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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Oct 22. 2016

잊을 수없는 할로윈데이의 생일파티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독일의 중부
헤센 주 카셀로 이사 오기 전에
우리는
 독일의 남부 인 바이 어른 주의

에얼랑엔이라는 도시에서 살았었다.
그곳에 이사 가서

얼마 안 되었을 때의 일이다.

어느 날

신문에 현상수배 전단지가

끼워져 있었다.

내용은

몇 달 전 에얼랑엔에서

흉기에 찔린

30대 주부가 자기 집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사건이 일어났는데

아직 범인을

잡지 못했으니 혹시 라도

용의자를 보았거나 수상한 사람을

목격한 사람은 신고 바란 다는 섬뜩한

내용이었다.

"작고 조용한 동네에서 별 일이 다 있네" ~

하고 무심코 넘기려다

주소지를 보니

세상에나~

 그 살인 사건 이 일어났던

집이
 바로 우리 집 창문에서 보이는

길 건너편 집이었다.

놀라서 한동안 멘붕 이였던

내게

그 사건이 에얼랑엔에서

40년 만에 일어난 살인 사건이라고

우리 옆집 데니스네 식구들이

친절하게 덧붙여 주었다.

거기다

"너네 그 사건 알고 도 이 동네

들어온 거 아니었어?"

라며 살뜰한? 확인 사살까지 잊지 않았다.



혹자는 그 동네


러시아 마피아 가 그랬다는 둥

밤 12시만 되면 그 집 앞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 다는 둥

이미 이사를 들어와 짐 풀고

있으니

다시 이사를 나갈 수도 없는데

흉흉 한 소문 들과 으스스한 이야기 들이 

친절한 이웃들을 통해

내게

심 란스 레 쏙 쏙 접수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 옆집 데니스 엄마가

" 너희 사탕 준비했어?라고 묻는 거다

"뭔 사탕?~"라고 물었더니

"너 다음 주 금요일이 무슨 날인지 몰라?"

하는 거다

짐 까느라 정신없다 이 여편네야 라는

말을 속으로 되네이며  

"어~뭔 날인데?"했더니

"어머 ~ 할로윈 데이 잖아~

사탕, 과자 준비 안 해 놓으면 너 할머니 소리 듣는다 "

라면서 호들갑스럽게 웃어 댔다.

우리가

그전에 살던 동네 괴팅엔에서는

미국 스타일인 할로윈 파티를 그리

성대하게 하지 않아서

그때 빈 봉지 들고 

단거 아니면 신거? 라며 사탕, 과자를 얻으러 

돌아다니는 아이들이 동네에서 많지

않았고

파티하는 사람 들끼리 삼삼 오오 모여

자기들끼리 하고 끝내는

남의 파티였다. 

그런데

데니스 엄마 말에 의하면

예전에 미군 기지가 있었던

에얼랑엔에서는 할로윈 을 동네가

떠나가라 한 다는 거다.

특히나 그 당시 우리가 살고 있던 곳이

원래 미군들 숙소로 사용되던

빌라 여서 그 동네 아이들 에게

이 할로윈 은 아주 익숙하고 특별한 

연례행사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아이들이 죄다 악마, 마녀, 뱀파이어 등으로

 얼굴에 분장을 하고 옷을 입고 봉지

들고 집집마다 벨을 누르며

사탕, 과자를 얻으러 돌아다니는 행렬이

몇 시간 씩 지속되고 수시로 들락 거려

문 닫을 세없다는 거다.

할로윈 저녁에

이 동네에서

 사탕, 과자가 없어 오는 아이들 에게

나눠 주는 사람은 연세 지긋하셔서

잘 잊어버리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뿐이라는 거다.

 


그렇게 등 떠밀려

할로윈에 나누어줄 

사탕, 과자를 을 마트에서 준비하며

반짝하고 스치는 생각~!

이참에, 이사하고 전학하느라 

아직 생일 파티를 하지 못한 큰 아이가 

할로윈에  친구 들을
초대해서 생일 파티를

한다면

                  특별히 프로그램을 따로 만들지 않아도                     

그 행렬을 따라다니며

남다른 생일 파티가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파바박 들었다.

 게다가 

그 당시 큰아이가 6학년이었는데

이제 막 전학을 가서 친구를 사귀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여서

 이 기회에 그 반의 남자아이들을

전부 초대해서 하루 재우며 

(독일에서는 하루 재우며 하는 위버낙퉁스 파티를

많이 한다. ) 생일 파티를 하면 

아이가 학교에 더 빨리 적응하고 

친구들과도 더 돈독해지지 않을까? 하는

엄마의 마음도 추가되어 

아이들의 기대와 엄마의 바람으로

할로윈데이 당일에 

생일 파티를 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찾아온 할로윈데이...

