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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큼대마왕 Jan 24. 2022

3. 베트남에는 한류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베트남에는 한류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한국영화 <완벽한 타인>이 베트남에서 리메이크되어 200만 관객을 동원하고 베트남 영화 사상 최초로 4주 연속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흥행 몰이를 하고 있다. 영화 시장 규모가 작은 베트남에서 200만 관객이면 한국에서 1천만 관객 동원과 같은 흥행 성적이다. <완벽한 타인>은 본래 이탈리아 영화가 원작으로 전 세계 18개국에서 리메이크 된 영화이지만 베트남에서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하면서 한국 버전을 리메이크 했다. <Tiec Tran Mau (붉은 달빛 축제)>라는 제목으로 개봉한 이 영화는 ‘미성년자 관람불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한 달간 78억원의 (VND 1,550억동) 매출을 올려 이미 제작비의 5배 이상을 회수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확산으로 전세계 영화 산업이 크게 위축되고 극장들이 고사 직전인 상황에도 급성장하고 있는 베트남 영화계 중심에는 한국 영화 자본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베트남 전국180여개 극장 중 한국의 CJ CGV가 82개, 롯데시네마가 45개로 (각사 베트남 홈페이지 정보 기준) 한국의 양대 극장 체인이 베트남 상영관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아직까지 베트남에는 한국처럼 ‘영화상영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같은 실시간 관객수를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어서 100% 정확하게 관객수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업계의 관계자에 따르면 2019년 베트남 영화 업계 추정 극장관객수가 대략 5,000만명으로 CJ CGV가 관객 점유율 50%로 1위, 롯데시네마가 25% 점유로 2위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의 리서치 회사 B&Company에 따르면 2015년 베트남에서 영화 티켓 판매 매출은 1억 400만 (1160억원) 달러를 기록했고 2020년에는 2억 달러로(2,240억원) 5년 만에 100% 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2019년 베트남 추정 ‘관객수 5,000만명’ X ‘베트남 극장 티켓 값이 4,000원’이면 약 2,000억원 매출이니 코로나 확산만 아니었다면 2020년에는 예측보다 더 큰 2,400억원 시장 규모가 되었을 것이다. 


한국계 영화 산업 자본들은 베트남 관객 점유율에서 뿐만 아니라 베트남 현지 영화 제작에도 활발하다. 베트남에서 가장 흥행한 베트남 영화 Top 10중 상당수가 한국 영화를 리메이크 했거나 CJ엔터테인먼트와 롯데엔터테인먼트가 현지에서 베트남 콘텐츠로 제작한 영화들이다. 한국 영화 <수상한 그녀>, <써니>, <과속 스캔들>등을 리메이크 한 작품들은 대표적인 베트남 영화 흥행작들이다.


왼쪽 부터 베트남에서 리메이크한 '써니', '수상한 그녀', '과속스캔들', 모두 베트남 최고의 흥행을 기록했다.


지금까지 필자가 쓴 글을 읽다 보면 한국 영화 콘텐츠, K-Movie가 베트남에서 무조건 성공할 것만 같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딱 거기까지이다. <수상한 그녀>의 리메이크를 필두로 수 없이 많은 한국 영화 리메이크 작품들이 쏟아졌지만 대부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지나치게 많은 한국 영화 리메이크작들이 제작되다 보니 베트남 관객들은 싫증을 낼 수 밖에 없다. 베트남 영화 관계자들도 나름의 예술성을 가지고 작품 제작에 참여하는데 한국 제작사에서 대본, 소품 하나까지 심하게 간섭하다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베트남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영화는 미국 헐리우드 영화들이다.


베트남에서 의외로 한국 영화는 인기가 없다. 베트남 전체 영화 시장 점유율의 60~70%는 미국 헐리우드 영화이고 베트남 현지 영화 점유율은 20~30%이다. 한국에서 생각하는 것과 달리 한국 영화 점유율은 10~15% 수준이다. 베트남은 중국과 더불어 한류 발상지이며 한국 드라마와 K-Pop이 열풍인 것은 맞지만 영화 흥행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은 왜일까? 2019년 6월 베트남 온라인 리서치 회사인 Q&Me가 16세~39세 사이 78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베트남 관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장르는 액션&히어로 (57%)과와 코미디(54%) 장르를 뽑았다. 그 다음으로는 SF공상과학물(40%) 로맨틱(37%) 장르를 선호했다. 간단한 설문 조사이지만 실제 베트남에서 흥행한 영화 성적과 반응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결과이다. 


베트남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액션&히어로물과 SF 공상과학물은 미국 헐리우드 영화와의 경쟁에서 한국 영화가 이기기 어려운 장르이다. 일명 때리고, 부수는 스펙터클한 미국 영화들의 규모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우리가 잘 아는 부분이다. 한국 영화가 승부를 걸 수 있는 부분은 액션물보다 제작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드는 코미디인데 한국인의 웃음 코드와 베트남의 웃음 코드는 비슷한 듯 다르다. 한국에서 1,6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역대 흥행 순위 2위를 기록한 <극한직업>은 베트남에서 인기있는 ‘액션+코미디’ 장르임에도 베트남에서는 소리소문 없이 막을 내렸다. 베트남 현지 제작 영화로 최고의 흥행을 거둔 영화들이 한국영화를 원작으로 두었지만 철저히 베트남 특유의 정서와 문화를 고스란히 반영해서 완벽한 베트남 영화로 상영된 것이다. 한국에서 낯선 소재는 빌려왔지만 결국은 베트남 영화였기에 흥행한 것이지 한국영화가 원작이었다는 이유로 흥행을 한 것은 아니다. 


이에 반해 K-Drama는 베트남에서 대단한 인기이다. 베트남 TV 어느 채널을 돌려도 2~3년전에 한국에서 방영된 드라마들 쉽게 볼 수 있다. 한국에서 인기리에 방영하는 드라마는 2~3시간 후면 베트남어 자막이 달린 채 인터넷에 공유된다. 요즘은 Netflix와 같은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덕에 한국에서 인기있는 드라마는 베트남에서도 곧바로 인기를 끈다. <이태원 클라쓰>같은 드라마는 베트남 젊은층들 사이에서도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한국 TV 드라마는 베트남 시장을 노리고 만든 것도 아닌데 베트남에서 대단한 인기를 끄는 요소는 무엇일까? 영화에 비해 TV 드라마는 인기 있는 연예인이 비중 있는 배역을 맡거나 여느 나라에서나 벌어질 법한 일상 생활 이야기를 주로 다루다 보니 상대적으로 인기가 있을 수도 있다. 한가지 더 있다면 온라인 불법 다운로드이다. 이때문에 얼핏 생각하면 베트남에서 유료 문화 콘텐츠 산업이 발전하기 힘들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도 불법 콘텐츠의 왕국이었지만 어느새 미국 헐리우드의 중요한 소비 시장이 되어 있는 모습을 돌아봐야 한다. 게다가 이제 K-팝과 K-무비가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베트남 콘텐츠 시장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도 없다.



다시 돌아가서 ‘베트남 한류는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라는 것을 마무리 지어 보자면 베트남 현지 제작 영화로 최고의 흥행을 거둔 영화들이 한국영화를 원작으로 두었지만 철저히 베트남 특유의 정서와 문화를 고스란히 반영해서 완벽한 베트남 영화로 상영된 것이다. 한국영화가 원작이었다는 이유로 흥행을 한 것은 아니다. 베트남에 한류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베트남 영화 산업에 관심 있는 한국 영화 제작사가 많다. 냉정한 투자자로서 현명한 판단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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