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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Mar 22. 2017

독일에서 클락션 팡파르가  울려 퍼질 때

Hauptspeise 본 요리 33.



요즘 우리 동네는 100년 넘은 수로관 들을 차례차례 교체한다고

땅 파고... 수로관 파묻고.. 다시 흙 덮고.... 하느라고 온 동네가 공사장 이 따로 없다.

그 관계로다가 여기저기 턱턱 길이 막혀 평소 그냥 쭉 다니던 길을 돌아 돌아

두 세배의 시간을 더 들여 큰길과 맞물린 주택가 한가운데를 뚫고 다니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그 덕분에? 그 주택가 중에 한군데인 우리 집 앞은 출퇴근 시간 이면 난리도 아니다.



오늘 아침 너도 나도 바쁜 출근 시간의 일이다 독일에서는 웬만해서는 클락션을

빵빵 거리고 다니지 않는 편이다.

어쩌다 진짜 성질 급한 사람 이거나 또는 앞 차가 너무 속 터지게 또는 말도 안 되게 막고 있는

상황 일 때 간혹 빵~하는 소리를 듣고는 한다.

또는 버스 기사 아저씨나 택시 기사 아저씨들끼리는 서로 아는 사람들 간에 인사로

"어이 수고" 뭐 그런 의미로다가 클락션 가볍게 빵... 하고 지나간다.

그도 아니면 옆 차에 트렁크가 덜 닫혀 있거나 깜빡 이가 나갔다는 것을

알려 주기 위해 "거기 좀 보세요" 하는 의미로 클락션 살짝이 빵... 해 주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때문에 신경질 적으로 빵 빠 빵빵하는 클락션 소리는 좀체 듣기 어려우며

더군다나 독일에서 이차 저차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팡파르 이른바 릴레이 클락션은

주로 누군가 결혼했을 때 허니문 출발하는 신랑 신부 차에서 우리 이제 품절남 품절녀 됐어요.. 하는 의미로빵 빵... 하고 누르면 그 뒤를 잇는 친구 들 하객들 차량에서 "겁나 축하한다" 하는 축하의 의미로

연이어 빵.. 빵... 빵... 빵 클락션 빵 바레를 울려 주는데 그때 지나가는 사람들도 손을 흔들어 주거나

박수를 쳐 주는 경우도 있다.

또는 유로 챔피언리그 월드컵 등의 축구 경기에서 독일이 이겼을 때 승전보를 울리며

동네가 떠나가라 젊은것들을 선두로 빵빵 거리고 팡파르 클락션을 울려댄다.

그런데 오늘 아침은 그중에 하나도 아니고 평범한 평일의 출근 시간 이건만

동네 한가운데서 여지없이 클락션 팡파르가  릴레이로 울려 댔다.

그것도 왕창 힘 실어서.....


이유인즉슨~ 안 그래도 좁은 주택가 골목을 뚫고 늘어선 차 사이에 휙휙 지나다니는 자전거 들 까지

차례로 빠져나가려면 이 바쁜 아침 시간에 하세월 난리도 아니구먼..

그 길을 커다란 공사차가 떡~하니 가로막고 뒤에서 사람들이 땅 파고 매우고 앉아 계시니

막아 놓은 길은 막아 놓아서 못 다녀 터 놓은 길 조차 공사 차로 막아 놓으니 사람들은

오도 가도 못하고 꽉... 막힌 차 들이 열폭 하기 직전 이였던 것이다

해서 여기저기서 "에이 띠 어쩌란 말이냐 다 막아 놓고 그럼 우리는 날아가리~"  하는 뜻으로

빵빵 울려 대기 시작했다. 마치 시위 라도 하듯 이..

그랬더니 어쩔 수 없다 싶었던 공사차가 슬슬 차를 움직여 길을 터 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때다~싶어 쌩~하니 줄지어 지나가던 자동차들이 다시 한번

빵~한 번씩 클락션을 울리고 차례로 슝슝 지나쳐 지나간다.

나는 그 소리가 왠지 "비켜줘서 고마워요"라는 메시지로 들리지 않고

"줸장 아침부터 가지가지한다이~"로 들려왔다 단순히 내 느낌이지만 말이다

그러나 한 가지 더 놀라운 건 평소 우선 차선.. 이라던가 양보... 기다림..

참을성.. 등의 단어를 떠올리게 하고 비주얼은 송준기와 거리가 멀지만 어린이, 노인, 여성을

보호하고 기다려 주는 것들이 몸에 밴 독일 운전자 들도 상황이 이렇게 되면 돌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길 건너려고 서있는 사람들이 한참 이건만 아무도 기다려 주지 않고 쌩 하니 달려가기 바빴다.

한마디로 사람은 다 거기서 거기...

한참을 횡단보도에 서서 클락션 팡파르 안에 갇혀 길 건너라고 양보해

주지 않는 차 들에 눈 흘기며 지랄도 "니들도 도찐 개찐이여"를 외치고 있는 자리 몽땅한 아줌마 하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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