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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Aug 24. 2017

그래, 진짜 너의 여행이 시작 된거야..


독일은 어느덧 무더운 여름이 지나 가을의 문턱을 넘으려는듯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하고 낮기온은 올라  옷 제대로 챙겨 입고 다니기 심히 고민 스런 날씨의 연속이다.

서늘한 아침 6시... 잠꾸러기 막내까지 온 가족이 기차역으로 가기 위해 일찍 일어나 준비하느라 부산스러웠다.

오늘은 스무 살짜리 큰아들이 대학 공부를 위해 미국으로 떠나는 날...

직장을 가야 하고... 학교를 가야 해서... 프랑크푸르트 공항까지 따라갈 수는 없지만 우리 동네 기차역까지는 온 가족이 함께 나가 큰아들을 배웅해 주기로 했다.


아직 동이 트지 않은 듯 어두침침한 이른 아침  출근시간이 되지 않은 거리는 차들도 사람없이 텅 비어 그저 한산했고 막힘이 없었다.

며칠 동안 이것저것 챙기며 아이를 떠나보낼 준비로 싱숭생숭 해 하던 내게 친구 홀가는

" 편지 도 부치면 몇 주씩 걸리던 그 옛날에 머나먼 한국에서 이곳 독일까지 너 혼자 유학 보내주신 너희 부모님도 있는데 요즘은 어디나 인터넷 다 되고 목소리 듣고 싶고 얼굴 보고 싶을 때마다 수시로 들을 수 있고 볼 수 있는데 뭔 걱정이야." 라며 위로를 건넸다.

그렇지... 그 예전 에는 그랬었지.... 울 엄마도 울 아버지도 지금의 내 마음보다 더했겠지.......

이제야 나는 그때의 울 엄마 아버지의 마음을 알듯 하니.. 자식이 크는 만큼 부모도 자라나 보다

딱 그만큼만.....


그래, 그 옛날에 비하면 지금은 모든 게 손쉬워졌잖아.. 그리고 우리 아들 자주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중간중간 떨어져 지내는 연습 그동안 충분히 했잖아...라고...

이제 혼자 생활해야 할 아이를 두고 울컥하지 않겠노라...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

그런데..

일찍 도착한 빌 헬름스 훼어 역에서 회색의 비둘기들만 종횡무진 날아다니는 휑한 주차장에서

커다란 짐가방을 이리저리 끌며 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울컥...


타고 가야 할 기차 시간을 확인하는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젠 어디 갔다 며칠 만에 다시 집으로 오는 것이 아니니 네가 집에 도착하면 바로 먹을 수 있게 김치찌개 끓여 놓고 있을게 라는 말은 당분간 할 수 없겠구나...

싶어... 또 울컥...

"형아 형아는 이것도 할 수 있어? 저거는? "이 라며 수시로 졸졸 쫓아다니며 귀엽게 조르던 10살이나 어린 막내 동생과 당분간 축구도 농구도 해줄 수 없고.....

또 학교 이야기, 친구들 이야기... 유행하는 노래 이야기 인 스터 그램의 사진 이야기.. 서로 통하는 공통 화제가 많아 여러 가지를 공유하는.. 가끔은  여자 친구 에게 선물할 것들을 의논해 주기도 하는 때로는 의젓한 여동생과 한동안 함께 할 수 없음에 아쉬운 이별의 포옹을 하는 아들의 눈 감은 앞모습에 다시 한번 울컥....



그 마음의 서걱거림에 나도 모르는 새 눈가에 맺힌 맑은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륵 떨어져 내리기 직전 아들이 타야 할 기차가 플랫폼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나는 얼른 손을 들어 물기를 닦아 내고 기차에 오르는 아들에게 이야기 했다. 

"아들 건강하게 잘 지내...아프지 말고 거기서 더 살 빠지면 용돈 안 보낸다" 라며 싱거운 웃음을 매단체...

점점 멀어져 가는 기차를 보며 나는 혼자 되뇌었다

"그래, 인생이라는 긴 여정 속에서 너의 진짜 여행이 시작 된거야.

어느 날 우리 없이 여행을 떠났던 그 순간처럼 말이야.... 가다 보면 내일이 기다려지고 즐거운 날도 있겠고 눈이 번쩍 뜨이게 흥미로운 일들도 있겠지... 그러나 때로는 힘 빠지는 날도 배고픈 날도 아픈 날도 있을지 몰라

또 길을 잃고 헤매는 날도 있겠지...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이 모여 너의 여행이 될 거야.

그런 너의 진짜 여행을 우린 변함없이 응원할게.. 사랑한다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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