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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Sep 30. 2016

독일 미디어의 중심  
그곳을 가다

어느 아들 바보 엄마의 수상 후기 


오늘은 우리 에겐

특별하고도 특별한 날이다 

이른 아침 

큰아들과 함께 

베를린 행 기차를 탔다. 

얼마 전 

아들 녀석이

미래의 2030년 에는

어떤 인프라 구조를 꿈꾸는가?

라는 테마로 

독일 정부가 주관하고

독일 대기업들이 후원하는  

독일 청소년 미디어 공모전에서

심사위원 부문과 온라인 네티즌 부문 

 웹 영상으로 

두부문에서 입상을 해서

그 상을 받으러 

베를린으로 간다.  

나는 어젯밤에  

내가 도레스 입고 

레드카펫 밟을 것도

아니건만

아들 일에 내가 더 들떠서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하느라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래서 눈도 팅팅

얼굴도 빵빵

호빵이 따로 없지만 

기분은 최상이다.  


주말이라 그런지

독일의 특급 열차 ICE 안은

사람들로 바글바글하고 

제법 시끄러운 분위기다.

그 와중에도 

나는 열심히 졸다 깨다를 

반복했고

베를린까지는 아직 한참 남았다.

잠에 겨운 눈으로 주변을 

쓱 훑어보니

옆에 아들은 조용히 책을 읽고 있고

맞은편 에는 어느새 

새로운 아주머니 한분이 

우아하게 앉아서 

뭔가를 열심히 쓰고 있다.  

심심해진 나는 

뭔가를 쓰던 것을 멈추고

나와 잠깐 눈이 마주친 

아주머니에게 

이때는 기회다 ~

슬슬 말을 붙였고

우리의 오가는 수다 속에

어느새 기차는 베를린 중앙역에

도착하고 있었다.  


이렇게 기차를 타고 

베를린 에 온 것이 얼마만 이던가!

가족이 많다 보니

언제나 차를 타고

왔었는데

왠지 기차 여행은 

진짜 여행의 느낌을 준다. 

게다가 

베를린 은 독일 땅에

내가

처음 발을 디뎠던 곳 이기도

 해서 감회가 더 새롭다. 

그때의 

나보다 조금? 어린

아들을 데리고

나는 마치 배낭여행하는

학생이 된 듯한 기분으로 

마냥 설레며

아들이 찾아내는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타며 

시상식 장으로 향했다.  



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우리는

입구에서 반갑게 맞아 주는

주최 측 직원 들의 안내를

받아

 시상식 장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대부분의 

다른 부문 수상자 들과 

동반 가족들이 하하 호호 웃으며

이미

파티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한쪽 에는 

시상식 전 간단한 아침 메뉴가

뷔페로 차려져 있고,

또 다른 쪽 에서는 

요리사들이 오가며 점심과 

디저트 준비로 바쁘다. 

이런 분위기는 언젠가 

드라마에서 나오든 무슨

연회장의 한 장면 같다. 

뮌헨, 보쿰 등 각기 다른 도시에서

온 사람들은 아예 여행용 가방을

가지고 도착했기 때문에

방 하나 에는 가방 들로 꽉 차 있고

부문은 다르지만

같은 테마로 작업을 하고

상을 받는 수상자 들은

심사위원 들과 

서로 관심 가는 것들에 대한 질문을

주고받느라 바빴으며 

따라온 가족 들도

연신 함께 사진 찍으며

처음 보는 사이 지만 

기쁜 날이니  

서로 축하해 주기 바빴다.



드디어 시상식이  

부문 별로 

 시작되었고

공모전의 각 후원 기관의 

대표 격인 심사위원들이 

수상자 들을 소개 하고

어떤 점이 그 수상자를 선택하게 된

동기 인지 이야기하고

상에 따라 상패와 장학금 또는

후원한 대기업에서 

실습 기회가 주어 졌다.  

그리고 

수상자 들의 수상 소감을 끝으로  

사진 촬영, 그다음이

수상작 들을 영상으로 보는 순서였다. 

두 부문에서 수상의 영광을 

차지한 우리 아들은

맨 마지막 순서 여서

그때까지 기다리느라  

카메라를 든 손에는

땀이 차이기 시작했다. 

이번 공모전 심사위원 중 한 분 인 

독일의 자동차, 버스, 지하철,

기차 등을 총괄하는

운송 협회 회장 이신 분이 

우리 아들을 호명하고 

아들아이를 소개하는데 

그 소개가 너무 자세해서

깜짝 놀랐다.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 아들에 대한 기사들이

인터넷에 많이 떠 있단다. 

(이해 하시라 

지금 대놓고 자랑질 중이며 

 아들 바보

엄마 인증 중이다.)

두 가지 부문에서 상을 받은

아들은 

상패와 천유로의 장학금 

한화로 약 백이십 만원 

그리고 

원하는 기업 에서의 실습 자리와 

그 기간 동안 숙식 등의 모든 것을 

제공받는다. 

