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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교교한 밤을 보내는 방법

저렴 버전 예술 감성 에세이 #01

by 서안
밤하늘이 청명하고, 달빛이 교교한 밤에는 녹턴을 들어야 한다.


밤하늘이 청명하고, 달빛이 교교한 밤에는 음악을 들어야 한다.

음악은 영롱해야 한다.

이런 밤에는 쇼팽의 음악이 제 맛이다.


쇼팽의 음악을 그린다면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 될 터이다.

밤의 달빛과 어울리는 아르페지오를 감싸 안으려면 쇼팽이어야 한다.

녹턴이어야 한다.

9번의 둘째여야 한다.


TheStarryNight_Gogh.png The Starry Night | Vincent van Gogh | 1889


모두 젊어서 쇼팽을 연주한다.

쇼팽 또한 20살에 작곡한 곡이니, 젊고 영롱하고 아름답게 연주해야 한다.

모두 젊고 영롱하고 아름답게 쇼팽으로 시작한다.


백건우 선생님은 막바지에 다시 한 번 쇼팽을 연주했다.

그의 쇼팽은 여전히 젊다. 완숙하게 젊다.

완숙하게 젊은 그 소리는 쨍한 영롱함보다 시리도록 투명한 느낌이다.

그래서 달빛으로 감싸안고 들어야 한다.


https://youtu.be/JDvckfO1_GQ


밤하늘을 바라보며 앉아야 한다.

홀로 하늘을 응시해야 한다.

체온으로 데운 위스키가 있어야 한다.

연주만큼 농익은 향이 필요하다.

그의 연주만큼 숙성된 위스키라면 더할 나위 없다.

입안의 향과 연주의 화려한 트릴을 함께 삼켜야 한다.


연주의 화려함이 눈부시게 피어나 귀로 흘러들고,

밤하는 교교한 달빛은 동공을 감싸고,

위스키의 향은 입안을 채운다.


5분여간의 주체할 수 없는 음악의 향이 나를 채운다.

달빛의 교교함이 가득한 밤이고, 나는 행복했다.

그것으로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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