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의풍경 Apr 17. 2024

하루키가 극찬한 우동집

가가와현 여행법


이곳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우동집들 중에서도 최고의 깊은 맛을
지닌 곳이었다.

하루키의 여행법 중에서



하루키가 극찬한 우동집은 일본 가가와현의 나카무라 우동집이다. 논 한가운데 있는 데다 간판도 없어 찾기 힘들다는데 하루키가 다녀간 이후 유명해졌다.



하루키는 그의 여행기에서 나카무라 우동을 먹으며 '세상이야 어떻게 돌아가건 말건 내가 알 바 아니다'라는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 우동에는 '인간의 지적 욕망을 마모시키는 요소가 들어 있는 것 같다'라고 했다.



'최고의 걸작' 나카무라 우동을 먹어본 사람은 진정 행복한 사람이라 일컫는 그의 글을 읽으니, 가가와현에 온 이상 안 먹어 볼 수 없었다. 그 여행기는 90년대에 쓰인 것이고 내가 방문했을 당시는 2018년이었으니 나카무라 우동이 지금껏 영업하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조바심도 들었으나 일본은 가업을 잇는 일이 흔하니 여전히 영업하고 있을 거란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역시 생각대로 나카무라 우동은  건재했다. 하루키 덕분에 이미 유명한 우동집이 되어 있었고, 다들 그 '걸작'을 맛보려 아침부터 일찍 줄을 선다 했다.  료칸에서 하루 묵고 우리가 다카마쓰로 넘어간 그날은 2018년 1월 9일 화요일이었다.

 

그리고

나카무라 우동의 휴무일은


매주 화요일이었다....




사전조사가 미흡한 남편만 탓할 수도 없었다.

나도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동선을 짠 운전자만 믿었으니까. 그럼에도 자꾸 입이 나오고 볼멘소리를 감출 수 없었다. 내가 언제 또 가가와현에 여행을 와보겠냐며.



결국 나카무라우동 못지않게 맛집으로 유명우동집을 찾아갔다. 점심시간 전이었음에도 사람들로 붐볐다.


이 집 면발도 쫄깃하고 국물도 맛있었지만 내 마음에는 알 수 없는 불만족이 쌓였다. 하루키가 표현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건 말건'이어야 했고, '지적 욕망을 마모시켜야' 했으며, '최고의 걸작'이어야 했다.



뇌는 분명 미각을 지배할 것이다. 이 집보다 나카무라우동이 훨씬 더 맛있을 거라는 미련이, 나도 하루키가 맛본 궁극을 체험하고 싶다는 욕망이, 미각을 헤집어 놓았다.



여행은 늘 좌충우돌 시트콤이었다.

늘 무언가를 잃어버리고, 뭔가에 사로잡히면 쩔쩔매느라 온전히 즐기지 못했던 것 같다. 여행지에서 스스로 녹음기가 되고 카메라가 된다는 하루키. 그처럼 여행하기란 도무지 쉬운 일이 아니다. 나 혼자라면 모를까...



"나 사실은 그렇게 우동을 좋아하진 않아. "


내내 투덜거린 게 미안하여 이런 말을 내뱉었지만, 지금 돌이켜 봐도 치기가 짙게 배었다. 화요일 피해서 다시 오자고 했지만 이후로 코로나가 휩쓸었다. 당시 초등 2학년이던 아이는 어느새 중학생이다.



그건 그렇고 하루키는 나카무라 우동집에 대해 언급하며, 일부러 먼 곳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지만 비행기를 타고 올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한국에서 하루키 덕후들이 많이 찾아가는 건 알고 있을까? 나처럼 허당인 사람을 포함해서.



이건 순전히 팬심에 하는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방콕을 걷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