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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유진 EUGENIA Sep 23. 2022

<음악으로 세상 읽기 02>러시아 인형처럼1 엔딩크레딧

러시아 인형처럼 해석: 엔딩 크레딧에 수록된 음악의 가사로 드라마 읽기



특별히 러시아 인형처럼 시즌 1의 엔딩 크레딧 음악을 적는다. 본 넷플릭스 시리즈는 대부분의 회차가 극의 마지막 내용과 음악이 연결되며, 이때 다른 음악의 가사를 활용해 회차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강화시키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엔딩 크레딧에 수록된 명 음악들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이번에는 저번 글에서 미처 소개하지 못한 엔딩 크레딧 음악과 가사가 내재하는 의미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1화. 쉬운 게 없어

"어느 날 갑자기 인생이 끝날 수도 있다. 서른여섯 번째 생일날 그 사실을 실감한 나디아. 남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분명 죽었는데, 깨 보면 자신의 생일 파티로 돌아왔다?"




1화 엔딩 크레딧 음악, 라이트 어사일럼 Light Asylum의 Shallow Tears

Light Asylum - Shallow Tears**

1화에서 처음 죽음을 맞이하고 다시 태어난 나타샤는 "죽을 뻔했잖아. 계단 조심하라고."라고 말하는 조니에게 "Fuck you"라고 과감하게 내뱉는다. 밖으로 나왔지만 다시 태어난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복잡한 심경에 눈물이 머금는 나디아. 이때 크레딧과 함께 울리는 음악이 Light Asylum - Shallow Tears이다.


제목을 직역하면 옅은 눈물 즈음되시겠다. 가사의 내용은 천둥 번개가 치는 날 태어난 아이에 관한 이야기이다.  특히 아래의 가사를 보자.



Like a storm, lightning striking black and white. You were born out of this darkness and light, to this world with a thorn stuck in your side. I'm a girl, you're a boy, we're left outside.

번쩍이며 흑과 백을 오가는 폭풍처럼. 너는 당신에게 내리친 어둠과 빛 사이에서 태어났지. 나는 여자, 당신은 남자. 우리는 밖에 남겨졌어.



위와 같은 곡의 서두는 다시 태어난 나디아의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복잡 미묘한 심정을 드러내어 준다. 아마도 나디아가 가사 속 girl이라면, boy는 남자 주인공인 앨런으로 추정할 수 있겠다. 뒤이어 등장하는 가사 역시 펼쳐질 삶이 쉽지 않을 테니 이 여정을 함께할 누군가 한 명을 기다린다는 내용. 이 회차에서는 아직 앨런을 만나기 전이니 언젠가 만날 누군가를 꿈꾼다는 내용 역시 앨런을 가리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On that day I was searching for the one. And I found honey dripping from the sun. Will you be my one and only star tonight?


(가사 전문)




3화. 따뜻한 몸


"파티 장소를 벗어날 수 없다면 건물에 비밀이? 단서를 추적하던 나디아는 유대교 회당에 이르지만, 독신 여성이라 들어갈 수 없다. 그렇다면 헤어진 남자라도 불러주마."




3화 엔딩 크레딧 음악, 강강댄스 Gang Gang Dance - Mindkilla

Gang Gang Dance - Mindkilla

3화에서는 나디아의 관계에 대하여 나온다. 그녀의 잘못된 애착 형성을 보여주는 지표가 바로 나디아의 헤어진 남자인데, 나디아는 그를 오로지 따뜻한 몸만이 유일한 장점이었던 사람이라고 말한다. 헤어진 남자인 조니는 이상한 사람이 아니었지만 나디아의 잘못된 애착 형성이 그들의 관계에 줄곧 문제가 되어 왔음을 보여주는 회차.


