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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Sep 30. 2022

나만의 그릿을 만들어가는 법

드림그릿

아래 글은 '우리, 이제 철 좀 듭시다'라는 모임에서 글을 쓰고 계신 '드림그릿'님께서 작성했습니다.

아직 브런치 작가가 아니셔서 제가 대신 발행합니다.


"한 인간의 의미는 그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그가 무엇을 얻고자 갈망하는가에 달려있다." - 칼릴 지브란-


나는 올해로 딱 5학년 8반이 되었다. 요즘은 평균 수명이 점점 늘어나 곧 백세시대가 열린다고 하니, 내 나이를 축구에 비유한다면 후반전이 시작되어 열심히 골을 차고 있는 셈이다. 지나온 인생의 전반전을 돌아보면,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언니와의 갈등 그리고 오랜 짝사랑 등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아프고 부끄러운 장면들이 스냅사진처럼 지나간다. 그때 왜 그랬는지 후회되지만 다시 돌이킬 수는 없다. 그러나 이 모든 실수나 실패, 방황들조차 나의 한 부분이 되었기에 더 이상 자책하지 말고 이제는 내 존재 자체로 충분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대부분의 여성 직장인의 삶이 그렇듯 사회적인 의무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그 역할을 감당해야 했다. 내가 책임져야 하는 것들에 치여 내 꿈보다는 남편과 자녀의 꿈을 먼저 생각해왔다. 내게 주어진 의무에 충실했다는 점에서 칭찬할만하지만, 정작 내 인생은 빈털터리가 되어버린 느낌이었다.


나름대로 성실하게 인생을 살아왔고, 한 직장에서 30년 넘게 충실하게 일해왔지만 늘 마음 한구석에는 은퇴 후의 삶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다. 여전히 삶을 꾸려가야 했기에 고민만 하고 시작해 볼 용기조차 없었다. 그러다 내 적성과 맞지도 않는 공인중개사나 요양보호사 자격증이라도 취득해놓을까 기웃거려보기도 했다. 어떤 선배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땄고, 어떤 후배는 뒤늦게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해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직장이 있으나 없으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돌이켜 생각하면 이런 지속적인 불안감이 나 자신과 좀 더 솔직한 대화를 하게끔 이끌어주었다.


‘내가 할 줄 아는 것은 회사 일밖에 없어. 일을 그만둔 다음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인생의 살날은 길어졌는데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아! 다음에는 뭘 해야 할까?’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지!’


나의 존재에 대한 질문은 이 세상에 나만의 이야기가 있는지에 대해 묻고
나를 정면으로 응시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코로나는 우리의 삶을 디지털 세계로 강제 이동시켰다. 사람들은 비대면 모임인 줌(ZOOM)이나 강의, 마스크 사용 등 일상의 변화에 빠르게 적응해 나갔다. 곧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믿음도 저버린 채 어느덧 2년이 속절없이 지나갔다. 그 기간 동안 내가 택한 것은 책 읽기였다. 나는 다시 책을 손에 들고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다 보니 독서만 하지 말고 글을 쓰고 싶어졌다.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SNS에 소박한 글쓰기를 시작했다. 이제는 작가로 살고 싶은 소박한 꿈을 꾸게 되었다.


친한 선배에게 작가가 되고 싶다는 속마음을 얘기했더니
기가 찬 듯 헛웃음을 내는 것이 아닌가?

착한 선배라 내게 직접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네가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도 안 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헤밍웨이의 글쓰기]에서 글쓰기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두 가지 요소는 참된 진지함과 재능이라고 했다. 유감스럽게도 내겐 그 재능이 없다. 그나마 인생에서 싫증 나지 않고 좋아하는 것이 책 읽고 영화 보는 것이다. 취미로만 살아도 될 일을 과한 욕심을 부리는 것 같지만, 다만 한 가지는 안다. 비록 재능은 없을지라도 더 늦기 전에 좋아하는 일을 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50~60대 늦은 나이에도 작가로 등단하시는 분들이 늘고 있다. 솔깃한 마음에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각자 긴 습작의 훈련을 인내해 오셨던 분들이었다. 짧은 시간에 작가로 성공하겠다는 생각은 섣부른 욕심이다.


우리 인생의 그릿(Grit)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그릿이란 성장(Growth), 회복력(Resilience), 내재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 끈기(Tenacity)의 줄임말로 성공과 성취를 끌어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투지 또는 용기를 뜻한다. 즉, 재능보다는 노력의 힘을 강조하는 개념이다. 결국 포기하지 않고 끈기를 가지고 노력하는 사람만이 성공할 수 있다. 당신도 인생의 그릿(Grit)을 원하는가? 당신이 부지런히 글쓰기를 멈추지 않는다면 당신도 작가가 될 수 있다. 다만 시작하지 않았을 뿐이다.


나는 현재 달리는 중이다. 목표지점이 어딘지는 알 수 없으나 그 지점을 향해 쓰러지면서도 계속 달린다. 자신의 몸을 소중하게 단련시키는 하루키처럼 나도 오늘을 달리는 것이다. 물론 나이가 드니 시력과 체력 이상으로 책 읽고 쓰는 일이 버거워질 때도 있지만 한 편의 글이 완성될 때마다 행복해진다. 글쓰기는 삶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거창하지 않을지라도 소박하게 글쓰기 훈련을 통해 성장해 나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나를 작가로 부르기로 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말하지만 이제야 글쓰기에 뜻을 두고 정진하려니 내 모습이 웃픈(웃기고도 슬픈) 것 사실이다. 그럼에도 평생 작가로 사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시작하기에 늦은 사람은 없다. 백세시대에 못할 것이 무엇인가? 적어도 20년은 글 쓰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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