커다란 화면에서 다시

보게 된

아들이 만든 영상은

시상식 장에서도 박수

갈채를 받았다.   


시상식이 멋지게 끝나고 나서 


우리는 주최 측 에서 준비 해준

맛난 점심을 먹고 

이번 공모전의 후원 기업 중 

하나이며

독일의 최대 멀티미디어 회사 중 하나 인

Axel Springer(악셀 스프링어)

그중에서 

독일의 대형 신문사 중 하나로 꼽히는

Die Welt로 디 벨트 견학을 갔다. 

견학을 가는 길 내내

자신을 신문사 

디 벨트의 저널리스트라고

소개한 

한 기자 분은

우리 아들에게 큰 관심을 보이며

 아이가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그 영상을 어떻게 만들게 되었는지 등의

이야기를 서로 나누었다.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며

나는 어떤 질문에도 

마치 준비된 것처럼

막힘 없이 대답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나는

동네 사람들 ~

얘가 바로 우리 아들이에요 

라며 주책을 떨고 

싶어

입이 간질 거렸다.  


그 기자 분의 안내로

신문사 디 벨트의 편집국의 

견학을 시작했다.  

신문사는 

들어갈 때부터 삼엄하고 엄격한 

출입 통제가 있었으며,

토요일 인데도 마감이 

얼마 남지 않은 담당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세계 곳곳에 있는 특파원들이

척척 보내온다는 생생한 속보 들과 

순간 검색 클릭 수 들이  큰 전광판에

수시로 떠오르며 

보는 사람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박진감 넘치는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아~ 역시 이곳이 독일을 움직이는

3대 신문사 중 한 곳이구나 하는

것을  실감하게 해 주었다. 

미래의 미디어 분야의 꿈나무 들인

수상자 들은

친절한 안내를 받으며

기사를  쓰고, 그것을 취합하고

붙이고 빼고 여러 가지

단계를 거쳐 

신문이 되어 나오는 과정을

그대로

 보고, 듣고 

또 , 그동안 궁금했던 것 들을 질문 할 수

있는 귀한 기회를 가지기도 했다. 



그중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언젠가 디 벨트 신문사로

어떤 남자가 

커다란 가방을 내려놓고

폭탄이다 소리 지르고 

도망을 갔단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다음날 나갈

신문 마감이 몇 시간 

남지 않은 급박한 상황에서

경찰이 출동했지만

폭탄의 유무를 검출하는데도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했단다. 

그래서

급하게 편집국으로 

정예요원 들이 이동하고

긴급 팀이 꾸려져 

간신히 데드라인을 맞췄다고

한다.  

아까 우리가 시상식을 했던

그 건물이 원래 긴급 상황에서

편집국을 꾸리던 비상 건물 이였다나...

어쩐지 시상식 장에서

신문사까지 한걸음에 올 만큼

가깝더라니 ~! 



우리는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

편집국 안에서  

신문사 기자 들의 업무, 속보

그리고 갑자기 터졌던 

돌발 사고 들 ,,, 등의 재미난 

뒷 이야기까지 속속들이 들으며

각자 다른 생각으로 눈을 반짝 였다.  

그중 누군가는

자기 아이가 언제가 이곳에서 

저렇게 기사를 다루게 

되는 것을 꿈꾸게 될 것이고 

또 그중에 누군 가는

이 시간에도 세계 어디 선가

일어나는 일들을 발 빠르게 

전하는 특파원이 되어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꿈꾸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들아 

너는 이 곳에서 무슨 꿈을

꾸고 있니? "



견학 이 끝나고

안내를 맡았던 

디 벨트 신문사 기자 분이

아들에게 뭔가 

기억에 남을 선물을 하고 

싶다며

편집국 깊숙이 있던

세계에서 극소수의 사람들만

읽을 수 있다는 특별한

신문을 한부 손에 쥐어 주었다. 

그 고마운 기자 분은

기뻐하는 

아들아이를 데리고 나오며

 원한다면

언제든지 디 벨트 신문사에서

실습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주겠다는

약속과 함께 

앞으로 대학 가서 어떤 

공부를 시작하던지 연락 하자며 

본인의 연락처를 건네주었다.  

명함을 받고 보니 본인을 기자의

한 사람이라고 만 소개하던 

그분은 

디 벨트의 부편집국장이었다. 

갑자기 

그분이 무척이나 남달라? 보이는

간사스러운 순간이었다.  



아름다운 토요일 오후

수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볼거리 가득한

베를린 시내를

사랑하는 큰아들과 나란히 

걸으며 

나는 

강물처럼 흘러가는 

 아름다운 시간과 추억 들을 

눈과 마음속 깊은 곳에 꼭꼭 눌러 

담았다. 

아들아 

오늘의 감동과 특별한 경험을

기억 창고 안 어딘가에 

잘 간직해  놓고

세상에서 너의 날개를 펼칠 

어느 날 

꿈과 열정의 충전이 필요할 때

다시 한번 꺼내어 보렴 

"우리 아들 오늘 정말 멋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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