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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Jun 09. 2017

독일은 지금 달콤한 밭딸기 시즌

비 오는 날의 딸기 밭 그리고 엄마의 딸기잼


금요일 아침 이 되면 어김없이 우리 동네 장 이 선다.

오늘 장에는 신선한 채소 들과 달콤한 딸기 향이 진동하는 밭딸기들이 주를 이루었다.

독일에서는 보통 6월 초부터 독일산 밭딸기 들을 만날 수 있는데 밭딸기 들은 마트에서 사다 먹던 신맛이 많이 돌고 식감이 질긴 편인 길쭉하고 빨간 딸기보다 둥근 모양의 색감도 훨씬 밝은 주황색이다.

한입 베어 물면 그 당도와 보드라운 식감이 입속에서 밥 딸기 임을 저절로 알게 한다.

칼 덴이라는 우리 동네 밭에서 오늘 아침 수확했다는 딸기 1kg짜리 한통 을 5유로 95 (한화로 약 7천5백 원) 주고 사서 들고는 슬며시 지난해 막내를 데리고 칼 덴의 그 딸기밭에서 딸기를 따던 비 내리던 6월 어느 날이 떠올랐다.


큰아들을 기차역으로 데려다주고 집으로 오는 길에 원래 계획 에는 없던 칼 덴의 딸기밭을 들르게 되었다.

우리 집 마당에 심은 딸기는 잎은 푸르고 싱싱하건만

어째 6월이 되었어도 딸기는 열릴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는데

여기 밭에는 빨간 딸기가 종류 별로 조롱조롱 탐스럽게도 열려 있었다.

역시 까다롭다는 딸기 농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 보다.

밭고랑 사이사이에 일찍 수확하는 종류의 딸기 들은 벌써 빨갛게 익어 단내를 풍기고 있었고

조금 늦게 수확하는 다른 종류의 딸기 들은 아직 익지 않은 밝은 초록색의 열매들이 알알이

들어차 있었다. 사람들은 넓은 밭 사이사이에 쪼그리고 앉아 통하나 옆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며 한 곳에서만

싹쓸이? 를 해서 따기도 하고 요 쪽 조 쪽 을 살피며 매가 사냥을 하듯

멀~리 서도 빨갛고 탐스런 딸기가 포착되면 빛의 속도로 공중 부양? 해

다른 밭고랑 들을 넘나 들며 따러 다니는 사람들도 있었다.

우린 주로 남들 따는 것 구경 해 가며 어슬렁어슬렁 주워 오듯 딸기를 수확했다.

마치 척 봐도 뭘 아는 농사꾼처럼...


주말이라 커다란 통 하나씩 나누어 들고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들이 제법 많았다.

독일의 딸기밭에서는 직접 딸기를 따면서 중간중간에 먹는 것은 돈을 따로 내지 않는다.

어차피 밭에는 익어 가는 딸기가 지천이고 때맞추어 따주지 않으면 땅에 떨어져 못쓰게 되는 데다가

쭈그리고 앉아 따서 먹어 봐야 고양은 생각보다 많지가 않기 때문이다.

왜냐 하면 일단 딸기의 달콤한 냄새가 저절로 배부르게 하고 대부분 몇 개 따서 맛을 보고는 따는데

집중하느라 입에 넣을 새도 별로 없다.

그런데

우리 바로 건너편 쪽 밭고랑 에는 총출동 한 것으로 보이는

온 가족이 엄마와 아이들은 딸기를 따서 통에 담느라 분주하고

아빠는 혼자 딸기를 따는 족족이 입에 넣으시느라 바빠 보인다


밭고랑 사이사이를 누비며 초록의 잎사귀들을 들춰내고 소복이 들어 있는

빨갛게 잘 익은 딸기를 발견해 또옥~하고 따는 일은 어린 시절 좋아하던 보물찾기처럼 재미지다.

금방 딴 빨간 딸기 하나 입에 쏙 넣어 보니

음~!

