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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Mar 05. 2020

#1.독일은 과연 코로나와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가?

감염병 앞에 의료 선진국은 개뿔


어제 까지만 해도 분명 나는 독일이 의료 선진국 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작년 연말부터 코로나 라는 감염병이 중국의 우한이라는 곳에서 시작 되면서 인접 국가인 한국과 일본 그리고 이란 비롯한 세계 여러 곳곳에서 확진자와 사망자들이 속출했어도 독일은 차분했다.

물론 독일 남부 지역에서 몇몇 확진자들이 나오기는 했으나 그 숫자가 많지 않았고, 그때 까지만 해도 독일 지역 사회로의 전파 와는 그리 큰 연관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독일에 근접한 이웃나라 이탈리아에서 하루가 다르게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하자 여기도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 전환점이 된 것이 아마도 독일의 파싱 축제 등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늘고 급기야 베를린까지 뚫리고 시점 이었던 것 같다.

그전과는 확연히 다르게 매일 티브이 뉴스, 라디오에서도 코로나에 대해 상세히 다루고 있었고 신문에서도 코로나 관련 기사들이 줄을 이었다.

무엇보다 그를 통해 사람들이 동요 하기 시작했다.

하루에도 혹시 자기가 코로나에 감염된 것이 아닐까? 하는 환자들의 문의 전화 가 병원으로 빗발쳤다.


그런데 문제는 독일 의료 시스템의 시작 이자 최전방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가정의 병원 들에 보건 당국이나 의료보험 공단에서 전달된 코로나 관련 상세 매뉴얼이 아직도 없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남편이 개인 병원을 개원하고 아무것도 모르고 병원일을 시작한 (어쩌다 독일 병원 매니저라는 브런치 북에 자세히 나옵니다) 그때보다 지금이 더 막막하지 싶다.

이건 마치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 속에서 어디서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적을 기다리고 있는 느낌이랄까?


의료진을 위한 비상대책 회의?


그런데 바로 어제 지역 의사협회에서 코로나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했다.

오후 5시 우리는 보건당국 Gesundheitsamt의 강당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를 비롯해 근처 위성도시들의 가정의 들과 병원에 관련된 직원들 그리고 대학병원 응급의학센터 장과 임상병리 과장 보건당국의 공무원, 의사협회 임원단 들로 강당 안은 이미 꽉 차 있었다.

강당 안에 앉을자리와 서 있을 자리도 없어 복도로 나가 서있는 사람들도 많았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지역 개인 병원의 숫자만 해도 천 이백 개에 달한다. 아직 이 지역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감염병이라는 것이 언제 어느 때 급속도로 번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독일 병원에서 코로나만큼 핫이슈는 없다는 이야기다.


이 동네 수많은 의료진들이 진료를 끝내고 피곤한 모습이 역력한 얼굴로 앉아 의사협회 회장과 보건 당국의 공무원들이 차례로 하고 있는 코로나 19 관련 보고 들을 숨소리 조차 내지 않고 주시했다.

그런데... 브리핑이 끝나자마자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질문 공세 들로 이 대책회의라는 것의 알맹이를 짐작케 했다.

누군가 "그럼, 도대체 어떤 매뉴얼로 환자가 코로나 의심증상자 임을 진단 할 수 있나? 코로나 감염 위험 지역은 어디라고 정해져 있나?"라고 질문했다. 거기에 보건당국의 공무원이 내놓은 답변은 로버트 콕 연구소에서 매일 나오는 정보를 각자 찾아보란다. 거기다 너희들 환자들은 너희가 가장 잘 알고 있고 너희를 제일 신뢰하니 너희가 알아서 진단하란다, 이게 말인가 막걸리 인가? 거기다 정 모르겠으면 보건당국으로 전화를 하면 도와주겠단다.


그동안 언제나 내 가족이 살고 있는 한국 상황이 궁금해서 매일 인터넷으로 들여다본 한국에서는 질병관리본부에서 매일 실시간으로 온 국민이 볼 수 있도록 코로나 관련 브리핑을 집에도 못 가고 잠도 못 자고 안쓰러운 모습으로 주시고 있었다.

