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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큼대마왕 Jan 24. 2022

2. 코로나 확산 속에 움트는 베트남 화장품 르네상스

COVID-19 팬데믹으로 전세계인이 재난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삶을 살고 있다. 집 밖으로 자유롭게 나가지도 못하고 일자리가 사라져 오늘 하루 먹을 것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 속에 있기도 하다. 이런 세계적인 재난 속에서 강력한 방역과 빠르게 성장하는 내수 시장 덕에 화장품 산업이 급성장하는 곳이 있다. 바로 베트남이다.


베트남은 Next China로 불리며 중국을 대체할 시장으로서 전세계에서 각광 받아왔다. 특히 한국은 지난 30년간 누적 기준 1위 베트남 투자 국가로서 베트남에 살고 있는 한국 교민과 주재원, 유학생이 약 17만명에 달한다. 베트남에 진출한 크고 작은 한국 기업들이 9,000개에 달하며 한국에서 황금알을 낳는 시장으로 평가받아왔다. 

<베트남 FDI 국가별 누적 투자 금액 및 비중 (출처, KOTRA 호치민 무역관)>

                        

베트남 한류 열풍으로 한국 화장품이 잘 팔릴 것이라는 안일한 기대감에 수 많은 한국 화장품 브랜드들이 베트남에 진출했다. 하지만 한국 제품이라는 이유만으로 물건을 사는 일은 없었고 베트남 소비자를 위한 제대로 된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회사는 거의 없었다. 게다가 한국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베트남 화장품 시장은 작았다.

<자료 출처, Statista, Cosmetics market in Vietnam - Statistics & Facts, 2020>

        


독일계 시장 조사 기업인 Statista에 따르면 베트남 화장품 시장 규모는 ASEAN 주요 6개국 중에 가장 작다. 2019년 기준 스킨케어 부문 USD 3억 4,100만달러 (한화 약 4,000억원), 메이크업 부문 1억 200만달러 (한화 약 1,200억원) 합계 약 4억 4,300만달러로 우리 돈 5천억원 시장이다. 베트남보다 인구가 2,700만명이나 적은 태국에 비하면 화장품 시장 규모는 1/6 수준이다. 그래서 그동안 한국에서의 기대에 비해 베트남 시장에 진출한 화장품 회사들의 결과는 썩 좋지 못했다. 하지만 베트남 시장은 2010년 2,150억원의 시장에서 2019년 5천억원으로 133% 성장했다. 2020년 통계가 나와있지는 않지만 현장에서 직접 살펴본 베트남 화장품 시장은 코로나 확산에도 위축되지 않고 오히려 화장품 유통망의 현대화와 현지 기업들의 시장 참여로 시장은 더욱 발전하고 있다.

 

베트남 화장품 르네상스 시작


1)    코로나로 하늘 길 끊긴 베트남, 밀수 시장 붕괴 시작

작년까지만 해도 베트남 화장품 시장의 70%는 보따리 밀수 시장이 차지했다. 그러던 것이 코로나로 비행기 길이 끊기면서 수입 유통로가 막히고 베트남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밀수 제품을 단속하면서 화장품 밀수 시장이 급격히 붕괴하고 있다. 밀수 화장품만 취급하던 화장품 매장들도 정식으로 수입 통관된 제품들만 판매하는 곳이 절반을 넘어서고 있다.


2)    밀수 시장 붕괴, 베트남 화장품 매장의 현대화

베트남에는 우리나라 남대문 지하 상가에서 보던 형태의 밀수품 매장이나 재래 시장 내에 있는 허름한 가게에서 판매되는 곳들이 많다. 하지만 2년 전부터 수도 하노이와 최대 경제 도시 호찌민을 중심으로 바코드로 가격을 확인하고 깔끔하게 진열된 매장들이 빠르게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젊은 소비자들 중심으로 직접 발라보고 품질을 확신할 수 있는 곳에서 제품을 사기 시작했다. 앞서 언급한대로 코로나 때문에 밀수업자들의 수입 경로가 막혀 베트남 화장품 시장 환경의 변화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베트남 곳곳에서 여전히 왼쪽처럼 시장통해서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현대식 화장품 매장들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3)    베트남 기업들의 화장품 시장 참여 및 로컬 브랜드 출시

코로나로 본업이 힘들어진 베트남 기업들이 신규 사업으로 화장품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베트남 1위 ICT 기업인 FPT는 50개의 약국 체인점과 함께 F-Beauty라는 화장품 편집샵을 오픈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베트남 연예인, 뷰티 블로거들이 자신들의 이름을 내걸고 화장품 브랜드들이 런칭 러쉬를 이루고 있다. 베트남 유통 업체들도 한국 화장품 ODM 업체들을 통해 자신만의 브랜드를 내놓으며 시장을 더욱 키우고 있다. 그동안 베트남 화장품 시장은 해외 기업들 중심이었는데 현지 기업들이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규모가 급격히 커져가고 있는 것이다.


4)    새로운 소비 주체 베트남 밀레니얼 세대

 새로운 소비 주체 20대들이 베트남 화장품 유통 시장을 변화시키고 있다. 90년대생과 00년대생들인 이들은 전쟁 직후의 궁핍함을 겪은 70~80년생 부모들과 달리 부족함 없이 자라온 세대들로 저가 항공을 통해 해외 여행을 경험하고 가짜 상품에 민감하다. 베트남 밀레니얼 세대들의 등장은 한국 화장품의 르네상스를 만들어간 ‘90년대 X세대+밀네리얼’들의 출현과 비슷한 상황이다.


5)    한국 VS 베트남 화장품 시장의 평행 이론

 전세계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K-Beauty의 시작인 다양화 화장품 브랜드의 탄생이 불과 17년 전인 2003년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베트남에는 이제 막 연예인들을 중심으로 로컬 화장품들이 탄생하기 시작하고 로컬 기업이 운영하는 화장품 중심의 드럭스토어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에서 황금알을 낳는 시장이라 오인했었던 지난 10년간 베트남은 유통 혼돈기이자 Big bang 상황이었다. 12년 전인 2008년에야 처음으로 호치민에 현대식 백화점이 들어섰고 2010년 말레이시아계 백화점 Parkson이 베트남에 진출해 본격적으로 백화점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백화점이 제대로 자리 잡기도 전인 2015년부터 백화점들이 폐점하기 시작했고 이커머스 시장이 급격히 성장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단계별로 거쳐왔던 유통 체계가 순서 없이 건너 뛰면서 말 그대로 유통업계의 대혼돈기였다.  2016년에서야 베트남에 드럭스토어가 생기기 시작했고 그동안 현금 거래하던 베트남 화장품 유통 채널에 2018년이 되어서야 POS 단말기를 갖춘 현대식 화장품 편집샵들이 증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선진 유통 시장에서 100년 동안 겪을 일을 베트남 불과 12년 사이에 겪은 것이다. 그런데 이제 그 유통망들이 안정화되고 베트남 소비자들도 익숙해져 갔다.


빠르게 변화한 유통망에 비해 베트남 화장품 제조 업체 수준은 아직도 한참 부족하다. 베트남에는 낮은 수준의 화장품을 소량으로 생산하는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아직 제품 라인을 갖추고 브랜드 인지도를 갖춘 번듯한 로컬 화장품 브랜드가 없다. 하지만 어제와 오늘이 다를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변화하는 베트남이기에 수 년 내에 베트남의 이니스프리, 미샤 같은 화장품 브랜드가 출연하는 것은 시간 문제이다. 베트남 화장품 시장의 르네상스는 이제 시작했고 화려하게 꽃 피울 날이 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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