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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하의 별 Mar 02. 2021

삶에 위로가 되는 따뜻한 마음

청춘시절의 엄마와 비오는 날의 추억여행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는 바람이 불고 비가 온다. 오늘 지루한 겨울이 가고 봄이 오려고 하는지 종일 바람이 불고 비가 내렸다. 겨울 끝에 내리는 비는 왠지 스산하고 마음이 춥게 느껴지곤 한다. 하지만 곧 봄이 올 거라는 희망에 마음이 기대어진다. 겨울이 가면 봄은 온다. 삶에서도 추운 겨울이 가면 "봄날"이 오듯이.


나의 기억에 어린 시절의 나의 집은 부자였다.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운전기사도 있었다. 부모님은 각자 사업을 해서 많이도 바빴다. 나는 집에서 일하는 언니와 노는 시간이 많았다. 내가 7살 때 아빠는 친구에게 사기를 당해서 회사가 부도났다. 우리 가족은 2년 정도 힘든 시기를 보냈다. 나의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 "가난"한 시절이 있었다. 그 이후 부모님은 재기에 성공을 해서 다시 가족의 삶은 괜찮아졌지만 나는 그때의 기억이 아프고 선명하게 남아있다.


"가난"이라는 단어는 의도하지 않게 삶에 스며들고 그 단어와 함께 하는 동안은 마음 아픈 일이 많이 생기기도 한다. 나는 초등학교 2학년 때 분명 친구의 우유를 먹지 않았는데 선생님의 오해로 출석부로 머리를 세차게 여러 번 맞은 적이 있다. 다른 아이가 우유를 두 개 먹었다는 것이 밝혀졌는데도 불구하고 선생님은 나에게 사과를 하지 않았고 엄마가 학교로 가서 항의를 했지만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했다. 지금까지 엄마는 그 일을 두고두고 마음 아프게 기억을 한다.


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엄마와 아빠는 다시 재기를 하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하였고 하교할 때 다른 친구들은 엄마가 보통 데리러 오지만 나는 알아서 집으로 가야 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낯설지 않았지만 하교할 때 학교 교문에서 기다리고 있는 엄마가 있는 아이들이 부러웠다. 가끔 비가 내리면 비를 맞고 집으로 갈 때도 있었다.


그날은 비가 너무 많이 내렸다. 하늘에서 물이 쏟아지는 것처럼 내려서 집으로 비를 맞으며 가야 되는 나는 걱정이 되었다. 그러한 이유로 나는 수업 시간에 집중을 못 하고 있었다. 교실 창문 너머로 빗줄기가 세차게 내렸고 하늘은 회색을 띤 구름들이 몰려와서 어두워져 있었다. 가끔 "우르르 쾅!" 하는 소리도 들리고 번개도 내리쳤다.


전체 수업 마치는 종이 울렸고 종례 후 나는 집으로 가려고 복도를 지나 현관에 도달했을 때 세차게 내리치는 빗줄기가 내 다리를 치는 바람에 멈칫했다. 내가 과연 이 비를 뚫고 갈 수 있을지 무섭고 걱정이 되었다. 학교 현관은 나가려고 하는 아이들과 그 아이들의 엄마들이 우산을 받치고 있어서 비좁고 복잡했다. 나는 그 사이에 서서 어떻게 비를 덜 맞으면서 갈지 생각을 하고 입고 있던 잠바를 벗어서 머리에 쓸려고 하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프라하의 별! 엄마 여기 있어!"


나는 그 목소리에 너무 놀라 주위를 둘러보니 엄마가 그곳에 서 있었다!
엄마가 일을 하고 있어서 분명 우산을 들고 학교에 올 수 없다고 생각을 했던 나는 매우 놀랐다!


"엄마! 어떻게 왔어?"

"비가 내리니까 왔지, 아침에 우리 딸이 학교 갈 때 우산 안 들고 간 것이 생각이 나서 엄마가 우산 들고 왔지, 그런데 엄마가 일하다 와서 우산이 한 개야, 엄마가 업어줄 테니까 우리 딸이 우산을 들고 있으렴, 그러면 둘 다 비를 맞지 않고 집까지 갈 수 있을 거야."


나는 3살 어린 동생이 있어서 그때까지 엄마에게 업힌 기억이 없었는데 그날 나는 엄마 등에 업혀서 우산을 들고 엄마가 집까지 갈 때까지 나를 업어준 기억이 지금까지 선명하게 남아있다. 주변의 바람은 차가웠고 내리는 비는 매섭게 느껴졌지만 엄마에게 업힌 나는 엄마의 따뜻한 등이 힘든 세상에서 나를 구해주는 기분이 들었다.


불친절한 선생님에게 도움을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한 엄마는 일하던 곳에서 양해를 구하고 우산을 들고 나에게 온 것이다. 그날 엄마에게 업혀서 집까지 갔던 나는 엄마와 나눈 대화가 마음 깊은 곳에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우리 딸, 아까 보니까 잠바를 벗고 있던데 왜 그랬어?"

"나는 엄마가 우산 들고 올지 모르고 잠바 벗어서 머리에 쓰고 집으로 가려고 했지."

"비가 이렇게나 많이 오고 천둥 번개가 치는데 엄마가 어떻게 안 와, 우산 들고 우리 딸에게 가야지."

"엄마가 일하고 있잖아요."

"엄마가 아무리 일하고 있어도 내 딸이 비를 쫄딱 맞게 생겼는데 열일 제쳐두고 엄마는 딸에게 가지!
프라하의 별, 엄마가 안 올 줄 알았어?"

"응, 나는 엄마가 안 올 줄 알았어."

"엄마는 우리 프라하의 별이 힘든 일이 있을 때는 언제든 달려가, 그곳이 어디든 지옥의 불이 활활 타는 곳이라도 엄마는 우리 딸이 있는 곳으로 반드시 달려가, 엄마는 그런 거야!"


나는 엄마의 말을 들으면서 엄마의 목소리를 기억하면서 엄마 등에 얼굴을 파묻었다. 엄마 등에 업혀서 집으로 걸어가는 길이 스산하거나 춥지 않았다. 너무 따뜻하고 편안했다. 여전히 바람이 매섭게 불고 비는 세차게 내리쳤지만 세상의 모진 바람에서 나를 든든하게 지켜주는 엄마의 마음이 나를 따뜻하게 감싸 안았다.







대표 사진 출처

© vydumkaphotography,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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