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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만 Jan 15. 2016

개인적인 2015년 영화 베스트 10

외국영화 부문

지난번에 게재한 2015년 한국영화 베스트 10 리스트에 이어
이번에는 외국영화 베스트 10 리스트를 선정해 보았습니다.
역시 2015년 1월부터 12월까지 국내 정식개봉된 외국영화들을 대상으로 했는데요, 
단 한 편을 제외하고는 할리우드 영화가 강세를 보였습니다.
아래는 그 리스트이며, 간단평도 함께 싣습니다.


1

0위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출연 : 데이지 리들리, 존 보예가, 아담 드라이버, 오스카 아이삭, 해리슨 포드, 캐리 피셔, 마크 해밀
감독 : J.J. 에이브럼스

저같은 비마니아들마저도 팬으로 흡수시키기 충분한 위력의 포문을 연 새로운 <스타워즈> 3부작의 첫번째 편입니다. 프리퀄이 지우다시피 했던 오리지널 3부작의 정서와 시청각적 포인트를 시대를 초월하여 고스란히 살려내면서, 오리지널 3부작에 대한 경의와 새롭게 시리즈에 진입하는 관객들에 대한 배려를 모두 놓치지 않은, 팬으로서의 애정과 감독으로서의 책임감에 모두 충실한 영화입니다. 조지 루카스가 어떻게 봤든 상관없이 이 정도 영향력의 프랜차이즈는 순전히 팬들과 관객들을 위해야 함을 생각한다면, 쌍제이 감독의 첫발을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럽습니다.




9위 <이미테이션 게임>

출연 : 베네딕트 컴버배치, 키이라 나이틀리, 매튜 구드, 마크 스트롱, 찰스 댄스
감독 : 모튼 틸덤

<셜록>을 넘어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대표작으로 반드시 기록되어야 하는 영화.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해독 불가능한 암호를 해독하려는 천재 수학자의 이야기는 보는 이의 지성만 자극할 줄 알았으나, 영환느 결국 머리와 가슴을 함께 깨우고 맙니다. 앨런 튜링이 만들어 이후 인공지능 기술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친 '튜링 테스트'와, 전쟁 중 그가 퍼즐 게임 같은 것으로 수많은 이들의 생사를 결정지어야 했던 현실, 그리고 그가 끝끝내 숨겨야 했던 개인적 비밀을 병치시키며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묻습니다. 해독 불가능한 암호 앞에 선, 그보다도 더 복잡다단한 암호를 품고 있었던 남자의 이야기는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품격 있는 연기로 우아함을 갖췄습니다.




8위 <스파이 브릿지>

출연 : 톰 행크스, 마크 라이런스, 에이미 라이언, 앨런 앨다
감독 : 스티븐 스필버그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말을 몸소 입증하는 영화. 스필버그의 손을 거치면 그렇게 차가울 것 같은 스파이 스릴러 영화도 따뜻해질 수 있음을 보여주지만, 그 따뜻함이란 단순히 얄팍한 할리우드식 휴머니즘이 아닙니다. 국가적, 이념적 울타리로부터 자유로운 채 철저히 자신의 직업적, 법적 윤리에만 충실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이라는 가장 중요한 본질에 다가선 주인공의 이야기는 자신이 왜 영화를 만드는지에 대한 스필버그의 변을 듣는 것 같기도 해 가슴 뭉클합니다. 온갖 이해타산의 가치를 넘어 인간됨의 도리를 발견해야 한다는 스필버그의 주관은 오락영화와 아트하우스영화의 경계를 넘어 점점 더 존경스럽게 무르익고 있음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톰 행크스와 마크 라이런스는 그런 감독의 주관을 관객에게 전하는 훌륭한 안내자입니다.




7회 <마션>

출연 : 맷 데이먼, 제시카 차스테인, 제프 다니엘스, 크리스튼 위그, 마이클 페냐, 세바스찬 스탠, 케이트 마라, 악셀 헤니, 치웨텔 에지오포
감독 : 리들리 스콧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변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거장 감독에게 경의를 표하게 되는 영화입니다. 설정에서 느껴질 수 있는 온갖 비장함과 진지함의 정서는 걷어낸 채, 원작이 지닌 쿨한 유머 코드를 그것도 힘에 부치는 기색 없이 능수능란하게 소화합니다. 거두절미하고 주인공 마크 와트니의 화성 생존기와 그를 구하려는 사람들의 고군분투 자체에만 집중하는 영화는, 단지 그것만으로도 이렇게 할 얘기가 많다는 것, 이렇게 의미있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합니다. 화성 생존기에 대한 과학적이고 실제적인 묘사, 그리고 그 생존기를 화려한 입담과 낙관적인 마인드로 써내려가는 마크 와트니의 모습은 곧 이것이 단지 '화성판 로빈슨 크루소'가 아닌 인생에 대한 신랄한 비유임을 일깨웁니다. 그를 살리려는 국경과 지위를 초월한 쿨한 인간애까지, <마션>은 사람과 세상에 대한 희망을 싹틔우는 보기 드문 SF물입니다.