 나디아의 애착 속에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 그 이유를 찾다 보면 정신분석학적인 관점에서 나디아를 읽어보게 된다. 러시아 인형처럼 전 시즌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것, 특히 나디아에게 중요한 것은 바로 어머니다. 정신분석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영유아기 때 주양육자 - 나디아에게는 어머니 - 와의 관계는 앞으로 아이가 맺는 모든 관계에 영향을 준다. 특히 성장과정에 있어 어머니의 역할을 중시했던 프로이트의 관점에서 보면 3화는 나디아와 어머니와의 관계에 대하여 의문을 갖게 한다.


3화의 마지막은 추락하는 엘리베이터에서 함께 타임루프를 겪고 있는 남자 앨런과 처음으로 만나고 함께 죽게 된다. 이때 나오는 음악이 바로 Mindkilla이다.


이 노래 가사의 처음인 "It's okay to lay your head down sometimes, I say"는 언뜻 보면 엘리베이터가 추락하는 상황도 괜찮다고 다독여주는 것 같다. 하지만 나디아와 앨런은 고개를 숙이지 않고 두려움에 굴복하지 않고 있다. “Don’t fear the mindkilla” 라는 가사를 통하여 두 주인공의 당당함을 강화시켜 주는 듯하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 곡의 뒤의 가사를 보면 아기(Baby)와 엄마(Mama)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아이를 위해 모든지 해주겠다는 엄마의 말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두려움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이면에 나디아와 어머니의 관계가 암시되지 않았을까. 즉 Mindkilla를 통하여 그동안 나디아의 삶과 애착 관계를 두렵게 했던 것은 죽음보다도 주양육자와의 관계일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가사 전문)




5화. 벌 받는 걸까


"왜 하필 우리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나디아를 만나러 생일 파티에 간 앨런. 그녀에게 새로운 이론을 제시하지만, 그건 아닌 듯? 대신 마이크의 실체를 보게 된다."




5화 엔딩 크레딧 음악, 더 구니즈 The Gooneez - All I Need Is Sunshine

The Gooneez - All I Need Is Sunshine

함께 삶과 죽음의 타임루프를 경험하는 앨런을 추락하는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후, 나디아와 앨런은 우리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해하며 함께 이유를 찾는다. 그들은 이제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궁리뿐이다.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알게 된 것은 그들은 늘 동시에 죽고 있다는 것. 어쨌거나 지난밤에 살아남았음을 자축하며 나디아와 앨런은 대화를 나눈다. 그러던 와중 실외기가 떨어지고, 그들은 또다시 죽음을 맞는다.


나디아와 앨런이 죽으면서 낮과 대비되는 장면으로 화면이 온통 까맣게 바뀐다. 그러면서 나오는 음악이 The Goonez의 All I Need Is Sunshine. 그동안 타인의 관계에서 이기적이었던 나디아와, 바보처럼 헌신했던 앨런은 서로를 보며 각자의 삶에 대하여 생각한다. 스스로를 낭비하며 살아왔던 지난 시간들은 가고 이제 그들에게 소망은 이 타임루프에서 살아남아 햇볕을 보는 것. 그런 점에서 낮에 비추는 햇볕을 갈망하는 가사를 가지는 본 곡은 이러한 나디아와 앨런의 상황을 적절히 표현해 준다고 볼 수 있겠다.


(가사 전문)




6화 거울

"그들은 무슨 관계일까. 서로의 연결점을 찾는 나디아와 앨런. 그 시작은 아마도 첫 번째 죽음. 하지만 앨런의 기억이 사라졌다? 그럼, 그날 밤으로 돌아가 보는 수밖에."



6화 엔딩 크레딧 음악, 컬츠 Cults의 "You Know What I Mean"

6화에서 앨런은 첫 죽음을 되짚어보다, 자신의 첫 죽음이 자살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충격에 빠진다. 이때 등장하는 음악이 바로 컬츠의 You Know What I Mean, 인디록이라는 장르에 걸맞게 다소 강렬한 사운드로 우리의 귀를 사로잡는다. 이러한 밤에는 잠을 잘 수 없고, 나의 마음이 고장 난 것 같고, 두렵다고 이야기하는 해당 곡의 가사는 죽음을 결심한 앨런의 처절하면서도 복잡한 심경을 적절하게 드러내 준다.


