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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모 구거투스 Nov 03. 2016

내가 특별하다는 것

영일고에서 내가 배운 것 #08

글, 손기현(35회. 2016년 졸업)



대학생이 되어 가끔 고등학교 시절을 되돌아볼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영일고등학교에서 내가 얼마나 소중하고 특별한 것들을 경험하고 그로 인해 나 스스로가 얼마나 더 성장했는지를 깨닫곤 한다. 아마 이번 프로젝트에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참여할 수 있었던 이유도 그만큼 내가 영일고등학교에서 배운 것들이 너무나도 값진 것들임을 확신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영일고등학교에서의 나의 변화와 그로 인한 현재의 삶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사진 설명] 절친 민성이와 올 여름방학에 갔던 '내일로 여행'. 그 중 정말 가보고 싶었던 남이섬에서.



먼저, 발표와 토의에 익숙한 사람이 되었다.

대학생이 되니 수능과 대입을 위해 쉼 없이 달려오던 고등학생 때의 삶과는 많이 달랐다. 훨씬 여유 시간이 많아졌고, 또 참여할 수 있는 활동들의 폭이 넓어졌다. 또한 수업 방식, 과제도 크게 새로웠다. 그러면서 참 여러 번 느낀 것이 발표와 토론 혹은 토의의 중요성이었다. 작게는 학교 동아리, 크게는 취업까지 모두 중요한 곳이라면 면접을 거치지 않는 곳이 없었다. 또한 학교 수업의 거의 대부분이 조별 발표 혹은 개인 발표를 준비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수업 시간에 발표의 ‘발’ 자 또는 '토론'이라는 이야기만 교수님이 꺼내셔도 고개를 젓거나 한숨을 쉬는 학우들이 대부분이지만, 나는 오히려 기뻐하고 있다. 왜냐하면 발표와 토의는 영일고등학교를 졸업한 나에게는 일상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익숙하다고 해서 내가 유명 강사들처럼 물 흐르듯 매끄럽고, 청중들의 관심을 쏙쏙 이끌어내는 기막힌 재주를 가지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발표와 토의 수업을 경험해 보지 못한 이들이 느낄 수 있는 두려움과 불안 대신 나는 익숙함과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조금 더 현실적인 성취에 대해 말하자면, 위와 같은 장점들 덕분에 나는 지난 학기 발표와 토의가 성적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과목들 모두 아주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다.


[사진 설명] 영일고 졸업 후, 절친 민성이와 갔던 부산 '교복 여행'. 여유와 자유를 한껏 만끽한 여행이었다.



두 번째로, 함께하는 법을 아는 사람이 되었다.

그때는 잘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 나의 중학교 시절을 돌아보니, 정말로 공.부.만 했었다. 친구들과 시내로 놀러 나가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딱히 나만의 취미 생활을 즐긴 것도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나의 감정을 누군가에게 드러내는 것에 익숙하지 않게 되었다. 그랬기에 위로받는 법도, 누군가를 위로하는 법도 알지 잘 알지 못했다. 영일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그러한 것에 부족하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아직 경험해본 것보다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이 훨씬 더 많은 20살이지만, ‘함께 하는 법’은 그 어느 곳에서나 꼭 필요한 자질이라는 것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느끼게 된다. 그렇기에 영일고등학교에서 보낸 많은 시간들이 나에게는 천금보다도 귀중한 시간들이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다도, 1인 1악기는 물론이고 체육대회, 축제와 같이 전 학년이 함께하는 행사들 모두 나에게 큰 가르침이 되었다. 누군가는 학업에 방해가 된다고, 쓸데없는 행사라고 비난할지도 모를 우리 학교만의 특색 있는 교육들이 나를 변화하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이를 테면 체육대회에서 우리 팀이 이겼을 때 나의 기쁨을 옆자리의 누군가와 함께 나눌 줄 알게 되었고, 준비했던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무대에서 내려와서 서로를 격려할 때 느낄 수 있는, 함께해서 배가 되는 성취감을 알게 되었다. 또, 함께하는 법을 배우면서 조금씩 남에게 꽁꽁 감춰두기만 했던 ‘나’에 대해 이야기할 줄 알게 되었고 나의 감정을 누군가에게 드러내는 법을 배우게 되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 한층 밝은 사람이 되어 가고 있었다. 중학교 체육선생님께서 고등학생이 된 나를 이따금씩 학교에서 마주칠 때면 “참 밝아져서 보기 좋다”라는 말씀을 하셨던 이유도 아마 그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이렇듯 나는 영일고등학교에서 오로지 대입을 위한 지식만을 배운 것이 아니었다. 나도 몰랐던 나를 알아가고, 그 속에서 내적으로 성숙할 수 있는 시간들을 가질 수 있었다.


