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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천소년 Dec 14. 2021

누구나 할 수 있는 중고등학교 책 읽기 수업

문해력을 키우는 독서 교육 이야기

© mbaumi, 출처 Unsplash


우리 모두가 스마트폰의 노예 


아이들의 하루가 디지털 기기에 점령당했다. 2021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Z세대 너를 알고 싶어! 2020년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청소년들의 절반 가까이가 스마트폰이 없을 때 금단 증상을 겪은 바가 있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교실 속 아이들 대부분이 사진이나 영상을 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스마트폰 세상에서조차 텍스트는 외면당하고 있다. 성인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중교통에서 마주친 사람들의 스마트폰을 몰래 쳐다봐도 대부분 사진이나 영상을 많이 보고 있다. 간혹 텍스트가 보일 경우에도 한 편의 완성된 글이라고 보기 힘든 SNS 피드 글인 경우가 많다.


더 심각한 문제는 영유아기 아이들이 영상을 접하는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아들의 경우에도 책이 아닌 유튜브가 아들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들은 유튜브를 통해 한글, 외국어, 숫자, 구구단, 역사, 지리 등을 배우고 있다. 그럼에도 웬만하면 아이가 클 때까지 유튜브를 비롯한 영상 콘텐츠에 최대한 늦게 노출시키고 싶었다. 작년 코로나로 인해 아이가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결국 우리 부부도 아이에게 유튜브 영상을 허락해 주었다. 이제는 리모컨만 쥐여 주면 어른들 도움 없이 본인이 실행부터 콘텐츠 선택까지 모두 할 수 있다.


유튜브와 같은 영상 콘텐츠의 득세는 글과 책을 우리의 일상에서 밀어냈다. 혹시 '스크롤 압박 주의'의 줄임말인 '스압 주의'라는 단어를 아는가? 인터넷 공간 속에서도 사람들은 긴 글을 읽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조어이다. 사람들이 얼마나 긴 글을 싫어하면 이런 경고 문구가 신조어로 생겼을까? 올해부터 나는 매일 읽은 책을 기록하기 위해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 그냥 읽은 책을 사진만 찍어서 올리는 것은 아무 가치가 없는 듯해 간단하게 책을 읽은 소감도 작성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자체가 사진 위주의 플랫폼이라 피드 글은 최대한 간략하게 적으려고 노력하지만 쓰다 보면 스무 줄은 쉽게 넘어간다. 나의 인스타 독서 기록은 매번 '스압 주의'라는 경고 문구를 붙여야 하는 실정이다.


어른들의 문해력도 문제이지만, 청소년 및 어린이들의 문해력 수준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요즘 아이들의 독서 능력이 떨어지는 이유 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스마트폰의 무절제한 사용이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보면 스마트폰의 노예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조금이라도 여유 시간이 생기면 약속이라도 한 듯이 스마트폰을 꺼낸다. (부끄럽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크게 다를 바가 없다.)


© jmuniz, 출처 Unsplash

아이들의 손에 스마트폰 대신 책을


영상은 독서보다 훨씬 쉽고 빠르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경로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책을 놓아서는 안 된다. 앞으로 미래 사회에서도 문해력은 여전히 중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시대이든 배움의 기초는 문해력에 달려 있다. 또한 문해력의 성장은 판단 능력의 성장과 같다. 독서를 할 때 우리의 전전두엽이 가장 활성화된다. 인간은 전전두엽을 통해 계획을 세우고, 자신을 관리하며, 합리적이고 지혜롭게 의사를 결정한다. 작은 것부터 계획하고 실천하는 능력은 전전두엽의 발달에 달려있다. 그런 전전두엽을 성숙하게 만드는 가장 좋은 행위가 독서이다. 게다가 학생들이 인생에서 중요한 관문인 입시와 취업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시험을 치러야 한다. 그 시험 역시 글로 구성되어 있다. 문해력이 밑바탕이 되어야 시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무엇보다 사회의 일원으로 건강하게 살아가고 타인과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문해력이 필수이다.


