두었던 셈이다. 블로거 외에도 지금도 개인 밴드가 10개 정도 있다. 그 곳에서 나의 가족, 여행, 일기, 영성공부, 독서일지등 모든 걸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이제 브런치를 만나니 처음으로 작가라는 이름 하에 글을 쓰고 있다. 마침 명퇴 후 인생 2막을 시작한 타이밍을 살고 있으니 나에겐 무엇보다 글쓰기론 최적기에 만난 브런치다.



모든 것은 일어날 때에 일어난다는 나의 믿음으로 보면 브런치는 이제 나의 인생 2막의 최대 파트너가 될 거 같다.          



22년 베트남 티엔무사원 - 틱나한 스님의 스승이셨던  틱광득 스님이 계셨던 곳 (스님은 내가 태어나던 해 1963년에 소신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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