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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유진 EUGENIA Sep 23. 2022

<음악으로 세상 읽기 03> 영화 마약왕 해석

음악으로 영화 읽기: 가사와 적절히 어우러지는 음악적 요소로 영화 읽기

-슈베르트, 마왕


전편에서는 음악의 가사가 드라마에 어떤 암시를 보여줄 수 있는지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러시아 인형처럼 시즌 1을 통하여 살펴보았다. 특별히 이번 <음악으로 세상 읽기 03>에서는 예고한 대로 음악과 가사가 적절히 어울릴 때 영화 내에서 어떤 비유로 탄생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초점을 맞추어 글을 쓰겠다. 오늘의 이야기는 바로, 2018년 개봉한 영화 마약왕. 영화 리뷰의 시기가 늦은 감이 있지만,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사이트를 통하여 만날 수 있다.


"애국이 별게 아니다! 일본에 뽕 팔믄 그게 바로 애국인기라!” 마약도 수출하면 애국이 되던 1970년대 대한민국, 하급 밀수업자였던 이두삼(송강호)은 우연히 마약 밀수에 가담했다가 마약 제조와 유통 사업에 본능적으로 눈을 뜨게 되면서 사업에 뛰어든다. “이 나라는 내가 먹여 살렸다 아이가”뛰어난 눈썰미, 빠른 위기 대처능력, 신이 내린 손재주로 단숨에 마약업을 장악한 이두삼 사업적인 수완이 뛰어난 로비스트 김정아(배두나)가 합류하면서 그가 만든 마약은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브랜드를 달게 된다. 마침내 이두삼은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까지 세력을 확장하며 백색 황금의 시대를 열게 된다 한편, 마약으로 인해 세상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하고 승승장구하는 이두삼을 주시하는 한 사람 김인구(조정석)가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 소개글 발췌, 네이버 영화 제공.


마약왕은 1900년대 실존했던 인물인 이황순을 모델로 한 영화이다. 그러나 실존인물과 달리 극 중 이두삼의 아내는 음악을 전공하였고, 이두삼은 슈베르트 연구회 회원으로 그려진다. 그런 이두삼이 체포되는 긴 대치 상황에서, 슈베르트의 마왕은 배경음악으로 삽입되어 나타난다. 영화에서 반복되는 소재인 슈베르트는, 마약왕 이두삼에게 어떤 의미일까 .


특히 같은 해 방영했던 드라마 스카이캐슬에서도 슈베르트 마왕으로 음악적 내러티브-음악을 통한 비유로 일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방법-가 사용되어 큰 화제를 모았다. 이름도 비슷한 슈베르트 마왕과 이두삼의 마약왕.


실제로 극 중에서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음악을 썼다면, 극 속에서 분명히 원하는 음악적 은유가 숨어있을 확률이 높지 않을까. 영화음악을 작업할 때는 음악감독과의 긴밀한 소통을 통하여 신중한 선곡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더욱이 마약왕의 경우 영화 속 사운드트랙이 앨범으로 출시되었을 정도로 신경 쓴 여력이 덧보인다.


그러나 뽕을 팔며 극 중에서 체포되는 과정까지의 여정에서, 이두삼과 경찰의 대치하는 장면이 질질 끄는 느낌이 든다는 평을 봤다. 영화에서 특별한 이유 없이 시간을 끄는 경우는 없다. 분명한 이유가 있는 것. 특별히 이두삼이 체포되는 본 장면은 슈베르트라는 단서를 잡지 못했다면 꽤나 지루하게 느껴졌을 만하다.


총을 들고 경찰과 대치하는 이두삼의 최후.


찬찬히 들여다보면 마왕의 가사 진행에 따라서 이두삼의 행동이 묘하게 부합함을 알 수 있다. 슈베르트 마왕에는 아이, 아버지, 마왕이 나오는데, 이 셋의 역할을 이두삼의 내적 갈등으로 풀어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슈베르트는 이 곡을 작곡할 당시, 부르기만 해도 그 배역이 누구인지 알 수 있게, 그리고 스토리 상 흐름에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도록 1) 음색 - 선율의 느낌 예컨대 여리게나 세게와 같은 것도 음색이 될 수 있다-, 2) 음고-음의 높이-, 3) 음형-음이 일정하게 나타나는 형식, 문장으로 보면 통사 구조와 같다-을 고려하였다.



음악의 세 가지 측면과 가사, 그리고 특히 피아노 반주에도 유념하며 귀 기울여보자. 다음은 한국어 자막과 이미지가 달린 영상이다.

슈베르트, 마왕


이 곡을 들으면 알 수 있듯  사람이 부르는 노래이지만, 여러 배역이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형태는 1인 1배역으로 진행되는, 오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시도이다. 이런 점에 주목하여 영화를 본다면, 슈베르트의 마왕은 영화 마약왕에서 빛을 발한다. 한 사람이 부르는 세 명의 등장인물을 한 사람 안의 여러 내면으로 상징화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슈베르트의 마왕이 등장하는 장면은 경찰과 대치하며 이두삼이 내적 갈등을 겪고 갈팡질팡하는 장면이다. 대사 하나 없고 오로지 행동뿐이지만 그의 내적 갈등을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핵심이 바로 음악인 것이다! 한 가정의 아버지로서 자수할까, 아니면 아이처럼 두려움의 본능을 따라 항복할까, 마약왕으로서 끝까지 싸우거나 그도 아니면 삶을 포기할까. 이두삼 안에 수많은 생각들이 오고 가는 걸 암시한다.





영화 마약왕을 보고 나서 음악을 적절히 사용한 예라고 생각했는데, 큰 주목을 받지 못하여 아쉬웠다. 오히려 마약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지금 개봉했다면, 그때보다는 호평을 받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글은 음색, 음고, 음형 등 음악적 요소를 통한 영화 내 비유 대하여 살펴봤다. 다음 <음악으로 세상 읽기 04>에서도 이 세가지 음악적 요소가 드라마의 서사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살펴보며 펜트 하우스 2의 한 장면에 대하여 적을 예정이다.


https://brunch.co.kr/@eugeniaa/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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