그래서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아이들의 문해력을 키워주는 것이 공교육의 중요한 임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자신의 학년에 맞는 문해력을 갖추지 못한 것을 가정이 아닌 학교에 책임을 돌리는 것이다. 사실 교사 한 명이 학급의 모든 학생들의 읽기 교육을 담당하기는 어렵다. 학생들의 수준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특히 초1 국어 교육과정은 아이들이 한글을 읽을 수 있다는 전제 하에 교과서가 구성되어 있다. 한글 자음, 모음에 대한 소릿값에 대한 교육은 전적으로 가정에서 책임지는 구조미다. 하지만 미국의 교육 시스템은 다르다. 아이들의 문해력 교육의 시작이 학교에 있다고 본다. 그래서 막대한 예산으로 외부 독서 전문 강사를 학교 현장에 투입한다. 방과후수업이 아닌 정규 시간 중에 문해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을 위한 개별 지도가 이루어진다.


다행히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독서 교육의 중요성이 점차 강조되고 있다. 그 예로 국어과 교육과정에 '한 학기 한 권 읽기' 과정이 편성되었다. 독서 토론 동아리와 같이 책을 좋아하는 학생들 위주로 진행되어 온 독서교육을 정규 교육과정에 편입한 것이다. 하지만 정규 수업 시간에 책을 읽힌다는 것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좋지 않다. 특히 많은 관리자들이 수업 시간에 책을 읽히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쉽게 말해 교사들이 수업을 날로 먹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여전히 교사가 수업 시간 내내 열성적으로 하나라도 더 가르치기 위해 말을 최대한 많이 하는 수업이 좋은 수업이라고 생각한다.


교사에게 중요한 것은 현실에 대한 비판적인 생각을 갖는 것보다 주어진 현실 안에서 조금이라도 좋은 방법을 찾고 그것을 실천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지금의 어려운 교육 현실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독서 교육 방법을 고민했다. 아이들 손에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책도 있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서 새로움을 받아들이고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여전히 '독서'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독서를 통해 이전에 없던 새로운 지식과 지혜를 만들고, 인생의 매 순간 주어지는 과제를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다. 또한 타인과 세상에 관심을 갖고, 질문을 던지고, 자신과 세상을 관련지어 새로운 의미를 도출할 수 있다.


진심으로 아이들의 손에 스마트폰 대신 책을 쥐여 주고 싶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의 3분의 1만큼이라도 아이들이 책을 읽기를 바랐다. 그렇다고 억지로 독서를 강요했다가 책에 대한 거부감이 더욱 커질 수가 있다. 아이들은 책보다 유튜브에 훨씬 정보가 많다며 독서의 효용을 낮게 평가한다. 그러다 보니 책 읽기의 좋은 점을 넌지시 권하는 나의 이야기에 대부분 귀를 닫고 건성으로 대답한다. 간혹 나의 이야기에 감명을 받아 그 순간만큼은 책을 읽어야겠다고 다짐을 했다가도 수업이 끝나는 순간에 본능적으로 스마트폰부터 찾는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그리고 주도면밀하게 1학기 때부터 책 읽기 수업을 계획해 왔다.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간단한 책 읽기 수업


