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일고에서 내가 배운 것 #09
글, 서영은(35회. 2016년 졸업)
안녕하세요. 영일고등학교 35회 졸업생 서영은입니다.
저는 대학교 새내기로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영일고는 단순한 주입식 교육을 탈피하여, 토론, 발표, 조별 수업이 주로 이루어졌고, 반 안에서의 활동 외의 다양한 활동들을 합니다. 저는 가장 즐거웠고 의미 있던 활동 위주로 저의 고등학교 생활이 어떠했는지 소개하고, 대학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영일고에서의 가장 '즐거웠던' 활동은 음악, 체육 활동입니다. 영일고등학교에는 학생 개개인이 선택한 악기를 배우는 '1인 1악기' 프로그램이 있고, 매달 1번씩 토요일에 '토요 스포츠데이'라고 해서, 반 대항으로 피구나 축구, 배드민턴 게임을 합니다.
저는 1학년 때 ‘1인 1악기' 하는 시간을 항상 기대하고 기다렸습니다. 플루트, 색소폰, 드럼, 가야금 중에서, 우리나라 악기이기도 하고 노래도 함께 부를 수 있는 가야금을 선택했습니다. 12개의 가야금 줄을 튕기고, 구성진 우리나라 민요를 부를 때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쉬는 시간에는 가야금을 배우는 친구들과 둘러앉아 얘기도 하고, 가야금 선생님의 사랑 이야기(!)도 들으면서 재미있게 놀았던 기억이 납니다.
[사진 설명]
*왼쪽: 영일고의 1인 1악기 시간 중에 찍은 사진. 아마 아리랑을 연주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오른쪽: 고2 수학여행 때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 서울, 남해, 제주 중에서 우리 반은 남해로 수학여행을 갔었습니다.
체육 시간에 여러 구기 종목의 스포츠 활동을 배웠는데, 조를 이루어서 함께 경기를 했던 발야구, 배구가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목소리도 크고 의욕도 넘칠 뿐 아니라 열심히 했기 때문에 매번 조장을 했었습니다. 공을 잡으려고 하다 보면 무릎이 쓸리고 다쳐도 아픈 것도 못 느낄 만큼 경기에 푹 빠졌었습니다. 발야구와 배구와 같은 구기 종목은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 맡은 역할을 잘 해주어야 즉 팀워크가 잘 이뤄줘야 하는 경기이기 때문에,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면서 활동했습니다. 보통 고등학교들은 3학년이 되면 입시 준비에만 집중시키기 위해 예체능 과목 시간에 자습을 시키는데, 그것이 오히려 하루 종일 앉아있기만 하는 학생들을 더욱 답답하게 하고 운동부족을 만드는 안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일고는 학생들의 체육 활동을 장려함으로써 입시 준비로 지친 학생들의 몸과 마음이 건강히 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토요 스포츠데이에서 하는 경기는 반 대항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반 친구들과의 결속력을 높일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한동대에 와서도 여전히 1인 1악기를 하고 있습니다. ㅎㅎ 클래식 기타 동아리 ‘레버리’를 통해서 말이죠! 통기타와 달리 클래식 기타를 다른 사람들과 파트별로 나누어서 연주하는 합주를 주로 하기 때문에 함께 음악을 할 수 있습니다. 1학기 축제 때는 레버리에서 카페를 했었습니다. 보통 카페들과 같이 음료와 디저트를 파는데, 거기에 더하여 저희가 준비한 듀엣 곡을 메뉴에 적어서 신청을 받는 형식으로 운영되었습니다. 여러 지인들이 오셔서 저희가 준비한 곡을 들려주니 떨리고 설렜던 경험이었습니다. 이번 2학기에는 자체 공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곡을 정하고 콘셉트를 정하는 회의를 하는데, 적극적으로 제 생각과 의견을 내는데, 영일고에서의 토론, 발표 수업 때의 말하기 능력이 많이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사진 설명]
*왼쪽: 대학 진학 후, 레버리 카페에서 듀엣 연주를 하고 있는 사진.
*오른쪽: 대학교 동아리에서 여름방학 때 소록도로 봉사활동을 가서 찍은 사진.