이번 6화의 에피소드를 통해서는 거울이라는 제목을 통하여 볼 수 있듯이, 앨런 - 자살이라는 극단적 방법- 과 나디아 - 각종 약물과 관계에 대한 포기 - 는 지금까지 이 두 주인공들이 자기 파괴적인 삶을 살아왔다는 점에서 연결점을 가짐을 보여준다.


(가사 전문)

https://genius.com/Cults-you-know-what-i-mean-lyrics



7화. 그날의 기억

"조금씩 풀려가는 의문. 이 지옥에서 벗어날 길이 보인다고 믿었다. 하지만 나디아의 발목을 붙잡는 과거의 유령. 방법을 찾지 못하면, 모든 것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




7화 엔딩 크레딧 등장 음악, 푸시 리엇 Pussy Riot - Organs***

Pussy Riot - Organs

시즌 1 이미지 중 대표 스틸컷에 나디아가 등장하지 않는 화는 7회가 유일하다. 나디아의 자리를 차지한 그의 어머니, 그만큼 나디아의 서사에 어머니의 의미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를 통하여 우리는 타임루프의 원인이 어머니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게 된다. 나디아 또한, 타임루프의 원인이 과거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자신의 유년시절을 돌아본다.


이때 나디아의 어린 모습이 유령으로 나타난다.


이 장면은 정신분석학적인 관점에서 '내면 아이'의 등장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신분석학에서 내면 아이란 말 그대로 마음속에 살고 있는 유년 시절의 자아로, 어릴 적에 형성되어 성인이 되어서까지 행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 내면 아이는 어릴 때 가장 먼저 나타나는 욕구 - 주요 양육자와의 관계에 대한 - 를 해결하지 못하면 성인이 되어서도 해당 발달 단계에 머무르는 특성을 보인다. 내면의 상처를 성인이 되어서도 안고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어떠한 심리적인 문제든 가장 큰 첫 단추는 그 사안에 대해서 인식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이러한 점에서 나디아가 자신의 유년 시절을 돌아보며 자신의 내면 아이- 어린 시절의 유령-을 마주 보며 알게 되는 극 속 장면은 나디아와 어머니의 사이에서 발생한 오랜 결핍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상징하는 바가 크다.


특히 성인이 된 나디아 앞에서 피를 토하며, 깨진 거울의 조각을 건네는 이 모습은 그로테스크 하기 그지 없지만, 피와 거울이 가지는 상징성을 내포하기도 한다. 먼저 피는 몸을 구성하는 본질적인 액체이며, 마찬가지로 거울은 자신의 존재를 비추어주는 매체로써, 깨진 조각은 자신을 구성하는 본질의 조각, 일면을 상징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본 회차와 장면은 어린 시절 상처받은 내면 아이를 보여줌으로써, 나디아가 가진 결핍의 근원을 아주 노골적으로 드러내주고 있다고 해석 가능하다.


나디아는 앨런을 만나기 이전까지 상당히 이기적인 성정의 사람이었다. 그래서 책임감을 갖는 조니와의 관계도, 조니의 딸과의 관계도 회피했고, 일회적인 관계만을 즐겼다. 이러한 장면을 통하여 나디아가 지금까지의 인생을 자기 파괴적인 성향을 가지고 살아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제 나디아는 달라졌다. 나디아는 이제 용기 내어 자신의 내면 아이가 좋아했던 책을 조니의 딸에게 건넨다. 


그 결과, 마지막 장면에서 어린 시절의 나디아가 이제 그녀를 보낼 준비가 되었냐고 묻고, 죽어가는 나디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 정신분석학적인 관점에서는 내면 아이를 만들었던 발달 단계 고착에서 벗어나 진정한 성인으로서 나아간다는 의미 - 엔딩 크레딧의 음악이 나오게 된다. 이때 나오는 엔딩 크레딧 음악인 Pussy Riot의 Organs는 성인 여성으로서 누려야 할 성적 자유를 외친다는 점에서 인상 깊다. 내면 아이를 극복하고 비로소 진정한 성인으로 나아가는 나디아를 예견할 수 있는 엔딩 크레딧.