아침부터 부지런히

집 청소를 하며

열두 명의 남자아이들이 잘 곳도

쓸고 닦고 ~~

아들의 생일 케이크를 굽고

과자를 굽고

저녁으로 먹을 피자 도

구울 준비하고

까먹기 쉬운 과일 귤과

할로윈이니까 으스스 한 영화를

보겠다 해서 DVD와

그때 먹을 팝콘과 칩스 준비

집안에 풍선도 주렁주렁 ~~

생일 파티를 위한

거의 모든 준비를 끝내고 나자

파티에 초대된

아이들이 하나 둘 집으로 모여들었다.

그날 남편이 오후 근무 여서

나 홀로 

남자아이들 열두명에

우리 아이들 세명까지

열다섯 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용감무쌍하게 파티를 시작했다.

 


저녁을 먹이고

수시로 벨을 누르며 사탕을 얻으러

오고 있는 할로윈 행렬 속에

아이들을 4개 조로 나누어 손전등

하나씩 들려서

그 행렬 속으로 출발시켰다.

몇 번을 밖으로 나가

아이들이

잘 다니고 있는지 확인하고

재미있어하는 모습에 흐뭇해

하며

아이들 에게 잊을 수 없는

멋진 추억을 만들어 준 것 같아

뿌듯해하고 있었다

그때 까지만 해도

아이들 에게 절대 잊을 수 없는

파티가 되리라 고는 생각도 하지

못한 체 말이다.

 


조금 지나니 제일 먼저

라세와 크리스티안 조가

집으로 들어왔다.

사탕이 가득 든 봉지 들을

들고 말이다.

그런데 어딘가 모르게 급하게 들어오는

아이들을 보며

밖이 좀 추웠냐며 물었다.

괜찮다고 했지만 뭔가 좀 석연치 않았다.

그 뒤에 차례로 아이들이 속속

집으로 들어오기 시작했고

맨 마지막에 들어온

알렉산더  조가 술렁이며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유는 어두운 길에서

누군가 던진 귤에

 알렉산더가 얼굴을 맞았다는 거다

아이가 괜찮은지 살펴보고 있는데

누군가 벨을 거칠게 눌러 댔다.

나가려는 내게

아이들이 소리쳤다

"안돼요~아까 알렉산더에게 귤 던진 아이들

이에요~"

그래서 나는

 "그래? 문을 열어서 아줌마가 따끔하게

이야기해야지

귤 가지고 아이들 때리고 다니면

안된 다고~~"

나는

아이 들의  외침에도 상관없이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문을 연 나는 지금 내가 제대로 보고

있는 건가 싶어 눈을 비볐다.

비슷하게 생긴

똑같은 까만 가죽 잠바를 입고

연령 별로 한 학급 정도는 되고도

남을 아이들 무리가 우리 집 계단 앞에

줄지어 서있는 거다. 

새까맣게~~

아니 얘들이 지금 핼러윈 코스프레를

하는 거야 아님 깍두기 코스프레?

너무 놀래 눈이 저절로 동그래진

내 앞에

나이 든 아랍? 사람으로 추측되는 

아주머니 한 명과

성깔 있게 생긴 젊은 여자 한 명이

나오더니

다짜고짜

너네 애가 우리 애들을 때렸다는 거다.

눈에 멍이 시퍼렇게 든 아이 두 명을

앞세우며

흥분한 여자 두 명이

쏟아 내는 욕설은

실로 현란 하기 그지없었다.

 평생 들어도 다 못 들을

아랍?인지 알수 없는 악센트의 독일어로

 여적 들어 보지 못한 수많은 쌍욕 들을

메들리로 불러 재끼는 그들의 소리에

듣다 못한 내가 

그들 에게

잠깐만 기다려라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우리 아이들 에게 먼저 확인해 봐야겠다

라고 차분히 이야기했다.

그래도 부족한지 씩씩 거리며

팔을 걷어 부치고 욕을 냅다

내뱉고 있는 여자들에게

나는 최대한의 인내심을 끌어 모아

소리쳤다

"지금부터 십분

내가 자초지종을 알아보고 나오기까지

우리 집 앞에서

단 한마디 라도 욕지껄이를 하거나 시끄럽게 군다면

경찰에 신고할 거다"

 큰 소리를 치고 집으로 들어오긴

했지만

겁에 질린 아이들을 보며 나 홀로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하기만 했다. 

