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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의 만남, 그리고 이직준비


회사에서 힘들었지만 개인적으로 좋은 일도 있었다. 바로 현재의 아내를 만난 것이다. 회사를 다닐 때 지인의 소개로 엄친조(엄마친구의 조카)를 만났다. 29살까지 모태솔로였던 나는 여성을 잘 대할 줄도 몰랐고, 평소에 말 수도 없었다. (여기서부터 아내에 대한 호칭을 그녀로 기재해 두겠다.) 12월 15일 강남고속터미널에서 나는 그녀와 첫 만남을 가졌고, 그녀를 처음 본 순간 단아한 모습에 호감을 가졌다. 그리고 밥을 먹으면서 나의 빈 컵에 물을 따라주는 행동과 눈을 마주치면서 이야기를 경청해 주는 그녀의 자세에서 배려심을 느꼈고 호감은 더욱 커졌다. 나는 그녀를 정면으로 보는 게 부끄러워서 눈을 자주 피해 그녀의 뒤를 바라봤었는데, 그럴 때마다 그녀는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뒤에 뭐 있어요..?"

"아니요.."

눈을 오랫동안 쳐다보지 못할 정도로 떨림을 강하게 느꼈고 나는 그녀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첫 만남에서 헤어지기 전 나는 그녀에게 다음 만남 제안을 했다. 다행히 그녀도 싫진 않았는지 수락을 했다. 두 번째 만남에서 좋은 시간을 보냈고 내가 또 만나자고 하여 세 번째 만남을 가졌다. 세 번째 만남은 크리스마스였고 내가 작은 선물로 장갑을 준비해 그녀에게 주었다. 그녀는 선물 준비를 못했다며 잠시 당황해했다. 대신 최근 사서 읽고 있는 책이 있다며 가방에서 꺼내어 내게 주었다. 그 책은 나태주 시인의 산문집인 '오늘도 네가 있어 마음속 꽃밭이다.'라는 책이었다. 선물을 교환 후 영화를 보았고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우리 진지하게 만나볼까요?"

".... 좋긴 한데 너무 가까운 관계라 생각 좀 해볼게요."

세 번째 만남에서 나의 제안은 보류되었다.



네 번째 만남은 1월 1일 새해였다. 책을 좋아하는 그녀에게 작은 편지를 써서 다시 고백 준비를 했다. 편지에는 나태주 시인의 '너를 두고'라는 시를 썼고 독립서점에 가서 그녀에게 편지를 주었다.



너를 두고 - 나태주 시인


세상에 와서

내가 하는 말 가운데서

가장 고운 말을

너에게 들려주고 싶다


세상에 와서

내가 가진 생각 가운데서

가장 예쁜 생각을

너에게 주고 싶다


세상에 와서

내가 할 수 있는 표정 가운데

가장 좋은 표정을

너에게 보이고 싶다


이것이 내가 너를

사랑하는 진정한 이유

나 스스로 네 앞에서 가장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소망이다.


*출처 : 나태주 시집, 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 열림원, 2019.



그녀가 편지를 다 읽은 듯하여 내가 그녀에게 물었다.

"저희 만나볼까요..?"

"좋아요.."

그녀는 수줍게 대답했고 1월 1일이 우리가 사귄 지 첫 번째 날이 되었다. 그녀와 처음 손을 잡고 지하철역으로 가는 동안 내 머릿속에는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녀를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게 해 줘야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그녀를 만나면서 회사생활에도 최선을 다했다. 업무량이 많아 힘들었지만 힘든 만큼 업무 능력은 성장했다. 짧은 시간 안에 원료, 부자재, 완제품 구매 및 수출입 등 다양한 업무를 하면서 구매 커리어를 넓혀 나갔다.


하지만 내가 '무너져도 괜찮아 4편'에서 써놓았듯이 회사가 경제적으로 어려워 팀장님을 정리해고했고, 나의 우수사원상 취소, 진급 누락을 겪으면서 회사생활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되었다.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일단 채용사이트에 들어가 보았다. 운 좋게 같은 업계 유명한 중견기업에서 구매 담당자를 채용을 한다고 쓰여있었다. 나는 어떻게든 그곳에 가고 싶다는 열망이 컸고 퇴근 후에 독서실에 가서 자기소개서 및 경력기술서를 최대한 섬세하면서도 간략히 정리해서 지원했다. 그 결과 서류 합격을 하였고 나는 면접을 보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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