부드럽고 달달한 그 맛이 기가 막히다~

손으로는 연신 딸기를 따면서 머리로는 요 신선한 딸기들로 무엇을 만들까나 부지런히 궁리하는데  

두둥~하고  떠오르는 달콤한 추억 하나  


어린 시절 한국에서 딸기가 제철 일 때면 친정 엄마는 동네로

과일 팔러 다니시던 아주머니에게 딸기를 한 양동이씩 사서는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꼭지를 따고 설탕 넣고 냄비에 얹어

보글보글 끓여 딸기잼을 만들어 주시곤 했다.

그런 날이면 학교 갔다가 집에 올 때면 그 달짝지근한 냄새가

마당 입구에서부터 솔솔~풍기곤 했었는데

보드랍고 하얀 식빵에 방금 만든 따끈하고 달콤한 딸기잼을 발라 한입 베어 물 때면

말랑말랑 한 달콤함 이 나른하게 온몸으로

퍼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탐스런 딸기와 함께 달달한 추억을 떠올리며 밭에서 열심히 딸기를 따고 있는데

난데없이 장대 같은 소나기가 내렸다.

독일의 날씨가 원래 자주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뭐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지만  

문제눈 보통 독일의 넓디넓은 딸기밭 에는 딸기를 따서 계산하거나 직접 만든 딸기잼 등을 살 수 있는 오두막 같이 생긴 작은 판매대 하나 달랑 허허벌판에 있을 뿐이니....

급히 비를 피할 곳이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빠르게 쏟아지는 소나기에 딸기를 따다 말고 엉거주춤 일어서던 사람들은 어느새 너나 할 것 없이 비를 피해 보려고 좁아터진 판매대 귀퉁 이에 다닥다닥 붙어 서서 애를 쓰고 있었다.

전깃줄에 조롱조롱 앉은 참새떼처럼...


워낙 비가 오다 말다 하는 날이 잦은 독일에서 사람들은 웬만한 비에는

우산도 안 쓰고 다니기 일쑤인데 굵은 장대비 이에 피할 곳 없는 곳이다 보니 작은 오두막 판매대 귀퉁이에서 다닥다닥 붙어 서서는 어떻게든 그 비를 피해 보려고 애쓰는 모습 들에 자꾸 웃음이 나왔다.

특히나 각자의 신체 구조에 따라 어깨, 배 등 가릴 수 없이 돌출된 부분 들은 작은 오두막 처마 밑에 머리를 들이 민다 해도 비를 피할 길이 없는데 말이다.

갑작스레 연출된 웃기는 풍경에 빙그레 웃으며 서로 예전부터 알던 사이처럼 나란히 서 있던 사람들은

비가 차츰 잦아들자 한 무리는 어차피 젖은 몸? 하고 다시 딸기를 따러 밭으로 씩씩하게 나갔고

또 한 무리는 딸기 값을 지불하고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딸기 밭에서 직접 따서 계산하는 것은 인건비가 빠지는 것이라 kg당 1유로 정도 싸게 살 수 있다.)


아무리 여름 이어도 물이 뚝뚝 떨어지는

젖은 옷이 몸에 쩍쩍 붙는 느낌은 그리 상쾌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한 바구니 따놓은 딸기만 얼른 계산하고는

이거 생크림 케이크 한번 만들어 먹고 딸기잼 한병 만들면 없겠다.

다음번에 와서 더 많이 따 야지~ 를 남긴 체

집으로 향했다.

우리 막내는 밭에서 딸기를 따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엄마 아빠와 밭고랑 사이을 비 맞으며 겅중겅중 뛰어다녔던 것이 더 재밌었나 보다.

그 와중에도 막내는 비에 젖어 자연스레 스타일링

된 자신의 머리를 거울로 쳐다보며 흡족한 듯 웃더니

물 묻으니까 멋있지? 한다.

우리 막내도 어른이 되면 내게 딸기 향에 무심코 떠오르는 엄마의 딸기잼처럼

비 오는 날 딸기밭에서의 추억이 한 장의 수채화처럼 떠오르고는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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