서론이 길었다. 이제 지난 한 달 동안의 독서 수업을 소개하고자 한다. 나에게 주어진 1학년 국어 시간은 1주일에 2시간이다. 11월 한 달 동안 1주일에 한 시간씩 무려 4시간을 할애해 책 읽기 수업을 했다. 혹시라도 나의 섣부른 책 읽기 수업이 아이들로 하여금 책에 대한 흥미를 오히려 떨어뜨리게 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불안감도 있었다. 재미없는 독서는 책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늘 해왔던 독후감 및 독서 수행평가로 인해 독서에 대한 반감이 크다. 게다가 아이들의 수준보다 지나치게 어려운 권장도서 또한 아이들의 독서 습관 형성의 큰 걸림돌이다. 특히 '파우스트, 안나 카레니나, 우파니샤드, 맹자, 중용, 에밀, 국부론, 자본론, 꿈의 해석, 종의 기원'과 같은 고전으로 꽉꽉 채운 서울대 권장도서는 청소년들에게 거대한 벽과도 같다. 그 목록을 보면 독서는 누구나 하는 것이 아닌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의 전유물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과연 서울대 교수들 중 서울대 권장도서를 모두 읽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래서 책을 선정하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송승훈 선생님이 운영하는 블로그(구름배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의 책 읽기 자료와 내가 지금까지 읽은 책들을 참고해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맞는 책 리스트를 만들었다. 추천 책의 3분의 2는 직접 읽은 책들 중에 선정했다. 그리고 직접 읽지 못했지만 청소년 추천 도서로 이름이 높은 책의 경우 틈이 날 때마다 서점에 들러 책 표지, 목차, 프롤로그 내용까지 꼼꼼하게 살펴봤다. 아이들의 관심사가 다양하기에 될 수 있으면 여러 분야의 책으로 도서 목록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또한 아이들의 독서 능력이 제각각 다르기 때문에 도서 목록에 난이도(쉬움-보통-읽을 만함)를 매겨 제시했다. 난이도를 표시할 때 '어려움'이라고 표시하면 아이들이 책을 읽기도 전에 두려움을 가질 듯해 '읽을 만함'이란 말을 사용했다.



수업 2~3주 전에 학생들에게 책을 소개했다. 학생들에게 책을 안내할 때는 내가 보유하고 있는 실물 책들과 PPT 자료를 적절하게 같이 사용했다. 한 달 동안 읽을 책이기 때문에 책 소개에 한 차시 전부를 사용했다. 교사의 소개를 듣고 난 뒤에 학생들이 읽고 싶은 책을 직접 고르도록 유도했다. 1순위부터 3순위까지 자신이 고른 책과 그 이유를 간단하게 작성하도록 지도했다. 학생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 주기 위해 학급의 학생 수(20명)보다 조금 더 많은 책(24권)을 골랐다. 무엇보다 내가 직접 읽어 보니 이런 점이 참 좋았고, 이런 점에서 너희들에게 추천한다고 솔직하게 발표한 것이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않았나 추측해 본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책을 마음 편하게 골라 책 읽기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유도했다. 책 읽기 수업의 핵심은 책 선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책 읽기의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서는 내가 읽고 싶고 나의 수준에 맞는 책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간혹 교사 추천도서 대신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읽으면 안 되냐는 질문이 있다. 그럴 경우 사전에 책에 관해 교사와 협의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런 학생은 전교에 한두 명에 불과했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교사가 고른 책들 중에 한 권을 선택했다.


책은 반드시 직접 사도록 지도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책 살 돈이 없는 학생이 있다면 내가 직접 사주겠다고 약속했다. 당연히 교무실까지 찾아와 책을 사달라고 하는 학생은 없다. 아이들에게 온라인을 통해 책 구입하는 것도 좋지만, 꼭 서점에 방문하는 것을 권한다. 평생 책을 한 번도 읽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것 자체가 낯설면서 특별한 경험이기 때문이다. 학습지에 작성한 1순위부터 3순위까지의 책을 서점에서 직접 고른 후에 표지, 작가, 목차, 프롤로그 등을 비교해서 가장 이끌리는 책을 고르라고 했다. 도서관에서 대출하면 안 되냐는 학생들에게는 한 달 동안 같은 책으로 수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보름이라는 대출 기한이 정해져 있는 도서관 책으로는 어렵다고 답했다. 또한 밑줄과 메모로 채워져 있는 나의 책을 학생들에게 시범으로 보여줬다. 사람마다 취향은 다르지만 나의 경우 참고서처럼 기억하고 싶은 문장에 마음껏 밑줄도 긋고, 낙서와 메모로 여백을 가득 채우며 책을 읽는다고 설명했다. 아낌없이 책을 보기 위해서는 책을 직접 구입하는 것이 좋다는 말과 함께.


