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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Oct 03. 2016

빈 병 넣기 알바의 달인  



우리 집은 

본인이 늘 훈남이라는

근거 없는? 주장을 해대며 

거울도 안 보는 중년 남자 한 명과 ,  

이 정도면 충분히 심쿵 섹쉬 하노라 

택도 없는 착각으로

거울은 예전에 갖다 버린 지 오래인

중년의 여자 한 명,

그리고

가끔은 우리보다 더 어른스럽지만

때로는 피곤하게 굴기도 하는

20살짜리 큰 아들,  

평소에는 

지가 다 컸다고 드리 대고

 아쉬울 때는 아직 어리다고 

뻗대는 

고2 짜리 딸내미, 

가끔은 

형아, 누나보다 더 의젓 하지만

본색은 어리광 쟁이 

초등학교 3학년 짜리 막둥이 

이렇게

 다섯 이 지지고 볶고 산다.

뭐 다섯 식구라고

그~렇게? 많은 것 같지는

않은데....

시장을 볼 때나 남의 집에 초대받아

앞 세우고 뒷 세우고 갈 때면

쪼매 많기는 하다. 



어쨌거나

식구 적은 다른 집에 비해

우리는 필요한 것도 많고,

인구 밀도가 높아서 

뭐든 빨리 떨어 지기 때문에

시장도 자주 가야 한다. 

그중에서도 

특히나 자주 떨어지는

것 중에 하나가 물이다. 

독일은 

물이 좋지 않아

주로 사서 마시는 편인데,  

우리 동네 물은 그래도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석회의 양도 적고

그냥 마시기에도 적합하다고

이야기 하지만 

나중에 컵에 뿌옇게 

남는 석회의 흔적을 보면 

왠지 그냥 마시기가 좀 거시기하다. 

그래서 

보통 독일 가정에서는

간단한 필터 정수기로 

물을 걸러 내서 마시기도 하고

끓여서 

커피도 마시고 다른 차 종류도 

마시지만 

그냥 마시는 물이나 음료수는 

대부분 

마트에서 사다 마시는 경우가 많다. 

물론 

관공서나, 은행, 회사, 학교 등에는

정수기 시설이 되어 있는 곳도

있지만

독일은 한국처럼 집집마다

정수기 시설을 해 놓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다섯 식구인 우리 집은

마트에서

1.5리터짜리 물 여섯 병 들이 한 세트를 사면 

이삼일 이 못 간다.

그래서 

물은 미리 넉넉히 사다 놓고

마시는 편인데

2주만 되어도 빈 물병이 

집에 넘쳐 난다. 

여기서 잠깐!

아니 왜 빈 물 병을 안 버리고 

쌓아 두냐고 묻는 분들 계실 것이다.

독일에서 는 

위의 그림처럼 생긴 표시가

Pfand 판트 즉,

물 또는 음료수 빈 병을

환급받을 수 있다는 표시다.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우리가 물과 음료수를 살 때

저런 표시가 되어 있는 것들은

이미 판매 가격에 

보증금이 들어가 있다는 이야기다.

마치

 우리의 지하철 표 보증금 환급 

받는 것처럼 말이다. 

게 중에는 저런 표시 없이

그냥 마시고 버리면 되는

물과 음료수 병도 있다. 

그러나 

더 많은 것이

마시고  병을 돈으로 바꿀 수 있는

판트 병 들이다.  

그러니 저런 표시가 있는

병을 마시고 쓰레기 통에

곧장 골인 해 버린다면

아~니 아니 된다. 

돈을 버리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주에 한번

빈 병들이 잔뜩 담긴 봉투 들을

들고 저렇게 생긴

빈병 바꾸는 기계가 설치되어 있는

마트로 간다. 

특히나 우리 막내 

아직은 키도 작아 

까치발 들고 병을 집어넣고는 

눈을 반짝이며 좋아라 한다. 

왜냐 하면 

판트 한 병 값의

일부를 용돈으로 받기

때문이다.

이것이 우리 9살짜리

막내의 알바? 인 셈이다.  

 빈병을 판트 할 때면 

마치 우리 예전에

커다란 수레 가지고 다니시던

고물장수 아저씨에게

집에 모아 놓은 빈병을 가져다 드리고

고소한 뻥튀기로 바꿔 먹던 것이

떠오른다.  



우리 막내

기계에 빈병 넣는 알바?

까치발 띠고 진짜 열심히 한다. 

그러다가 

빈병을 기계에 서로 많이

넣으려고 

아빠와 아들이  

경쟁이라도 하듯이

마구 마구

너무 빨리 넣어 버려서

기계 가 삑~하고 다시 빈병을 

뱉어? 낸다. 

조금이라도 더 받아 내려는?

알바의 달인 아들과

쫌이라도 덜 주려고

안간힘을 쓰는 

아빠 크루지의 때아닌 

빈병 배틀 때문이다.  



빈병을 모두 넣고 

받은 오늘의 판트 영수증

7유로, 1유로 50, 3유로  

빈병을 넣다가 

중간에 

삑~하는 소리와 함께

 빈병이 다시 

되돌아 나오면 

그전에 넣은 빈병 값 까지만

계산되어서 영수증으로 나온다.

그러면 그때부터 

다시 새로 빈병 넣기 작업 시작, 

그렇게 해서 영수증이 세 개가 나왔다.

모두 합산해서 

11유로 50센트

오우 오늘 수입? 좀 되는데~ 

조렇게 

생긴 판트 영수증을 들고

계산대에서 

돈으로 돌려받거나

또는

 마트에서 뭔가를 다시 사고

판트 영수증을 함께 내면 

그 값만큼 제하고 

돈을 더 보태서 내던가,

 남은 돈을 돌려받던가 한다. 

이러나저러나 저 영수증이 

바로 돈인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아빠와 아들 간에 

임금 협상?

두 남자를 잘 알고 있는

내가 보기 에는 

 까치발로 빈병 넣기 알바의 

달인 인 

울 아들 주머니 에는

 오늘

1유로 50센트가 들어 오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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