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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하의 별 Jan 16. 2021

정원에 심은 해바라기

꿈을 꾸는 그대에게

나는 눈부신 햇살을 닮은 노란색을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노란색 꽃들을 좋아하는데 그중에서도 해바라기를 너무 좋아한다. 한국에 있을 때는 키가 아주 큰 해바라기 꽃만 보고 해바라기는 키가 다 크다고만 생각을 했는데 독일에 유학을 갔을 때 길을 가다가 우연히 꽃집에 있는 작은 해바라기 꽃을 보고 나는 그만 그 해바라기 꽃에 마음을 빼앗겼다. 해바라기 키가 30cm 정도 되었고 짙은 블루 컬러의 화분 안에 해바라기 꽃이 심어져 있었다. 내가 알고 있는 해바라기 꽃과 모양은 거의 동일했고 키만 작은 해바라기 꽃이었다.




나는 점심 사 먹을 돈으로 해바라기 꽃 화분을 사들고 기숙사로 의기양양하게 돌아왔다. 기숙사에 친구들이 무슨 꽃이냐고 물어서 나는 돈을 주고 샀다고 말했다. 나에게 점심을 먹었냐고 물어서 나는 점심 사 먹을 돈으로 해바라기 꽃을 사 왔다고 대답을 했고 친구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밥을 굶고 꽃을 사냐고 나에게 말하며 웃었다.




나는 해바라기 꽃 화분을 내 기숙사 방에 큰 창문 앞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햇살과 바람이 제일 잘 들어오는 곳이어서 나의 책상의 한쪽을 기꺼이 해바라기 꽃에게 양보를 했다. 아침에 일어나 화분에 물을 주고 바람이 적당한지 햇살이 잘 들어올 장소로 옮겨가며 해바라기 꽃을 보살피고 학교에 갔다. 하교 후에는 바로 기숙사로 와서 해바라기 꽃 화분을 안고 기숙사 정원 쪽으로 나가서 나는 벤치에 앉고 내 다리 옆에 해바라기 꽃 화분을 두고 햇살 샤워를 듬뿍 시켜 주었다. 하지만 내가 학교에 있는 시간에 햇살이 더 많았고 독일은 햇살을 자주 볼 수 없는 기후라서 내가 애를 써도 해바라기 꽃은 시들시들해졌다. 결국 해바라기 꽃이 하늘별로 여행을 떠나고 나는 너무 슬펐다.




그 후에도 빈번하게 나는 점심을 사 먹지 않고 해바라기 꽃 화분을 사서 기숙사로 가져와서 또 예전처럼 보살폈지만 계속 하늘별로 떠나보내는 해바라기 꽃이 늘어만 갔다. 그러던 어느 날 여전히 나는 또 해바라기 꽃 화분을 사서 기숙사로 돌아오고 있었다. 무거운 화분을 양손으로 잡고 낑낑거리면서 걷고 있는 나를 기숙사를 관리하는 분이 발견하고 이번에도 해바라기 꽃 화분을 사들고 오냐고 물었다. 내가 여러 번 해바라기 꽃을 하늘별로 보내고 화분 처리를 위해 그에게 물어서 뒤처리를 했기에 그도 나의 해바라기 꽃 화분 사연을 알고 있었다. 나는 해바라기 꽃을 너무 좋아해서 어쩔 수 없다고 대답을 했고 그는 나에게 이번에도 기간은 다르겠지만 변함없이 또 해바라기 꽃이 죽을 거라고 말을 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화가 났지만 꾹 참고 평온한 얼굴로 그에게 잘 키워서 이번에는 꼭 오래오래 살릴 거라고 대답을 하였다.




그는 나에게 화분으로 해바라기 꽃을 키우지 말고 정원 한쪽에 심으면 어떠냐고 말을 하였다. 꽃은 바람과 햇살이 중요한데 며칠 못 살고 금방 죽는 해바라기 꽃이 걱정이 된다고 말을 했다. 그리고 나에게 해바라기를 심을 수 있는 장소를 알려주었다. 정원 안에 나무들이 있고 그 옆에 꽃들이 있는 곳 한쪽에 해바라기를 심을 수 있다고 했다. 나는 생각해 보니 그의 말이 맞는 것 같아서 해바라기를 그곳에 심어 주었다. 바람이 살랑거리면서 불었고 땅에 단단히 심어진 해바라기도 꽃잎이 흔들거리면서 기분이 좋아 보였다. 나는 물을 주고 해바라기에게 "나와 가까이 있으니 걱정 말고 여기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렴" 이라고 말을 해주었다.




©  Capri23autophotography, 출처 pixabay





그 후 나는 해바라기를 챙기려고 수시로 드나들었는데 해바라기는 나의 염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잘 자랐다. 정말 화분보다는 밖에서 바람과 햇살 속에 있는 해바라기가 더 건강하게 오랫동안 잘 살아 있었다.




우리도 어디에 심어져 있는지에 따라 삶이 달라지는 것 같다. 좁고 작은 화분에 심어져 외롭게 실내에 혼자 있다가 가끔 바람과 햇살을 느끼는 삶은 고단하고 넓은 땅에 뿌리를 탄탄히 내리고 자연에서 무한정 어오는 바람과 햇살을 마음껏 느끼고 친구들과 함께 살아가는 삶은 행복하지 않을까.




내가 원하는 꿈을 향해 나아갈 때도 그 지난한 과정이 힘들더라도 굳세게 넓고 비옥한 땅에 뿌리를 내려 하나씩 서둘지 말고 자연의 햇살과 바람을 느끼며 나와 같은 곳을 바라보는 친구들과 그 여정을 함께 한다면 꿈을 향해 가는 길이 외롭거나 고단하지 않고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해바라기가 타오르는 태양을 향해 고개를 따라가듯이 꿈을 향해 따라가는 그대는 어디에 심어져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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