6위 <버드맨>

출연 : 마이클 키튼, 자호 갈리피아나키스, 에드워드 노튼, 안드레아 라이즈보로, 에이미 라이언, 엠마 스톤, 나오미 왓츠
감독 :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온갖 상업성과 프랜차이즈들이 난무하는 할리우드가 그럼에도 왜 여전히 '꿈의 공장'이라 불리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증거. 감독이 추구하는 지금껏 본 적 없는 영화 형식에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기꺼이 힘을 모으고, 여기에 내로라하는 배급사가 흔쾌히 투자를 해 나온 결과물은 경이로우면서도 한편으론 부럽기도 했습니다. 촬영과 음악, 이야기와 연기 등 어느 것 하나 평범한 것이 없는 요소들을 접붙여, 인간이 살면서 만나는 가장 큰 과제인 '한계 넘기'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몸소 실천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영화라는 가장 대중적인 예술을 통해 극도의 대담함을 보여준, 그리고 다행히 열정과 생각과 기술이 모두 부응해 그 대담함을 부끄럽지 않게 하는 결과를 보여준 영화입니다.  




5위 <위플래쉬>

출연 : 마일즈 텔러, J.K. 시몬스 , 폴 라이저, 멜리사 베누와, 오스틴 스토웰
감독 : 데미언 차젤

스승과 제자가 주인공인 음악영화가 훌륭한 스릴러가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 여지껏 본 가장 강력한 에너지를 품은 음악영화입니다. 주재료가 되는 드럼이라는 악기마저도 깜찍하게 보일 만큼 뜨겁게 끓어오르는 스승의 집착과 제자의 열정, 그 두 가지가 불꽃튀게 부딪치며 시작되는 '핏빛 질주'에 가까운 연주는 음악이 주는 보통의 감동과는 거리가 먼, 신경질적이고 목이 바싹 타게 하는 전율을 자아냅니다. 그러나 폭주하는 드럼스틱과 그 위로 번개처럼 드나드는 두 주인공의 뜨거운 감정은, 단순히 음악의 에너지를 과시하는 것만을 넘어섭니다. 꿈과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휘몰아치는 광기는,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가장 절정의 순간이 과연 그들에게는 눈부신 비상의 순간인지 아니면 섬뜩한 파멸의 시작인지 주의깊게 들여다 보게 하는 기묘한 감정을 전합니다. 열정의 중독성에 대한 기상천외한 보고서입니다.




4위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출연 : 콜린 퍼스, 태런 에거튼, 사무엘 L. 잭슨, 마이클 케인, 마크 스트롱
감독 : 매튜 본

장르에 대한 이해도, 세계에 대한 인식도, 액션의 스타일도, 배우들의 수트빨까지도 모두가 '신사의 품격' 그 자체인 영화입니다. 정치, 경제, 언론, 종교 등 그 어떤 곳에도 성역을 두지 않은 악동에 가까운 풍자 정신이 첫번째 감동을 줍니다. 그러나 현대의 스파이 영화가 안일하게 의존해 왔던 '기름진 낭만'이나 '멋을 위한 멋'을 모조리 제거해 버린 채, 가차없는 액션과 국가에 대한 거침없는 풍자로 '범인류를 위한 신사'로 거듭나는 그들의 모습은 그 모든 풍자들이 국가를 막론한 모든 인간들을 위한 것이었음을 보여주며 두번째 감동을 안깁니다. 어떤 사상이나 이념, 국가적 가치로부터 자유로운 채 오로지 보편적인 인간의 존엄과 정의를 위해 폭주할 줄 아는, 발칙하지만 착하고 튀지만 올바르고 파격적이지만 우아한 영화. 같은 해 나온 <007 스펙터>가 실망스런 모습을 보여주면서 다행스럽게도 2015년 최고의 스파이 액션영화가 되었습니다.




