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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고르 Jan 29. 2022

사랑을 노력한다는 게 말이 되니?

응. 사랑에 노력은 필수야.

"교수님. 교수님이 생각하는 사랑이란 무엇인가요?"


철학 수업 교수님에게 당차게 질문했다. 나는 여러 번의 연애경험이 있었음에도 사랑에 대해 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연인에게 상대방을 늘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사랑의 정의조차 못 내리고 있다는 것이 찜찜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틈날 때마다 사랑이 도대체 무슨 감정인지 궁금해했다. 무엇을 사랑이라고 정의해야 할까. 왜 사랑학개론 같은 건 없는 걸까. 누구나 사랑을 하고 사는 것 같은데 왜 아무도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걸까. 사랑 관련 서적을 뒤져봐도 저자의 개인적인 의견만 있을 뿐 과학적으로 증명됐다거나 세상 사람 모두가 공감할만한 내용은 아닌 것 같았다.


몇 번의 연애경험이 있고 현재 결혼을 한 나로서도 아직 사랑을 딱히 한 문장으로 정의 내리진 못하겠다. 하지만 사랑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알 것 같다.


첫 번째. 사랑은 '무'조건이다. 부모님을 향한 사랑. 또 자식을 위한 사랑. 부모와 자식은 서로를 조건 없이 사랑한다. 연인과 부부간의 사랑도 같은 맥락 하에 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사랑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가수 박원의 노래 가사 중 이런 말이 나온다. 


'사랑을 노력한다는 게 말이 되니'


하지만 내 경험에 의하면 사랑에 노력은 필수적이다. 가장 중요한 노력은 연인에 대한 감사이다. 부족한 나를 사랑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함을 느끼는 태도. 그 태도에서 사랑은 솟아난다. 참고로 연인의 수려한 외모 때문에 생겨난 사랑은 적응이 되면 순식간에 사라지고 만다. 


세 번째, 설렘의 크기는 사랑의 깊이와 반비례한다는 것. 케바케겠지만, 나는 오랜 기간 연애를 했음에도 아직도 설렌다는 개소리를 믿지 않는다. 각자의 눈에 콩깍지가 씌었을 때나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설렘이다. 서로를 어필하기 위해 썼던 가면을 벗었을 때 진정한 사랑이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오랜 연애기간을 지나 서로가 편해졌을 때, 우리는 본모습을 드러낸다. 본모습조차 사랑하기로 했다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사랑을 시작하는 것이다. 가면을 벗은 상대방의 그 자체를 존중해줄 수 있을 때, 좀 더 성숙한 사랑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진정한 사랑은 습관이다. 우리는 이제 사랑의 얕고 깊음을 재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생긴 깊은 안정감을 기반으로 부모님을 향한 사랑과 같은 류인 조건 없는 사랑을 하게 된다. 


아내와 함께 산지 2년이 됐다. 살아가는 세월과 사랑의 깊이가 비례한다면 앞으로 우리의 사랑이 갈 길은 한참이나 더 남았다. 


우리가 연애를 할 때와 굳이 비교한다면 난 이런 점이 좋다. 이제 헤어질 걱정을 안 해도 된다는 것. 누군가는 '잡은 물고기라서 그런 생각을 가지냐'라고 말할 테지만, 난 나와 아내의 사이가 정착이 되어 안정감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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