(영어 번역 가사 전문)




8화. 멋진 해답

"다시 돌아온 생일파티. 나디아와 앨런은 기쁜 마음에 서로를 찾아가지만, 뭔가 잘못됐다. 그들은 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두려워도 절대 포기해선 안 돼. 구해줘. 제발!"




8화 엔딩 크레딧 음악, Love - Alone Again Or

Love - Alone Again or


내면 아이와 직면하고 이제 온전한 성인으로서 홀로 설 준비가 된 나디아, 평행 세계 속에서 곤란에 처한 앨런을 돕는다. 그를 구하는 데 성공한 나디아는 앨런과 함께 군중 속에서 멋진 행진을 한다. 행진 속에서 외치는 "이제부터 시작하겠습니다!"는 나디아와 앨런이 죽음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간다는 의미를 암시한다. 나디아에게는 이제 온전히 홀로 섬과 동시에 누군가를 도울 여유를 갖춘 성스러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 행진하며 들리는 음악은 바로 러브 Love의 Alone Again Or이다. 가사의 내용은 얼핏 보면 혼자 남겠다는 내용이지만 필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통하여 참을성 있게 인내하겠다는 내용으로 받아들였다.****


온전하게 홀로 서기에 성공한 사람만이 건강하게 사랑하는 방법을 알게 되니까.


(가사 전문)





삶은 삶과 죽음의 연속: 어제의 죽음과 오늘의 삶을 통해 매번 다른 나를 만나는, 러시아 인형처럼

극 속에서는 삶과 죽음이 마치 러시아 인형처럼 연속적으로 평행하게 반복된다. 우리네 삶도 새로운 일을 겪고 새로운 가치관을 가진 나를 만나게 된다는 점에서 인생은 삶과 죽음의 연속이다. 물론 죽을 만큼 불행한 일을 겪고 새로운 삶 속에서 나를 만나는 과정은 쉽지 않다. 나에 대한 중요한 본질을 깨달아가고, 나의 가장 바깥에 있는 곁가지 모습들을 쳐가며, 진정한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은 곁옷을 벗어내 가는 러시아 인형과 닮아있다. 포스터에 적힌 "죽음은 쉽고, 삶은 어렵다"는 표어는 진정한 자신을 잃고 죽은 영혼으로 살아가는 것은 쉽지만, 자신의 진정한 모습에 대해 알아가는 삶의 과정이 어렵다는 것을 나타내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극 속에서 죽음을 통해 얻어내는 일련의 과정은 혼란 그 자체이다. 이처럼 과거로 인해 망가져가는 나의 존재를 죽이고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가며 중요한 것들을 깨우쳐나가는 과정은 "죽음은 쉽고 삶은 어렵다"던 표어의 말처럼 어렵다. 모두 함께 행진하는 마지막 최종 장면에서 보여주듯, 모든 삶과 죽음- 다시 태어나고 새로운 시행착오를 겪어가는- 의 과정은 어렵지만 함께 걸어 나간다면 기꺼이 다시 도전하고 살아갈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