이사 와서 얼마 되지 않은 때라

주변에 아는 사람들이 있을 리도 만무하고

소문을 주워 나를 때는 그리 부지런을

떨며 얼굴을 들이밀던 이웃 들도

이 소란에 잠잠하게 문을 걸어 닫고 

있으니.... 

그러나 위기 상황 일 수록

 해야 할 일 들에 대해

순서를 정해야 한다는 생각에

먼저 어떻게 된 일인지 아이들 에게 조용히

 물었다.

내용인즉슨,

아이들이 할로윈 행렬 속에서

지나 다니다가

어디선가 날아온 귤에 알렉산더 가 얼굴을

 맞았고

그 이후에 아이들끼리 옥신각신 했는데

그 아이들이 시퍼렇게 멍든 이유는

모른다는 것이다.

단지 저쪽에서는

알렉산더가 먼저 맞았으니

이쪽에서

당연히 다시 뭔가를 던져

속된 말로

그 아이들 눈이 밤탱이가 됐다고

생각한다는 거다.

고로, 일방적으로 맞기만 한 알렉산더 가

자기네

아이들의 눈을 밤탱이로 만든 용의자로

알고 있다는 거다.

그 소리를 하며 억울한지 훌쩍거리는 알렉산더를

보며

나는 빠르게 생각을 정리했다.

저 까만 부대의 아이들 중 눈에 멍이 든

아이들이 

어느 집에서 사탕 대신 받은 귤들이 

맘에 들지 않아 던져 버렸는데

공교롭게도 알렉산더의 얼굴에 맞았고

분명 어디선가 그런 아이들이 또 있어서

여기저기서 귤이 날아다녔고

그 아이들이 귤에 정통으로 맞아 눈에

멍이 들었다? 그러니 범인은 따로 있다?

즉, 그들은 뿡낀 놈이 성낸 다고

지들 한테 맞은 아이한테 와서 

행패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엄한데 와서 말이다. 


이렇게 정리해서 이야기 한들

우리 이야기를 믿어 줄 것 같지 않게 생긴 

밖에서는

수시로 주먹으로 문을 두드려 대며

이제는 독일어가 아니라 지네 나라 말인지

깐따라 삐야 이상한 말로 계속 소란을 떨어 대는

두 명의 여자와

거칠어 보이는

연령대 별로 다 모인 듯

꼬맹이부터 큰 아이들까지  

가죽잠바를 까맣게 단체로 맞춰

입고 있는 정체불명의? 남자아이들 20여 명

남편이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앞으로 3시간은 넘게 남았는데

나 혼자는 도저히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최악의 경우

정말 경찰을 불러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인 것이다.

생각다 못한 나는

알렉산더의 집에 전화를 했다. 

아이가 계속 울고 있기도 했고

밖에 있는 떼거리? 들 때문에

아이들 모두가 초 긴장 상태로

겁을 먹고 있었다.

빌려 놓은 으스스한 영화는

이미 너무 으스스 해 버린 분위기 탓에

아무도 보려 하지 않았고

거실에

다닥다닥 붙어 앉은 아이들이

수시로 창문을 통해 밖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조금 잠잠해진 문밖의 분위기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을 무렵  

띵~똥~하고 벨이 울리자

으악~하는 소리와 동시에

거실에 모여 있던 아이들이

맨 끝방으로 내달려 문을 잠그고

숨기 바빴다.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웃픈 상황

이였다.

다행히 알렉산더 아빠였고

그것을 확인한 아이들은 한결

안심한 눈치였고

모든 내용을 전해

들은 알렉산더 아빠는

속상해하는 아이에게 어깨를

두드려 주며

이야기했다.

"아들, 괜찮다.

 어쩌다 생길 수도 있는 일이야

너의 친구 들 모두

 네가 그러지

않았다는 것을 믿어 주잖아

그러면 된 거야

정말 억울할 때는

아무도 너를 믿어 주지 않을 때야 "


해마다 10월 이 오고 마트에

짙은 오렌지색의 특별히 커다란 할로윈 용

호박이 나올 때면

나는

지금은 대학생이 된 큰아들과 

알렉산더와 친구들

그리고 그 잊을 수 없는 할로윈데이의

난리 부르스 생일 파티가 

 생생 하게 떠 오른다.

마치 어제의 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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