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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orest Writer Jan 13. 2022

평등한 사회는 오지 않아


얼마 전 한 자동차 유튜버의 무심한 한마디가 정말 오랫동안 기억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고 있다. 


정말 이해가 안 되는 게 있어요. 제가 자동차를 이것저것 많이 타본단 말이죠? 벤츠, BMW, 국산차 등등 다양하게 타보고 리뷰를 하는데, '똑같은 사람'이 '똑같은 운전법'으로 '똑같은 도로'를 다녀요.

그런데 모닝을 운전하면 그렇게 뒤에서 빵빵대고, 쌍라이트 키고, 안 끼워주고, 시비를 걸고 아주 난리도 아니에요. 반면 그랜져만 몰아도 그런 거는 거의 없어지고, 벤츠 이상으로 가면 알아서 다 피해 줍니다. 조금은 알 거 같다가도 도대체 무슨 심리인지 모르겠네요.


사실 많은 매체에서 이것과 관련된 실험을 한 적이 있다. 신호가 바뀌었는데도 안 가는 상황에서, 앞에 외제차인 경우와 경차인 경우의 빵빵 거리는 시간 차이. 각각 다른 차를 타고 갔을 때 발렛을 해주냐 안 해주냐. 교행이 불가능한 도로에서 서로 마주쳤을 때 상대방 차에 따라 누가 빼주냐 버티느냐 행동 차이.


여자들의 환불 메이크업이라는 말이 있다. (환불원정대?) 백화점에서 손님들의 복장이나 스타일에 따라서 응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 무시받지 않고, 환불이라는 원하는 것을 성취하기 위해서 '쎈 언니' 화장이라는 무기를 지니고 승부를 보러 가는 상황. 아무리 겉모습으로 차별하지 말라고 법으로 제정하고, 이런저런 조치를 취해도 이렇게나 현실의 힘은 막강하다.




사실 700만 년의 인류 문명에서 만인이 평등했던 사회는 1초도 존재했던 적이 없다. 꼭 고려시대, 조선시대가 아니더라도, 지금 2022년에도 엄연히 신분은 존재한다. 법에 명시하지 않아서 그렇지. 우리가 이미 매일 도로 위에서, 백화점에서 입증하고 있는 걸 뭐.


우리의 오래된 유전자 속에 높으신 분들에 대한 복종 의식, 낮은 계급들에 대한 지배 의식이 뿌리 깊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의식하지 않아도 우리는 매일 사람들에게 다른 차별을 하며 하루를 보낸다. 단언컨대 한 사람도 예외일 수 없다.


신분 사회의 끝판왕인 회사. 같은 노비(?)라도 사노비/공노비, 그리고 노비 별로 등급이 다르다. 대리노비, 과장노비, 부장노비. 물론 계급장도 상대적이어서, 대기업의 과장노비가 협력업체의 부장노비를 갑질하기도 한다. 이러다 보니 높은 계급의 노비는 항상 자신의 신분을 과시하고 드러내야만 하는 입장에 있다. 지배하지 않으면 복종해야 한다는 본질적 공포감으로 인해, 자신의 일로써 증명하기보다 계급장으로 대접받는 것에 몰두하기 마련이다. 결국, 가지는 역량은 시간이 흐를수록 딴지와 지적질, 별거 아닌 트집, 훈계질에만 집중되는 것. 나중엔 자기가 스스로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다. "그림이 마음에 안 들어 다시 해와, 색깔이 마음에 안 들어 다시 해와, 느낌이 별로야 다시 해와. 어떻게 할까요 라고 묻지 마 알아서 잘해와."


드라마 추노에서 사람이 사는 건, 노비가 양반이 되고, 양반이 노비가 되는 것을 반복할 뿐이다는 말이 있었다. 혁명? 그거 하면 좋을 거 같지? 혁명가가 자리 깔고 앉아서 이전보다 더 심하게 권력놀이 하는 걸 못 봤구만 그래. 역사적으로 아이러니하게도, 계급제 폐지를 가장 반대한 집단이 일반 평민이었다. 어딜 천민이랑 같이, 하면서 말이다.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평등한 사회를 원치 않는다. 그러니 아직 오지 않았지.




백신 접종자와 미접종자의 갈등이 연일 뉴스에 나오고 있다. 사람이란 존재가 원래 감투를 씌워주면 차별을 하게 되는 본능이 있기 때문에, 백신패스로 미접종자 '딩동' 커밍아웃을 시키면 당연히 따라오는 수순이다.


"확진자 중에선 돌파감염자가 여전히 대다수를 차지합니다, 접종 여부와 확진 여부는 꼭 일치하는 게 아닙니다, 미접종자이지 확진자가 아닙니다, 바이러스 보균자가 아닙니다", 이런 간절한 목소리를 단 두 글자 '딩동' 으로 입막음 시키는데 성공한 정책관의 창의성에 누군가는 박수와 찬사를 보낼 수도 있겠지. 아마도 초원복집 비슷한 곳에서 이런 걸 구상 했으려나. 


"헤헤, 우리 손에 피 안 묻히고, 쟤네들끼리 싸우네. 우린 좋지 뭐. 계속 그렇게 싸워라. 욕도 하고 주먹질도 하란 말이야."



만약이라는 어떤 가정을 해본다. 75년 후에 (또는 그 전이라도) 백신 성분이 공개되고, 풍문으로 떠도는 유해 성분이 만에 하나 사실이었다면, 백신에 대한 전 세계의 수많은 제보와 폭로가 정말로 진짜였다면, 그러면 어떻게 될까. 


우선 아무도 접종자로부터 수혈을 받으려 하지 않겠지. 헌혈을 하는 곳에서는 QR 체크인을 하고 접종 이력이 있을 경우 '딩동' 경보음이 울릴 것이다. 사회봉사의 마음으로 헌혈을 하러 온 (그때 가서는) 소수의 접종자들은 울분을 토할 것이다. "접종자이지 더러운 피가 아닙니다, 제 피는 유해하지 않습니다!"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이다. 2차까지 맞은 사람은 5차까지 맞은 사람과 자기는 다르다고 할 테고, 5차까지 맞은 사람은 12차까지 맞은 사람과 다르다고 하겠지. 인류 문명에서 차별이란 한번도 멈춘 적이 없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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