수많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를 보며 좋은 드라마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생각해 보게 되었다. 러시아 인형처럼은 내게 있어 좋은 극이었다. 내가 좋은 극을 판가름하는 기준은 여러 번 봐도 늘 새로운지에 대한 것이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한 한편, 지루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면서도, 뻔하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극에는 적절한 비유와 장치가 필요하다. 러시아 인형처럼에서 사용한 비유와 장치 중의 중심에 음악이 있었다. 특히 러시아 인형처럼에서는 명확한 메시지를 강화하기 위한 장치로 가사가 있는 음악을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실 음악 안에서 가사의 미묘함을 읽는 작업은 어문학도가 더 능숙하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유와 음악적 특징이 따로 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음악을 알면 가사의 비유를 더욱더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음악을 통한 상징을 해석하기 위하야 가사만 떼어 서술하였지만, 많은 음악에서 가사와 선율과 같은 음악적 요소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이 둘이 어우러질 때 음악적 비유는 더욱더 빛을 발할 수 있다. 따라서 다음 <음악으로 세상 읽기 03>에서는 영화 마약왕에서 가사와 어우러진 음악을 통하여 어떤 음악적 비유를 사용했는지 소개하고자 한다.



https://brunch.co.kr/@eugeniaa/8












* 본 곡은 리믹스 버전이 여러 개라 정확한 앨범을 찾는 게 어려웠지만, 첨부한 영상의 초입 번개 소리를 제외한 이후부터 곡을 삽입한 듯?
** 가사의 내용은 사랑이란 단어는 없지만, 나를 구원해 줄 누군가를 그리는 내용이다. 그런데 서로의 삶을 구원한 존재들이 연인관계가 아니라는 점 역시 흥미롭다. 넷플릭스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유는 한국 드라마에서 보이는 전형성을 깨뜨리기 때문인데, 꼭 주인공과 남자 주인공을 엮는 한국 드라마 서사에 질려있던 나에게 주인공 나디아와 남자 주인공 엘런을 로맨틱한 관계로 엮지 않고 우정으로 남겨둔다는 점은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 정신분석학에서 오르가즘은 시대와 학자에 따라 다르게 여겨지는데,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여성의 오르가즘을 미성숙한 성욕이라고 보았고 그의 제자인 빌헬름 라이히는 오르가즘이 정신 건강에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프로이트가 후대 학자들에게 가장 많이 비판받았던 지점 역시 그가 너무 여성 비하적이라는 것이었다. 사실 여럿 인터뷰와 유튜브 영상, 작품 선택에 따르면 나타샤 라온은 여성 감독과의 작업, 모든 계층의 여성들과의 연대를 중요시하는 사람이다. (참고: https://variety.com/2019/tv/news/natasha-lyonne-christina-applegate-mary-j-blige-female-roles-directors-change-1203231094/) 따라서 본 작품의 제작자인 나타샤 라온은 정신분석학의 내면 아이에 대한 개념을 차용하면서도 프로이트의 견해는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있음을 Pussy Riot의 노래로 보여준다. Pussy Riot 또한, 여성의 성기를 속되게 이르는 Pussy와 시위 등을 뜻하는 Riot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그룹의 이름에서 보여지듯 여성의 권리 신장을 위한 활동을 보여주는 밴드이다. 만약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 동의했다면 여성의 성적 자유를 주제로 하는 음악을 넣었을 리가 없지만, Pussy Riot 의 음악을 차용하므로써 여성 비하적 관점에서 저술되었던 프로이트 시대의 정신분석학을 풍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가사를 보면 알겠지만 본 노래는 여성의 성적 주체성을 노골적으로 나타내 주고 있다. 첨부한 곡의 뮤비 역시도 다양한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데, 여성의 피는 정혈과 본초적인 욕구를 연상시킨다.
**** or이 1) 그렇지 않으면, 2) 양자택일의 의미로 쓰일 수 있어서 한국어로는 가사 해석이 더 모호한 점이 있다. 사실 가사의 내용으로 볼 때는 어떤 방향을 선택한다는 내용보다는 그 상황을 관조하는 느낌이 강해서 1번의 or로 홀로 서겠지만 당신을 사랑하겠어요. 정도의 의미로 받아들이면 될까? 찬찬히 듣다 보면 중의적인 의미를 바란 것 같기도 하다. 글에 쓴 것처럼 온전히 홀로 서기를 통하여서만 베푸는 사랑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알게 되니까.



※ 모든 이미지와 “ ” 의 인용은 비평의 목적을 위하여 넷플릭스 공식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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