[사진 설명]

*왼쪽: 올해 9월 28일, 경북대 대강당에서 열린 삼성 라이브 퀴즈 콘서트 ‘청춘문답’. 강의도, 축하 공연도 모두 최고였다!

*오른쪽: 대학 새내기의 첫 대학 축제.



마지막으로, 나도 몰랐던 나를 알게 되었다.

나는 영일고등학교에서 그전까지는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였다. 축제에 참가하는 것도 새로웠고, 체육대회 응원도 새로웠고, 홍보 동아리도 새로웠다. 또 R&E, 심폐 소생술 대회, 북콘서트 등 정말 상상도 할 수 없을만큼 새로운 것들을 많이 접하며 생활했었다. 특히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나의 흥을 표출하고, 말 또는 발표를 해야 하는 경험들이 많았다.

 

참 많은 경험들이 나도 몰랐던 나를 알게 해주었지만, 그 중 북콘서트는 몰랐던 나를 알게 되는 데 단연 최고의 활동이었다고 생각한다. 북 콘서트는 내가 진행한 것이 제 1회, 즉 최초였기 때문에 나의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었다. 쉽게 말해 내 마음대로 행사를 만들어 나갈 수 있었다. 또, 기획자이자 사회자 역할을 맡아 진행 멘트 또한 준비해야 했다. 바로 그 과정들 속에서 나는 나도 몰랐던 나의 흥과 재능을 발견할 수 있었다.

북콘서트 이전에는 과제, 혹은 대회와 같은 딱딱한 형식의 발표만 경험했고 또 준비했다. 그렇기에 북콘서트와 같이 재치 있는 멘트와 청중들의 호응을 유도할 수 있는 입담이 필요한 말하기는 경험해보지 못했고 내가 그러한 역할에 큰 흥미를 느낀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더불어 그러한 것에 내가 썩 괜찮은 재능을 갖춘 것도 알지 못했다. 정말 감사하게도 나는 영일고등학교, 독서토론부를 만나 그런 나를 알게 해 준 ‘북콘서트’라는 것을 맡을 수 있었고, 그 후로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에 더욱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또 앞으로 그런 행사를 진행하는 사회자 역할에 과감히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이 외에도 수많은 경험들이 나도 몰랐던 새로운 나를 알게 해 주었고, 내가 나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이는 앞으로 내가 직업을 결정할 때도,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그렇기에 나에게 영일고등학교 진학은 진정한 나를 알게 해 준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사진 설명]

*왼쪽: 고등학교 3학년 때 나의 자습실 책상. 책상 사진만 봐도 그 때의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듯하다.

*오른쪽: 정말 의미있었던 포스텍 R&E. 시야 검사계의 안면 밀착부 프로토타입(prototype)을 제작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날에 후회하지 않고 감사해 하기를.


나는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참 다양한 활동들에 참여했었다.

독서 토론부와 같이 정규 동아리 활동은 물론이고, 홍보 동아리와 같은 사설 동아리, R&E, 학생회, 멘토링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열심히 참여하고 활동했다. 그래서 수시에 나름대로 자신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고3 때, 원하는 대학에서 합격이란 두 글자를 받을 수 없었고, 그래서 내가 했던 모든 활동들이 부질없어 보였었다. 또, 나의 고등학교 3년 생활에 대한 큰 회의감과 좌절감에 빠져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하였다. 


하지만 몇 개월이 지난 지금, 다시 그 시절을 곰곰이 되짚어보니 3년 동안 내가 입시 결과보다 소중한 것들을 훨씬 많이 얻었으며,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그래서 나는 지난 3년의 생활을 전혀 후회하지 않으며, 영일고등학교를 다닐 수 있었던 것에 정말로 감사한다. 이 글을 읽을 그 누군가가 눈 앞의 것에만 급급한 나날들 대신, 먼 훗날 되돌아보았을 때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의미 있는 나날들을 보냈으면 좋겠다. 물론, 앞으로의 나 또한 그러기를 소망한다.



글, 손기현(35회. 2016년 졸업)

영일고 2013년도 학생회 1학년장과 영일고 홍보 동아리(MOY)의 부장으로 활동했습니다. 현재 경북대학교 응용생명과학부에 재학 중이며, 매 순간이 나의 가치를 올리는 시간이 되도록 노력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수능을 치르기 전, 1년간 함께 지냈던 문성재 후배들이 이벤트를 준비해 주었다. 정말정말 고마웠고 큰 감동을 받았었다.


<졸업이 싫었어> 프로젝트는 영일고 졸업생들이 재학 중 미래의 의미 있는 삶을 준비하고, 더 넓고 따뜻한 관점으로 세상을 대하는 사람으로 성장한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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