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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orest Writer May 11. 2022

영화 '공기살인'과 백신패스의 공통점


-사진출처: 다음영화 공식 포토 (3/52)




2021년 가을, 우리 주변에서 굉장히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모두가 힘겨운 코로나 팬더믹 상황에서 뜬금없이 미접종자가 욕받이가 되어 버린 것. 이게 전부 미접종자 때문이라는 남 탓의 시작. 그리고 그것을 주도한 건 방역 당국의 '정책'이었다.


몇 달 간의 마녀사냥. 중범죄자에게도 하지 않는 QR 경보음을 맞아가며 인구의 10% 남짓한 (성인의 4%) 소수의 미접종자들은 힘겨운 사회적 싸움을 감내해야만 했다. 식당 주인에게 왜 백신을 맞지 않았냐는 질문을 듣는 게 지겨워서 나는 몇 달 동안 테이크아웃만 했다. 



사람은 어떤 환경에서는 강자가 되고, 다른 환경에서는 약자가 된다. 수백만 기저질환자 중에 한 명으로써 내 몸상태를 잘 알고 있고, 백신 이상반응 위험성도 잘 알고 있고, 비슷한 기저질환의 외국의 사례들을 판단했고, 재택근무를 주로 하는 1인 가구로써 바이러스를 옮길 사람도 없는 상황. 내가 선택한 결론은 백신을 맞지 않는 '약자'였다.


이에 반해 '강자'의 완장을 차게 된 '다수'의 사람들은 앞다투어 마녀 사냥에 동참했다. 최소한의 과학적 지식도 없는 근거 없는 비난과 악플이 가득한 상냥한 폭력의 시대. 약자가 되기로 선택했으면 그 정도는 당연히 감수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


변이 바이러스에는 기존 백신이 소용이 없다고, 건강한 청년층은 중증화율이 부작용률 보다 적다고, 중증완화제는 고연령층에만 필요하다고, 백신 맞는다고 코와 입 점막에 면역이 생기진 않는다고, 그래서 다른 백신들과는 다르게 코로나는 백신으로 집단 면역이 안 된다고 아무리 떠들어봐야 소용이 없었다. 그렇게 백신패스라는 가치 없는 정책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접종을 사실상 강요당했다.


사람들 개개인의 몸 상태와 상황은 무시한 채 오직 접종률 숫자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방역 당국이 하는 말은, "일단 한 대 맞고 상태를 보시죠". 겨우겨우 1차에서 괜찮았는데 2차에서, 3차에서 부작용 문제가 생긴 사람들 중에 상당수는 애초에 백신 접종이 필요치 않은 사람들이었다. 시간이 지나며 변이바이러스의 독성이 약해지고, 자연면역을 획득한 사람들이 많아진 이 시점에서, 지금은 거의 잊혀진 안타까운 희생들.



미접종자가 백신 안 맞아서 코로나가 안 끝납니다, 라는 어느 고위 공직자의 위험한 발언이 연일 뉴스와 댓글을 점령하고 있던 시기에, 급기야는 '숙주론'까지 등장했다. 격투기 선수도 아니면서 나는 하루아침에 좀비가 되어 있었다. 뭐, 그럴 일도 없겠지만, 만약 '숙주론'을 처음 꺼내든 사람을 어쩌다 길 가다 마주치게 된다면 한 번쯤은 물어보고 싶다. 


"지금 1800만 확진자는 전부다 미접종자로부터 걸린 거죠?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시는 거죠?"






영화 '공기살인'은 2010년도 초반,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공식적으로 집계된 약 7천 명의 (희생자 2천 명) 피해자만 하더라도 세계에서 유례없는 환경재난에 속하는데, 문제는 알게 모르게 죽어간 사람들이 대체 얼마나 되는지 추정할 수 조차 없다는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가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 1990년대 초반이니까 약 20년 동안 쌓여온 실제 피해자는 훨씬 더 많을 수도 있다.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한 회사는 안심하고 사용하라고 광고했고, 환경 안전성 검사도 통과했고, 전국의 수많은 마트에서 불티나게 팔려나갔고, 국민들 중에 대다수가 그것을 흡입했다. 한치의 오차도 없는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영문도 모르는 호흡 곤란 증세로 죽거나 영구 장애를 받았고, 그전까지는 워낙 드문드문 있었던 일이라 인과관계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다가, 결국 2010년도에 들어와서야 공론화가 되었다. 제조 회사는 인과관계 인정과 배상을 거부했고, 정부는 팔짱 끼고 방치했다. 그렇게 10년이 더 흘러서 이제야 조금씩 해결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즉,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 사건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최근의 코로나 백신 부작용 사건과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차이가 있다. 살균제는 회사가 안심하라고 했고, 백신은 정부가 안심하라고 했다. 그리고 둘 다 인과성을 인정하지 않았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안전하다는 제조사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사용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다. 제조사는 기밀 유지를 명분으로 성분 공개를 극도로 꺼렸다.


누가 봐도 안정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코로나 백신을 다른 예방 접종과 비교하며, 접종받지 않는 사람들은 이기적이라며 비난했다. 접종받고 문제가 생기면 평소에 앓고 있던 조그만 병이라도 어떻게든 찾아냈다. 기저질환이 있으니 백신 맞으라고 해놓고, 백신 맞고 이상이 생기면 기저질환 때문이라는 기적의 알고리즘. 


가습기 살균제 사건 역시 피해자들에게 다른 원인이 있지 않았겠냐며 결국 피해자 탓을 했다. 달력이 넘어가고 숫자만 바뀌었을 뿐,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었다. 역사는 결국 그렇게 도돌이표.




영화를 제작한 감독은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에서 다시는 이런 영화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그런 바람은 실현되지 못할 것 같다. 지금껏 있어왔던 약 50만 건(중증 2만 건, 희생자 2천 명)의 코로나 백신 이상반응에 대한 공론화는 아직 시작도 못했기 때문이다. 당국이 인정한 인과성은 단 10건 정도에 불과하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훌쩍 뛰어넘는 2만 건의 중증반응, 그리고 그중에 안타까운 희생들. 지금까지 집계된 이상반응 신고가 모든 것이길, 전부이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감독님, 언젠가 다시 시나리오 준비하셔야 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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