책 선정 후에는 구체적인 수업을 계획해야 한다. 독서에 할애할 수 있는 수업 시간이 4차시에 불과하다는 것, 코로나 방역으로 인해 모둠 활동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고려해 모둠 별로 함께 같은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단계까지 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다. 일단 1학년 때는 학생들이 혼자서 몰입해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는 것에 의의를 두자고 마음먹었다. 학생들 각자가 자신의 취향과 독서 능력에 맞는 책을 고를 수 있다면, 쉽게 독서 수업을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책 읽기 수업을 크게 두 부분을 나누었다. 기본적으로 30분 독서, 20분 학습지 작성으로 구성했다. 학습지 문항은 '인상적이었던 문장과 그 이유', '책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들'로 구성했다. 학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학습지 칸을 적게 만들었음에도 글쓰기에 부담을 크게 느끼는 학생들이 더러 있다. 그들의 경우 학습지 작성 시간을 더 넉넉하게 부여했다. 장기적으로 독서 수업을 할 수 있다면 학습지보다는 독서 노트를 활용하는 것이 더 좋다. 독서 학습지의 경우 평가 후에 쉽게 분실할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독서 노트의 경우 자신의 독서 기록에 애정을 갖는 학생들이 있어 보관하기가 좋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맞춰 책을 준비해 온다. 간혹 책을 준비하지 못한 학생들을 위해 미리 내가 보유한 책 3~4권을 들고 교실로 간다. 책을 준비하지 않는 학생들은 사전에 공지한 대로 수행평가 감점 이후 교사가 보유한 책을 빌려준다. 본격적인 독서를 하기 전에 학생들에게 확실히 일러두었다.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학습지 상단에 읽은 쪽수를 적는 칸이 있다. 이 칸 때문에 아이들은 적은 분량을 읽었을 경우 수행평가에서 감점을 당하는 게 아닌지 걱정을 한다. 책을 많이 읽는 게 목표가 아니라, 적은 분량이라도 자기 생각을 정리하면서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페이지를 읽어도 좋으니 책 내용과 관련해 여러 가지 사유를 하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또한 책에 몰입해서 읽는 학생들도 있다. 그런 학생의 경우 독서기록이 오히려 흐름을 끊을 수도 있다. 그럴 경우에는 하교 전까지만 학습지를 교사에게 직접 제출하면 된다고 안내한다. 또 하나 학생들에게 당부해야 할 게 있다. 특히 오후 수업의 경우 책을 읽다 보면 잠이 올 수도 있다. 교사가 조는 학생을 훈계하거나 지도하는 과정은 다른 학생들의 독서를 방해할 수 있다. 그래서 포스트잇으로 경고 스티커를 만들었다. 조는 학생이 있으면 경고 스티커를 책상 위에 부착할 것이니 조용히 일어나 3분 동안 책을 읽다가 앉으면 된다고 했다. 만약 한 시간 내에 경고 스티커 두 장을 받게 되면 수행평가에서 1점을 감점할 거라고 안내도 덧붙였다. (다행인지 태도로 인해 독서 수행평가 감점을 받은 학생은 단 한 명도 없다.)