그런데 독일 보건당국은 지금 감염 환자 일지도 모르는 환자들을 가장 근거리에서 만나야 하는 가정의 병원 의료진 들 에게 조차, 자체적으로 알아서 매일 정보를 체크하라는 이야기다. 기가 막힐 일이 아닌가? 그러나 그보다 더한 것은 여긴 선별 진료소 시스템 도 아직 제대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거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독일에서도 확진자가 나온 도시들과 마부르크를 비롯한 몇몇 도시에는 선별 진료소와 한국 시스템을 본뜬 자동차 선별 진료소가 생겼다. 그러나....

어제 이름만 대책회의에서 보건당국 공무원이 우리 동네 대학 병원 뒤쪽에도 자동차 선별 진료소를 만들 예정인데 아침 10시부터 12시 그리고 밤 시간에 코로나 검역을 자원해서 해줄 의사들이 있는지 물었다.

그 시간 이면 가정의 병원에서는 한참 진료하고 있었야 될 시간이다. 어이없어하던 가정의 들이 보건당국의 공무원 이자 의사인 당신들이 직접 검사하면 되지 않느냐 물으니 자기들은 의사 이기는 한데 일선에서 물러난 지 오래 라 검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직 방역복과 방역 마스크도 없고 주문했으나 언제 도착할지 모르니 혹시 각 병원에 가지고 있는 것이 있으면 후원해 줄 것을 부탁했다.

한번 생각해 보자 만약 한국에서 코로나 선별 진료소도 제때 만들어 놓지 않고 방역복과 마스크도 제대로 없는 상태에서 개인 병원의 의사들에게 각자 병원에서 알아서 감염 증상 의심 환자 들을 검사 하라고 한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어제 회의 중에 현재 가정의 병원 의사들은 방역복과 방역 마스크는커녕 의료진들 사용할 의료 마스크와 소독약도 충분하지 않은데 만약 가정의 병원 의료진들이 감염된다면 누가 수많은 일반 환자들을 진료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계속 이어졌고,자기네 사용할 것만 빠듯하게 있다고 이야기하는 대학병원 응급센터 장도,주문한 것을 언제 받게 될지 모른다는 보건당국도, 전화로 진료를 하거나 감염병 의심환자 진료 시간을 따로 두라는 의사협회임원들도 정확한 답변을 주지 못했다.


결국, 수많은 질문과 항의를 묻어 버리고 회의를 주관하던 주최 측에서 급마무리 해 버린 대책회의라 쓰고 자체 해결이라 읽을 회의의 결론은 이것이었다.

코로나는 치사율이 그리 높지 않은 감염병이고 아직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된 것이 아니니 너무 걱정 말고 추이를 주시하며 방법을 모색해 보자는 것이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코로나에 대한 매뉴얼도 전투복? 도 없는 일선의 가정의 병원에서 매일 쏟아지는 인후통,열 등을 동반한 감기 인지 코로나 인지 알 수 없는 환자들과 알아서 싸워 나가라는 소리인 거다. 자체적으로...


어제 선별 진료소를 보건당국 건물 내에 만들어낼 공간도 인력도 없다는 공무원들과 정확한 시기에 감염지역을 다녀온 증상이 있는 의심 환자들만 코로나 검사를 하겠다는 대학병원 응급센터 장도 하루에 20명 이상의 검사를 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하는 임상병리 연구소장도 이삼주 후에 다시 회의를 소집하겠노라 이야기하던 의사협회 회장도 그 누구도 방역복과 방역 마스크도 없이 언제 감염환자가 들이닥칠지 모르는 일선 가정의 병원의 상황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것은 어릴 적 읽었던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라는 동화를 떠올리게 했다.

무시 무시한 고양이의 출현을 동료 쥐들에게 알리기 위해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자는 아이디어는 나와 있는데 막상 아무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방법을 모색하지는 못했다는 이야기 말이다.


그동안 한국이 코로나라는 감염병과 맞서 얼마나 체계적이고 현명하게 잘 싸우고 있는지를 다시 한번 절실히 느끼게 해준 밤이었다.

한국의 그모든것이 현장에서 코로나를 검사 하고 감염환자 들을 진료 하는 의료진 들 곳곳에서 방역하는 분들 그리고 상세한 정보를 국민들과 나누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질병본부와 정부의 책임감과 희생이 없었다면 가능 하지 못했을 것이다.

모든 분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하루빨리 코로나 라는 감염병이 잦아 들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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