3위 <인사이드 아웃>

목소리 출연 : 에이미 포엘러, 필리스 스미스, 빌 헤이더, 루이스 블랙, 민디 칼링, 다이안 레인, 카일 맥라클란
감독 : 피트 닥터

픽사 애니메이션의 팬으로서 몇년 간 잠시 주춤했던 픽사 영화가 이토록 화려하게 부활하는 순간을 목격하는 게 얼마나 감동적이던지요.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터 놓고는 남녀노소를 불문한 관객들이 그 길로 저절로 따라오게 만드는 그들의 솜씨와 진심에 또 한번 경의를 보내게 된 영화입니다. 인간의 온갖 감정이 형성되고 발전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화려한 시각효과와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보며 달콤한 놀라움을 경험하다가, 누구라도 겪었을 유년기의 심리적 혼란에 대한 사소하지만 사실적인 묘사에 저릿한 공감대를 느끼게 되고, 누구에게라도 닥칠 수 밖에 없는 슬픔의 순간을 내치지 않고 함께 포용하는 태도에서 벅찬 위로를 얻게 됩니다. 어른들은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 어린시절을 다시 만나며 서글픈 웃음을 짓게 되고, 행복에 대한 강박이 아닌 슬픔까지도 내 행복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법을 알게 되며 행복한 눈물을 흘립니다. 우리의 시시콜콜한 일상 속에 가장 위대한 이야기가 숨어 있을 수 있음을 황송할 만큼 눈부시게 입증한, 2015년에 나온 가장 고마운 영화 중 하나였습니다.




2위 <내일을 위한 시간>

출연 : 마리옹 꼬띠아르, 파브리지오 롱기온, 까뜨린느 살레, 올리비에 구르메
감독 : 장-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10위권에 있는 유일한 비영어권 영화. 좋은 영화는 때로 현란한 기술이 아닌, 사람과 세상을 향한 끊이지 않는 시선 그 자체로 완성됨을 보여주는 눈부신 사례입니다. 일자리를 되찾기 위한 한 여인의 1박 2일로부터 인생의 모든 것을 길어올리는 거장의 솜씨는, 자신만이 가능한 것을 개발한 것이라기보다 누구라도 할 수 있지만 하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더더욱 존경스럽습니다. 다르덴 형제 덕분에 우울증 속에서 몸부림치던 한 여인의 이 주말 이야기는 단순히 긴장과 불안이 감도는 1박 2일만은 아니게 됩니다. 사회가 인간을 운용하는 풍경을, 그 속에서 만들어지는 누구의 편도 쉽게 들지 못할 관계와 선택의 바다, 그 바다 밑으로 가라앉지 않고 끝까지 숨을 붙듬으로써 스스로 빛을 내게 되는 한 인간의 가슴 벅찬 초상을 만나는 위대한 모험이 됩니다. 좋은 영화는 누군가의 삶을 동경하게 하기보다 지금 나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점에서 <내일을 위한 시간>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영화입니다. 살아내는 행위 자체만으로 당신은 이미 지지 않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영화입니다. 




1위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출연 : 톰 하디, 샤를리즈 테론, 니콜라스 홀트, 휴 키스-번, 로지 헌팅턴 휘틀리, 조 크라비츠
감독 : 조지 밀러

영화 기술과 사회 현상에 향한 끈질긴 추구가 만들어낼 수 있는 할리우드 상업영화의 진화, 그 최정점에 선 영화입니다. 이 영화로 인해 앞으로 30년 전에 끝낸 줄 알았던 자신의 시리즈를 노장감독이 새삼 부활시키려 할 때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음을 알고 순순히 받아들여야 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현란한 편집과 같은 트릭을 이용해 손쉽게 구현한 것이 아닌, 폭주하는 자동차와 분노한 사람들, 인정사정없는 액션과 휘몰아치는 음악이 마구 뒤엉키는 광기 그 자체의 풍경을 보고 있자면 미치겠는 것을 넘어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그 광기가 시청각만 매료시키는 걸 넘어 심장을 관통하는 가장 큰 이유는 광기를 '절박함'으로 만드는 이유가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단지 지금의 세상을 약간 더 과장한 것 뿐인, 인간의 존엄이 파괴되는 세상 속에서 스스로 '집이 그리운 인간'임을 기꺼이 외치며 질주하는 그들의 모습. 그것은 이들의 질주가 얄팍한 '일탈'이 아닌 절실한 '귀향'의 여정임을 깨닫게 합니다. 그 순간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놀랍게도 감독의 전작인 <꼬마돼지 베이브>, <해피 피트> 같은 영화들과 일맥상통한다는 놀라운 사실 또한 깨닫게 합니다. 세월의 흐름에 꺾이지 않은 거장의 단단한 시선이 만든 걸작입니다.



이렇게 2015년에 본 영화들을 한국영화에 이어 외국영화까지 정리해 보았습니다.
2016년에는 어떤 좋은 영화들이 나올지 무척 기대되네요.
(벌써 몇편 만난 것 같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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