이제 교사의 역할에 대해 안내하겠다. 교사 역시 학생들과 함께 책을 읽는 것이 좋다. 그런데 교사가 책에 몰입했을 경우 학생들 독서 지도를 놓칠 수가 있다. 나의 경우에는 학생들이 책을 읽을 때 주로 다른 학급의 독서 학습지를 채점하는 편이다. 아무래도 독서 행위보다는 몰입의 정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적당하게 나의 일을 하면서 학생들의 독서 태도도 지도할 수 있다. 평가는 주로 독서 학습지를 갖고 평가한다. 4번의 독서 학습지를 기한에 맞춰 성실하게 작성해서 제출하면 누구나 만 점을 받을 수 있다. 독서 학습지 안의 콘텐츠를 갖고 평가하기보다는 충실하게 작성한 모든 학생들에게 좋은 점수를 부여한다. 독서 수행평가의 목적은 읽기 능력에 따라 학생들을 줄 세우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4번의 정기 지필 고사를 통해 이미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책 읽기도 재미있음을 알려주는 것이 이번 활동의 주요 목적이다. 이 수업을 통해 단 한 명의 학생이라도 평생 책을 읽는 습관을 지니게 된다면 수업을 준비하고 진행했던 나로서는 대성공이라고 평할 수 있다.



글을 마무리하며


웬만해서 블로그에 직장 이야기는 쓰지 않으려고 했다. 교직 사회에는 워낙 출중한 고수들이 많아서 나처럼 평범한 사람의 수업을 소개하기에는 부끄러운 점이 많다. 하지만 지난 한 달 동안의 독서 수업에서 받은 감동이 컸기에 꼭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그리고 혹시라도 여러운 여건 속에서 독서 수업을 계획하실 선생님들께 도움이 될까 싶어 부족하지만 한 달 동안의 독서 수업을 정리해 보았다.


첫 독서 수업이었다. 조용한 교실에는 들릴 듯 말 듯 한 모차르트의 연주곡과 아이들이 책장을 넘기는 소리로 가득 찼다. 아이들의 손에 스마트폰이 아닌 책이 쥐어져 있다는 것만으로 나는 감동이었다. 학생들 중 누군가는 나처럼 연필이나 샤프를 들고 책에 밑줄을 그으면서 책을 읽고 있었다. (특히 책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에게 밑줄을 그으면 책을 읽는 방법은 꽤 효과적이다.)


자랑을 하나면 더 하자면, 수업의 끝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수업이 끝이 났음을 알리고, 오늘 중으로 독서 학습지를 제출하라는 마무리 멘트와 함께 교실을 빠져나왔다.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이 쳤고, 내가 교실을 빠져나갔음에도, 여전히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학생들을 보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그날은 구름 위를 걷는 마음으로 하루 종일 웃으면서 보냈다.


마지막으로 독서 수업을 기획하는 선생님들께 어쭙잖게 하나만 더 제언하고자 한다. 확실히 혼자 읽는 것보다 함께 읽는 활동이 더 효과적이다. 독서에 대한 흥미를 높이기 위해서는 친구들과 함께 읽는 활동이 필요하다. 함께 읽기의 힘은 크다. 친구와의 약속을 위해서 아이들은 스마트폰 대신 책을 잡게 되어 있다. 함께 읽기는 책 읽기를 지속할 수 있는 힘을 준다. 나의 경우에 함께 읽는 수업은 기획하지 못했다. 혹시 내년에 2학년 국어 수업을 맡게 되고 한 학기에 한 번만 지필시험을 치른다는 가정 하에 함께 읽는 독서 수업을 기획하고 싶다.


이상으로 영천소년의 서툴렀지만 행복했던 책 읽기 수업 이야기를 마치고자 한다. 이번 수업을 통해 가장 많이 행복했던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담임교사가 아니면 아이들과 교류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제는 "무슨 책 선택했어? 책은 읽을 만해? 책은 재미있어?" 등의 질문으로 쉽게 아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 본인이 선택한 책을 끝까지 읽어낼 아이들에게 용기와 힘을 주기 위해 그들의 책 이야기를 집중해서 듣고. 그들의 생각에 공감해 주고, 응원의 눈빛을 보내줄 수 있어서 감사하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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