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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Mar 08. 2017

독일 마트의 폭탄세일 현장

Hauptspeise 본요리 2.


우리가 자주 애용하는 작은 마트 중에 Lidl 리들이라는 곳이 있다.  

대체적으로 육가공 식품류가 신선하고 그에 비해 가격이 착한 편이다.

주로 중저가 브랜드의 물품 들을 판매 하는 곳이다.

그리고 채소 나 과일의 상태와 맛이 좋은 편이며 특가 세일 상품 중에는 괜찮은 브랜드 물품 도 종종 끼여 있다.  

거의 모든 독일 전역에 퍼져 있는 리들 마트는 우리 동네만 해도 지역 별로 서너 군데는 되며

독일뿐만 아니라 몇몇의 유럽 다른 나라에서도 찾을 수 있는 곳이다.

예를 들어 폴란드, 크로아티아에서도 우리는 리들 을 만나서 무지 반가워했던 기억이 난다.    

리들 마트에서 오늘 우리로 하자면 땡처리? 창고정리? 또는 폭탄 세일?을 한다고 해서

눈썹이 휘날 리게 아침 일찍 나왔다.

그. 러. 나 세상은 넓고 부지런 한 사람들은 널렸으니...

이른 아침 시간 입구부터 이미 엄청난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오늘 폭탄 세일이 진행되는 이곳은 원래 이 지역에 있는 리들 마트로 판매 나갈 물건들을 공급받아 미리 쌓아 두거나

팔리지 않은 물건 들을 다시 수거해서 분류하고 정리해 두는 물류 창고인데  

일 년에 몇 번씩 이벤트처럼 기간을 정해 두고 그동안 모아둔 재고 상품 들을 가지고 일명 땡처리, 폭탄세일을 한다.

특히나 기획 특가 세일 상품으로 이미 판매되었던 옷 , 아이들 장난감, 식료품, 와인, 운동복, 신발, 정원 가구, 악기, 주방용품, 안마기 등등 아주 다양한 물건 들을 가지고 원래 정가 또는 특가 50프로부터 70프로 80프로 초특가 세일 가격으로 내어 놓았다.


그렇기 때문에  파격 적으로다 착한 가격에
당연히 물건의 수량은 정해져 있고 잡는 사람이 임자인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다시 말해 쌓아 놓은 물건더미에서도 쪽쪽 찾아낼 수 있는 좋은 눈과 찾아낸 것을 잽싸게 낙 야챌 수 있는 스피드가 관건 인 거다.

여기저기 빈틈을 비집고 돌아다니다 보니 애들은 빽빽 거리고 울어 대도 엄마 들은 매의 눈으로

물건을 고르기에 여념이 없었고 저 멀리 서도 원하는 물건이 눈에 띄면 축지법을 익힌 무원의 도인들처럼 날 듯이 와서는 탁~하니 잡아 챈다

평소 차분하고 느리다 싶던 독일 사람들이 이럴 때 급 빨라지는 모습을 보니 조금 낯 설기도 하지만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고 매한가지다 싶어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물론 요것, 것 들춰 보며 자기가 원하는 물품과 가격 대의 것이 나올 때까지 끝까지

살펴보며 비교 분석해 보는 인내심 강한 인간승리 스타일 들도 많이 볼 수 있었다.

왔다 갔다 하며 물건뿐만 아니라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 구경하는 재미도 솔솔 했다.

저 옷더미 사이로 보이는 브랜드 키보드가 원래 정가는 100유로가 넘는 것인데 특가 세일 상품으로 89유로에 나왔던 것을 여기서 40유로에 판매하고
있으니 제대로 폭탄 세일이다.

우리도 아이들 용으로 커다란 키보드 하나 카트에 담고 파묻힐 듯 많은 사람들 속을 부딪치지 않게 요령껏 이리저리 지나다녔다.

이 많은 사람들이 도대체 어디서 왔을까? 구시렁 거리 면서 말이다.   


돌아다니며 보니 50센트, 1유로, 2유로짜리의 스타킹, 양말, 속옷, 옷 들도 많았고

스키 바지, 잠바, 하나에 1유로짜리 들이 있었다

한화로 천이백 원짜리 싸도 너무 싸다 일회용 도 아니건만 말이다.   

천이백 원짜리 옷들이 색깔도 다양하고

디자인도 여러 가지여서 매일 하나씩 바꿔 가며 입 오렸는지

한 가득 쌓아 카트에 담아 놓고 다른 물건을 보러 다니는 사람 들도 많았다.

어쨌거나 가격이 워낙 착하니 일 년에 몇 번씩만 입는다 해도 괜찮을 듯싶긴 하다.  

또 이불, 사다리, 여행용 가방  등 생활 용품 들도 많았는데

번개와 동창인 사람들이 일사불란하게 카트에 담아 가 버려서 남아 있는 것이 없었다.

게다가 계산대에 줄은 또 얼마나 길던지 카트 가득 사가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계산 시간도 무지하게 걸렸다.


아무리 기다려도 줄지 않는 줄 속에서 사람 구경, 사람들이 사려고 담아 놓은 물건 구경하며

이리저리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였다. 아까부터 내가 탐내던 그러나 남아 있지 않았던 이불을

누가 사려고 담아 가다가 계산 전에 다시 살짝 내려놓은 것이 눈에 확~띄었다.

심 봤다.~ 나는 그 앞쪽에 서 있던 남편에게 " 여보야 그 이불 빨리 잡아 ~"

라고 소리쳤는데 그 말을 듣고 남편이 손을 뻗어 그 이불에 닫기도 전에 어디선가

벌처럼 날아와 슬라이딩 한 여인네가 있었으니 손을 뻗어 잡으려던 남편은 그만 뻘쭘히 섰고

코 앞에서 원하던 것을 고스란히 놓치는 장면을 그대로 목격한 나는 깊은 빡침이 일던 순간이었다.  

저 여인네가 다리로 꽉 잡아 누르고 있는 저 이불이 아까부터 내가 노리던 것인데... 에고~ 아까비~

간발의 차이로 뺏기고 말았다.

어디서 매일 빛의 속도로 슬라이딩 연습만 하다 왔는지 그녀의 빠르기는 우물쭈물 거리는

우리와는 버전이 다른 공이었다.

이거 이거 다음번 리들 마트의 땡처리 폭탄 세일 다시 오기 전까지

침대 위에 베개 던져 놓고 목표물을 향해 빠른 슬라이딩 하는 연습을 무한 반복해야 하려나 보다

어쨌거나 이런 세일에서는 원하는 것이 있다면 일단 잡고 봐야 하니까 말이다.

독일 마트의 아수라장 같던 폭탄세일 현장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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