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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하의 별 Mar 09. 2021

나에게 주어진 하루

평범한 행복을 누리는 아침이었다. 남자는 여자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 함께 먹을 토스트를 만들었다. 남자는 여자가 좋아하는 커피를 당분간 만들어 주지 못하는것을 즐거워하며 특별히 카페인이 없는 캐모마일 차를 준비했다. 여자가 잠에서 깨지 않도록 남자는 부엌에서 마치 그림자처럼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다. 여자가 임신 2개월이 조금 넘은 상태여서 회사에 출근하고 일하고 있는 것이 안쓰러워 남자는 아침에 여자를 조금이라도 더 잠을 자게 해주고 싶었다.


남자는 평범하지만 어른들이 보통 이야기하는 "반듯하게" 잘 자랐다. 맞벌이하는 부모님을 대신해 여동생을 살뜰히 챙기는 마음 좋은 오빠였다. 집안일은 부모님을 대신해 여동생의 밥을 챙겨주면서 실력이 서서히 늘었다. 학원 하나 다니지 않고 공부를 열심히 한 남자는 소위 말하는 명문대의 전자공학과를 진학했고 장학금을 늘 받았다. 석사과정을 마친 남자는 대기업의 연구원으로 취업을 했고 대학시절 만난 여자와 결혼을 한 지 6개월이 조금 넘었다.


남자는 결혼할 때 좋은 집을 마련하지 못하고 대출을 많이 해서 지금의 작은 집에 전세로 마련한 것이 여자에게 못내 미안했다. 여자는 맞벌이를 해서 대출금을 빨리 갚아나가면 된다고 말을 하며 남자를 위로하는 마음이 예쁜 사람이었다.


남자가 아침을 준비하는 소리에 잠에서 깬 여자는 부엌으로 가서 남자를 등 뒤에서 안아주었다.

"우리 자기 일찍 일어났어? 와 이걸 어떻게 다 요리한 거야? 맛있겠다!"

"별거 아니야, 토스트와 스크램블 에그인데 뭐."

"나는 자기가 요리해 주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어! 고마워 자기야."


남자와 여자는 이른 아침을 맛있게 먹은 후 함께 출근을 하고 있었다. 중고로 구입한 작은 차가 그들의 중요한 교통수단이었다. 남자는 임신 2개월이 조금 넘은 여자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힘들 것 같아서 회사까지 차로 데려다주려고 작은 차를 구입했다.


날이 유난히 좋았다. 햇살은 눈이 부시게 내리쬐고 있었다. 여름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봄의 기운이 더 강했다. 여자는 차의 창문을 내려서 봄 냄새를 맡으며 좋아했다.


"자기야 창문 올려, 밖에 매연이 우리 아기에게 안 좋을 수 있어."

"그러지 말고 자기야 지금 꽃 냄새를 맡아봐, 어디선가 라일락꽃 향기가 바람에 섞여서 불어오는 것 같아"


남자는 도로 위에 매연이 뱃속 아가에게 안 좋을까 봐 걱정을 하였고 여자는 바람결에 섞여서 날아오는 라일락꽃 향기를 기분 좋게 느끼고 있었다.



© pieonanephotography, 출처 pixabay



도로 위에 차는 많지 않았고 도로 옆에 기와 돌담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그 길을 지날 때 꽃향기가 나서 여자는 언제나 차의 창문을 내리고 밖을 내다보았다. 담장 안으로 아마도 라일락꽃이 심어져 있는 것 같다고 그 길을 지나갈 때마다 여자는 남자에게 말을 하곤 했다. 그들의 봄날은 행복한 마음이 가득 들었다.


오늘은 몇 시에 퇴근할 건지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신호가 걸려서 잠시 멈추었다. 여자의 회사에 거의 도착할 무렵이었다. 신호가 다시 바뀌었는데 남자가 출발을 하지 않아서 창밖을 구경하던 여자는 고개를 남자 쪽으로 돌렸는데 남자가 머리를 핸들에 대고 있었다.


"자기야 왜 출발을 안 해? 머리는 왜 핸들에 대고 있어요? 머리가 아픈 거야?"


여자의 물음에 남자는 대답이 없었다. 여자는 남자의 어깨에 손을 얹었는데 핸들을 잡고 있던 남자의 손이 여자의 손길에 힘없이 아래로 떨어졌다.


여자는 너무 놀라 그를 흔들었지만 그는 몸에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너무 놀란 여자는 울면서 차에서 내려 도와달라고 소리쳤다. 주변에 함께 신호 대기를 하고 있던 다른 차량의 운전자와 동승자들도 내려서 남자와 여자의 차 쪽으로 달려왔다. 누군가는 119에 신고를 했고 잠시 후에 남자와 여자는 도착한 119의 앰뷸런스에 함께 타고 가까운 병원으로 향했다. 구급 대원은 남자의 가슴에 손을 얹어 쉬지 않고 심폐소생술을 하였다.


병원에 도착한 후 미리 구급 대원의 상황 전화를 받은 응급의학과 의료진이 남자를 맞이했다. 상황은 매우 급박했다. 남자의 심폐소생술은 응급의학과 의사가 이어받아서 하고 있었다. 여자는 심폐소생술을 받고 있는 남자를 보면서 옆에서 울고 있었다.

30분이 넘는 시간이 흘렀을 때 응급의학과 의사는 남자의 사망을 선고하였다. 사유는 갑작스러운 심장마비였다.







epilogue


나와 비슷한 시기에 결혼한 교회 오빠 이야기를  들은것을 바탕으로 (아침에 대한 상황과 출근상황, 병원에서의 상황에 대한 부분을) 나의 상상을 가미해서 소설처럼 재구성한 실화입니다.


라일락꽃이 만발하던 어느 봄날에  그는 하늘별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아직 라일락꽃이 피려면 시간이 남았지만 나는 이 시기가 되면 마음으로 그의 명복을 빌게 됩니다.

그는 30대 초반에 평상시처럼 아내와 함께 출근하는 자가용 차 안에서 갑작스럽게 신의 부름을 받았습니다.


아무도 그의 죽음을 예측할 수 없었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하루는 신이 특별히 선물로 준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신이 그대에게도 소중한 하루를 선물하였습니다.









대표 사진 출처

© aniamilophotography,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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