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21일 일요일
트리플 대형 사고, 그 두 번째 사건은 첫 번째 사건과 같은 2017년에 일어났는데, 이번에도 무고한 사람이 내 폭행에 의해 피해를 입었다. 그 피해자는 내가 단골로 자주 가던 선술집의 사장님이었다. 그 사장님은 평소 내가 자주 와서 혼술을 하는 것을 알고 안쓰럽게 여겨 친절하게 대해 주셨는데, 그런 분께 내가 못할 짓을 하고 만 것이다.
그 당시에 나는 내가 어떤 존재일까 골똘히 고민하고, 또 고민했는데, 그러다가 도달한 생각이 바로 내가 우주 태초의 상태라고 하는 혼돈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혼돈에 대해 알고 싶어서 인터넷을 검색해 봤는데, 그때 혼돈칠규라는 것을 찾아냈다.
남해의 왕은 숙(儵)이고, 북해의 왕은 홀(忽)이고, 중앙의 왕은 혼돈(渾沌)이다.
어느 날 숙(儵)과 홀(忽)이 혼돈(渾沌)의 땅에서 만났는데, 혼돈은 그들을 극진히 대접했다.
숙(儵)과 홀(忽)이 이에 보답하고자 상의했다.
“모든 사람에게는 일곱 개의 구멍이 있어서 보고 듣고 먹고 숨 쉰다.
그런데 유독 혼돈(渾沌)만 구멍이 없으니 구멍을 뚫어주자.”
그런 다음 하루에 하나씩 구멍을 뚫었는데, 이레째가 되자 혼돈(渾沌)은 그만 죽고 말았다.
-혼돈칠규(渾沌七竅)
나는 내가 실은 혼돈이며, 혼돈의 어머니라는 절대신에게 선택받은 존재라고 생각했다. 선택받은 자라고 생각하니, 뭔가 우쭐해지고 자만감이 생기는 것 같았다.
하루는, 나는 방과 후 카페에 있다가 선술집으로 향했는데, 선술집에 도착해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아 나는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는데, 사장님이 다가오셔서 여기서는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사장님의 뺨을 세게 때렸다. (내가 추측하기로는) 아마 신적인 존재인 나에게 감히,라고 생각하면서 사장님의 행동이 괘씸하다고 여겨 그런 것 같았다. 사장님은 뺨을 맞고 당황하셨고, 그 광경을 목격한 주변 테이블의 청년들이 분개해 들고 일어났다. 나는 그 청년들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청년들을 사정없이 주먹으로 때렸다.
한참 그러고 있는데, 경찰이 신고를 받고 왔는지 선술집으로 들어와 나를 포박하려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 경찰관 한 명을 세게 밀쳤고, 경찰은 뒤로 크게 자빠졌다. 경찰들 몇 명이 힘으로 나를 제압했고, 나는 저항하다가 결국 그들에게 붙잡혀 경찰서로 연행되었다. 경찰서에 한동안 붙잡혀 있다가 아버지가 도착하셔서 나는 조서를 쓴 뒤, 아버지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그로부터 몇 달 뒤, 나는 경찰관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는데, 경찰관 분의 말로는, 선술집 사장님은 나를 선처해 주셨는데, 나에게 두들겨 맞은 대학생 2명은 나를 처벌하기를 강력하게 주장했다고 한다. 내 사건은 결국 검찰로 넘어갔는데, 담당 검사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주변 잡다한 정보들로 나를 혼돈이라고 짜깁기한 것부터가 문제였다. 내가 어떤 대단한 존재도 아니요, 그저 일개 인간에 불과한데, 그 당시에는 무엇에 그리 꽂혀서 그런 행동들을 저질렀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지금은 약을 잘 복용하고, 주사도 맞아 그런 망상은 잘 떠오르지 않지만, 그때처럼 심각한 상태로 돌아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절대로 사장님과 학생들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어떻게 되었든 간에 폭력을 저지른 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