다음으로 영일고에서의 가장 ‘의미 있던’ 활동은 봉사활동입니다. '영일과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잘한다'라고 영일고와 자매결연을 맺은 많은 사회복지기관에서 칭찬한다고 합니다. 영일고에서는 봉사 시간만을 위한 일회적인 봉사활동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진정으로 돕고 사랑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봉사활동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각자 정해진 봉사활동기관으로 가기 전에, 영일고등학교 이름과 마크가 새겨진 조끼를 입고, 강당에 모여서 봉사활동 주의사항이나 교장선생님의 말씀을 듣습니다. 영일고의 이름과 마크가 새겨진 조끼를 입음으로써 좀 더 책임감을 가지고 봉사활동을 할 수 있었고, 교장선생님께서 항상 돌아올 때 보람과 뿌듯함을 가지고 돌아오라고 말씀해주시고, 사회복지 기관의 사람들을 편견의 시선에서 바라보지 말라고 좋은 말씀을 해 주셔서 활동이 끝난 이후의 봉사활동을 어떻게 보냈는가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1학년 때는 여러 복지시설을 방문하고, 2학년 때는 자신이 선택한 봉사활동장소에서만 활동합니다. 저는 '예티쉼터'를 선택하였었는데, 숙소 청소, 빨래, 잡초 뽑기, 페인트 칠하기, 낙엽 정리와 같은 시설 정리를 하기도 했었지만 더욱 기억에 남는 것은 장애인분들과 함께 산책을 했던 것입니다. 보람 있고 즐거웠다고 훈훈하게 말하고 싶지만, 솔직히 매우 힘들었습니다. 함께 산책을 했던 분들이 덩치 좋은 남자 지적 장애인 분들이었는데, 돌발행동을 많이 하고, 걸음도 너무 느려서 너무 힘들었습니다. 결국 돌아오는 길에는 산책 파트너를 바꿔서 돌아왔었습니다. 놀란 저에게 함께 동행했던 사회복지사께서 '예티쉼터에 계신 지적 장애인분들은 큰 아기라고 생각해야 한다'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예티쉼터에서의 봉사활동을 다녀와서 몸은 세월에 따라 컸지만 정신은 아이에서 멈추어 버린 지적 장애인분들은 도움이 필요한데, 이분들에게는 어떤 도움을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까, 사회복지사의 역할은 어떤 것이고 자원봉사자의 역할은 어떤 것일까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한동대에서 이번 학기에 사회복지 개론 수업을 수강하고, 사회봉사를 함께 하고 있습니다. 두호동의 하나지역아동센터에서 기타 지도를 하고 있는데, 예티쉼터에서의 봉사활동이 사회복지 수업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사회봉사를 하는 데에도 매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수동적으로 사회복지사께서 하라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타를 어떻게 더 아이들이 흥미를 가지고 배울 수 있을지, 어떻게 가르치면 좋을지 고민하고, 수업 자료를 준비하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영일고 1학년 비전 발표 때 다른 사람을 좋아하고 돕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발표를 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이때의 고민과 생각을 간직하고 발전시켜서,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돕고 이 사회에서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영일고 수업은 토론, 발표, 조별 수업으로 주로 이루어집니다. 3년 동안 이런 수업을 듣다 보니 말하기에 대한 두려움도 없어졌고, 자신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익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대학교에 와서 토론, 발표, 팀플을 할 때, 큰 부담감을 느끼지 않고 편안하게 임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외에도 영일고등학교는 재미있는 축제가 있고, 특반 준특반이 없는 평등한 교실이 있고, 서로 의견을 나누는 토론 수업이 있고, 자신이 공부한 부분을 ppt 자료로 만들어서 발표하는 수업이 있고, 열정적이고 사랑이 넘치는 선생님들이 있고, 활발한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고, 장애인 친구들이 평범하게 반에 속하여 공부하고, 자신의 꿈을 키워 나갑니다.
영일고등학교에서의 모든 활동이 저의 대학생활의 밑거름이 되고 있고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영일고 입학을 고민하는 친구들도 즐겁고 의미 있는 고등학교 생활을 하기를 바랍니다~!
글, 서영은(35회. 2016년 졸업)
안녕하세요. 한동대학교에 재학 중인 서영은입니다. 평등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드는 사회복지사를 꿈꾸고 있습니다.
<졸업이 싫었어> 프로젝트는 영일고 졸업생들이 재학 중 미래의 의미 있는 삶을 준비하고, 더 넓고 따뜻한 관점으로 세상을 대하는 사람으로 성장한 기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