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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는 어려웠지만 퇴사는 힘들었습니다.



약 4년 만의 1차 면접이다 보니 긴장이 되었다. 조금 더듬거린 부분이 있지만 준비한 내용과 간절함을 모두 쏟아내었다. 임원으로 보이는 한 분이 집요하게 퇴직사유를 물어보았는데 이 부분을 깔끔하게 답변하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렸다. 1차 면접 결과가 메일로 왔고 가슴을 두근거리며 클릭을 했다. 다행히 '합격'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안도를 하며 2차 면접 일정을 확인했다. 2차 면접은 직무는 물론 인성까지 점검하는 자리기 때문에 '겸손함'과 '간절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면접을 더욱 꼼꼼히 준비하였다. 



2차 면접에는 대표님이 면접관으로 참여하였으며 정말 내게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겸손함'과 '간절함'을 어필했다. 물론 내가 지금까지 구매담당자로서 해온 역할과 경력들을 강조하면서 말이다. 2차 면접을 본 후에 내가 만약 합격하지 못하더라도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는 퇴사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현재 회사가 오랫동안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이지만 내가 지금까지 해온 역할과 실적에 대해 인정을 해주지 않는 분위기였다. 며칠 후 업무 중 '지~잉'하는 진동음과 함께 2차 면접 결과가 문자메시지로 왔다. 문자메시지에는 이메일로 최종결과를 전달했으니 확인해 보라는 내용이었다. 나는 화장실로 가서 문을 닫고 조용히 휴대폰으로 이메일에 접속하여 결과를 확인했다. 결과는 최종합격. 나는 그동안 내가 했던 역할과 실적에 대해 인정을 받는 느낌이 들어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자리에 가서 업무를 마무리하였다.



이직하려는 회사와 며칠간 최종 연봉 협상까지 완료하였고 이후 팀장님께 말씀드렸다.

"팀장님 드릴 말씀이 있는데 잠깐 시간 괜찮으실까요?"

"그래"

팀장님과 나는 카페로 이동했고 한동안 정적이 흐르다 내가 말 문을 열었다.

"팀장님 제가 다른 회사로 이직하게 되어 회사를 그만두고자 합니다."

팀장님은 당황한 눈빛을 보였다.

"그래. 근데 내가 너한테 뭐 서운하게 한 거 있니?"

"팀장님한테 서운한 건 없습니다. 다만 우수사원상 취소, 진급 누락을 하다 보니 제가 지금까지 쌓아온 경력을 부정당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팀장님께 내 심정을 솔직하게 말씀드렸고 인수인계도 이상 없이 하겠다는 말씀을 드렸다.

그런데 팀장님은 대화를 이어나가다가 갑자기 화를 내기 시작했다.

"내가 너 이직할 줄 알았다. 나는 너 못 보내겠는데? 그리고 가려면 인수인계자료 완벽하게 만들고 검사받아."

팀장님의 마음이 한편으로 이해가 갔지만 내가 우수사원상 취소, 진급 누락되었을 때 가만히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나도 서운함이 많았다. 팀장님과 대화를 마친 후 집에 와서 감정적으로 나를 대하는 팀장님을 생각하니 화가 났지만 마무리를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주말에도 나가서 인수인계자료를 만들었고 다른 사람에게 인계를 해준 후 첫 회사에서 생활을 마무리했다.



이직을 한 후 나는 새로운 회사의 사람들과 친해지기 위해, 문화에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어느 날 전회사 팀장님한테 전화가 왔다.

"내가 마감을 하다가 도저히 안돼서 그러는데 퇴근하고 와서 도와줄 수 있니?"

새로운 회사에 적응하고 있는데 퇴근하고 와서 도와달라니 나는 당황했다.

"팀장님 저도 새로 회사에 적응하고 여기서도 마감해야 하는데.. 끝나고 와주라니요. 제가 인수인계자료도 완벽히 만들어서 드렸잖아요."

알고 보니 전회사 팀장님이 감정적으로 팀원들을 대했고 팀원들과의 관계가 악화된 상황이었다. 나는 더 이상 도움을 드릴 수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이후에도 약 3개월 동안 팀장님이 일주일에 3번은 나에게 연락해서 업무 관련 내용을 물어보았다.



나는 언제 연락올 지 모르는 전회사 팀장님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고 장문의 카톡을 남겨드렸다. 이제 더 이상 업무 관련 내용으로 연락 주시지 말고, 사적으로는 언제든지 연락해도 된다는 내용이었다. 카톡을 보낸 이후 팀장님은 더 이상 연락하지 않았고 나의 길면서도 짧았던 약 4년 만의 첫 회사생활이 정말 마무리되었다. 



나는 새로운 회사에 적응하기 위해 늦게까지 일했다. 전보다 더 많은 품목을 다루고 구매 단위 금액도 컸다. 그리고 기존의 몇몇 협력업체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조금 달라졌는데 이를 보고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나는 같은 나인데 회사가 더 커졌다고 나를 다르게 대하다니.. 조금은 속상했지만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 생각했다. 새로운 회사로 오면서 나는 만족했고, 1년 후 여자친구와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결혼식 당일은 내가 태어난 이래로 가장 행복한 날이었고 앞으로도 이 행복이 지속될 줄 알았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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