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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Aug 31. 2017

독일 먹거리로 만나 보는 계절.  


독일 장서는 날 풍경

시간의 흐름은 소리 없이 참 빠르기도 하다. 돌아서니 벌써 금요일이고 언제 더운 여름 이였나 싶게 가을이 찾아온다.

내게는 이렇게 흘러가는 계절을 실감할 수 있는 곳이 있는데.. 우리 동네 매주 금요일 이면 어김없이 서는 주말 장이다.

주말 장터에서 정든 동네 친구들과 만나 함께 장도 보고 브런치도 하며 이런저런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나누기도 하고 그 안에서 그때그때 만나지는 제철 과일 들과 채소들 그리고 꽃으로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는 한다.

오늘도 근처 농장에서 싣고 온 신선한 무, 단호박 등의 제철 채소... 사과, 자두, 미라벨른 등의 제철 과일 그리고 이 동네 향토 음식인 알레뷔어스트(바람에 건조한 육포의 한 종류)등 몇 가지를 요리조리 골라 담고 나니 손에 들린 장바구니가 제법 묵직해졌다. 왠지 부자가 된 기분이 든다.


장에 나온 채소 중에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하얗고 매끄러운 무와 짙은 주홍색의 단호박...

이 동네 무는 우리네 작고 단단하고 밑동에 초록이 감도는 한입 베어 물면 아삭하고 단물이 촉촉 하고 나오며 끝에 매운맛이 살짝 감도는 무와는 다르게 길고 허연 것이 이리저리 잘 휘어지며 물렁하고 설컹하고 맹맹하지만 속에 심만 안 박혀 있고 매끈 해도 땡큐 하게 국에 나물에 생채에 다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단지, 두고 먹을 깍두기나 섞박지 또는 김장 김치 안에 넣어 먹을 굵은 무로 사용하기에는 금세 물러져서 식감이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아삭 함 과는 거리가 멀지만 아쉬운 대로 무로 쓰는 데에는 무리가 없다.

저녁 에는 무 송송 썰어 넣고 쇠고기 잘라 넣어 무장국을 끓여야겠다.

가을이 오면 자주 만나지는 이 동네의 단호박은 짙은 주홍색에 겉껍질이 딱딱해서 껍질 까는 데 요령이 필요 하기도 하지만 단맛과 식감이 뛰어나 수프를 끓여도 맛나고 납작 납작 썰어 전을 부쳐도 좋고 미역국이나 홍합탕에 넣어 먹어도 훌륭하다.

토요일 점심 에는 우리 딸내미가 좋아하는 코코넛크림 넣은 단호박 수프를 끓여야겠다.


금요일 장 서는 날에는 근처 꽃 농장에서 가져온 어여쁜 꽃들도 언제나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발길을 인도하는데 특히나 독일 아줌마 들 중에는 꽃 없는 일상은 상상할 수 없다는 사람들도 많다.

그들 중에 한 명인 친구 엘피와 하이케는 집 식탁과 거실 그리고 복도에 놓아 둘 꽃들을 언제나 주말 장에서 골라 가져가는데 이번 주는 가을 냄새 솔솔 나는 보기만 해도 왠지 가을 가을 하는 것 같은 노란 해바라기와 주황색 꽈리를 한단씩 손에 들었다.

평소 나는 정원에 있는 꽃으로도 족하고 먹지 못하는 것에 돈들이는 것을 그리 좋아라 하지 않는 스타일 이건만 오늘은 새초롬하고 낭창낭창한 자주색과 하얀색의 소국이 나를 유혹한다.

그 자잘하고 아기자기한 작은 국화 한단씩을 안아 들고 어느새 집안 가득 가을을 들여놓은 듯 묘하게 설렌다.


이렇게 약속된 되면 변함없이 찾아오는 계절을 주말 장에 나온 과일 들과 채소 들로 느껴 본다.

 장에 나온 채소와 과일로 보는 계절의 변화

1. 독일 장에서는 Spargel, Bärlauch아스파라거스와 명이 나물이 봄을 알리고 손끝에 뭍은 2.Erdbeeren딸기향 마저 달달한 밭딸기가 여름의 시작을 알린다.  

한여름에 만나는 빨간 체리와 Kirsche 물 많고 시원한 수박 Wssermelone 그리고 노란 옥수수 Mais 가 끝물이 되어 갈 때쯤이면(이 동네는 찰옥수수는 없다. 달고 말랑한 옥수수를 그릴 해서 먹거나 샐러드에 넣어 먹는다.)

 3. 여름이 지나 어느덧  가을로 가는 시기인데 이때 독일의 장에 각종 사과 들과 Äpfel 우리의 표주박처럼 생긴 배 Biernen 자주색 자두 Zwetschgen, Pflaumen, 단호박Kürbis 이 나온다 이 어두운 자주색의 자두 들은 부드럽고 달아 그냥 먹기에도 맛나고 독일 엄마 들은 집집마다 다른 레시피로 직접  쨈을 만들어 오래 두고 먹거나 과일주를 담고 케이크이나 머핀을 굽는다.(자두 중에 길쭉한 계란형이 쯔벳쉬겐 이고 둥근 모양이 플라우멘 이다)

그리고 요 자두가 나오는 때 작고 동그랗고 노란 토마토 같이 생긴 Mirabellen 미라벨른 이라는 과일이 나오는데 이것으로도 쨈도 만들고 케이크에도 넣어 먹고 소스에도 넣어 먹고 음료도 만들고 과일주도 만들고 한다. 한입 베어 물면 달고 미라벨른 특유의 독특한 향이 난다.

그리고 4. 울긋불긋 가을 낙엽이 물들고 가을이 익어 갈 때면 단감 Kaki, Sharon, persimmon들이 장에 나오는데 한국의 홍시가 그리울 때면 단감을 사다가 며칠 푹 익혀 티스푼으로 떠먹으며 아쉬움을 달래고는 한다. 그러다 점점 해가 짧아지고 추워지기 시작하면서 겨울의 문턱에 이르면 우리의 굵은 밤 보다 알이 훨씬 작은 밤 Maronen과 새콤 달콤한 귤과 오렌지 Madarine, Orangen들이 나온다.


늘 비슷한 일상 속절없이 흘러가는 강물 줄기처럼 흐르는 시간 속에서도 내게 찾아온 계절의 변화를 정확히 알려 주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장에 나오는 먹거리 들이다.

오늘도 나는 주말 장에서 단호박과 자두 그리고 국화꽃을 장바구니에 담으며 우리에게 찾아온 가을을 반가이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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