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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하의 별 Jun 18. 2021

생활비를 줄여서 살아보는 습관

© stevepbphotography, 출처 pixabay


작년 코로나가 발생하고 나서 나와 내 가족은 외식을 하지 못했다. 내 가족은 한국에서는 특별한 날에만 외식을 하러 가고 평소 생활비는 아껴서 생활하다가 일 년에 두 번 여행을 떠나서 그곳에서 외식을 마음껏 하고 온다. 사람마다 또는 가족마다 생활방식이 달라서 평소에 외식을 하면서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여행지에서 외식을 하면서 기분 좋은 느낌을 받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나와 내 가족은 후자의 경우이다.

갑자기 외식의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6월 20일이 한 달 가계부 마감이어서 지금까지 어느 정도 사용했나 궁금해 가계부를 들춰보았다. 궁금했던 이유는 한 달 식비+생필품비를 50만 원 선에서 살아야 하는데 지난 15일 가계부에서 124,110원을 사용했고 나에게는 나머지 2주 기간에 375,890원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아직 토, 일 이틀이 남았지만 어느 정도 사용했는지 알아야 이번 주말에 아이가 먹고 싶어 하는 족발을 백화점 식품관에서 사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족발이 5만 원 정도여서 미리 계산을 해보았다.

6월 5일부터 6월 17일까지 13일간 130,450원을 사용했고 지출은 3일, 무지출은 10일이었다. 총 375,890원에서 130,450원을 빼면 남는 금액이 245,440원이 남게 된다. 충분히 5만 원의 비용을 들여서 족발을 구입해도 195,440원 정도가 남는다. 우유와 달걀과 호주산 소고기도 구입하게 되면 약 17만 원 정도가 남게 된다. 이건 예상이다.

한 달 식비+생필품의 목표 가격을 50만 원으로 세웠었고 작년 코로나 발생 이후부터 서서히 그 선에 맞춰서 줄여 왔다. 줄이는 것이 쉽게 되지는 않고 계속 초과되었지만 식비만 100만 원이 넘었던 내 집의 생활비는 줄어들었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는 50만 원 안에 들어오면서 식비+생필품에서 남는 돈과 총 생활비에서 남는 돈을 한동안 대한항공 주식을 매수했었다. 가끔 코스트코를 가게 되면 초과될 때도 있었지만 식비+생필품비를 한 달 25~35만 원 정도만 사용하게 되는 것 같다.

"생활비를 줄여야지"라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목표금액을 정해놓고 줄여나가는 것이 저축을 할 때 목표금액을 정해놓고 저축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보였다. 목표금액이 있는 것이 절약과 저축에는 성과가 좋다.

예전에 식비만 100만 원이 넘었던 시절은 아이가 한우 안심스테이크를 좋아해서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구입해서 먹었다. 지금 생각하면 모든 식재료가 내 기준으로 고급이었다. 지금은 특별한 날에만 아이가 원하는 한우 안심을 구입해서 스테이크를 구워준다. 소고기를 호주산으로 대체했다. 이렇게 대체식품을 찾아가면서 줄여보았는데 습관이 되니 지금은 불편하지 않다.

다만 알레르기가 있는 나와 아이는 생협에서 소스류와 채소 그리고 냉동식품을 구입을 한다. 그리고 코스트코는 6~8주에 한 번 정도 방문한다. 되도록이면 소비를 지연시킨다. 절약할 때 "소비 지연"이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무지출 데이"는 강제로 절약이 되는 것 같다. 오늘은 돈을 쓰지 않는다고 마음을 먹고 집에 있는 식재료를 사용해서 요리를 해서 먹으면 소비가 발생하지 않아서 가계부 절약에 도움이 된다.

물론 나와 내 가족이 소식을 하는 것도 절약에 도움이 된다. 또한 퇴근이 늦는 신랑은 회사에서 저녁을 먹고 오기에 평일은 2인 가족 기준이 된다. 농촌과 어촌에 시댁과 친정이 있는 내 지인들이 그냥 가져다주는 식재료도 많다. 그래서 전적으로 내가 절약해서 지금의 생활비가 나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노후에는 나와 신랑만 둘이 지내게 되는 2인 가족이 될 것이다. 지금 내 친정 부모님을 보면 알 수 있다. 몇 년 전에 거주지를 동해로 옮긴 부모님은 동해에 마당이 있는 집에서 신혼부부처럼 지내신다.


© midascodephotography, 출처 pixabay


마당에 과일나무와 꽃들도 많지만 평소에 부지런한 아빠는 마당 한쪽에 텃밭도 가꾸어서 채소를 구입하는 비용을 절감했다. 연금과 월세를 받고 계시는 내 부모님은 생활비 절약보다는 무료한 시간이 아쉬워서 마당 한쪽에 텃밭을 가꾸시는 것 같다. 직접 키워서 먹는 재미가 크다고 한다. 평소 고기류와 달걀 그리고 우유 등 이런 것들만 구입을 하고 들어가는 돈이 별로 없다고 한다. 한동네 살고 있는 내 동생이 수시로 고기류를 사서 부모님댁에 가져다드려서, 그마저도 고기류를 엄마가 잘 사지 않아서 돈들 일이 별로 없다면서 엄마가 나에게 말했다. 엄마는 아빠와 바닷가 산책을 하고 종종 외식을 하고 들어와도 돈이 별로 들지 않아서 데이트를 자주 한다고 나에게 자랑했다.

지금 내가 생활비를 줄여서 살아보는 습관을 들여보니 노후가 그렇게 무섭게 다가오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내 엄마 아빠가 지내고 있는 것을 보면서 어쩌면 그렇게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노후가 무섭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엄마는 연금으로도 생활비가 충분해서 저축을 하고 있다. 맞벌이하는 동생이 엄마에게 매달 챙겨드리는 돈과 월세 받는 것은 잉여의 돈이다.

노후에 2명이 사는 기준으로 한 달 생활비를 계산하고 본인 소유의 집이 있어서 주거비가 들지 않는다면 노후준비를 그렇게 크게 근심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단, 아이가 제대로 독립을 한다는 조건이 여기에 들어가야 할 것 같다. 여기서 독립은 아이가 꼭 따로 나가서 사는 것이 아닌 경제적인 독립의 의미이다. 그리고 노후에 부부가 건강하다는 조건도 반드시 필요한 것 같다.

어쨌든 이번 주에 기말고사 공부를 하고 있는 아이가 너무 먹고 싶어 하는 "족발"을 사올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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