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천소년 Jan 26. 2022

책 좀 권해볼까

지난 달에 읽은 책들 소개


1. 지리의 힘, 팀 마샬


'지리의 힘'은 작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이었다. 우연히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발견했고, 가방 속에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라는 무거운 책이 있었으나 재고가 단 한 권뿐인 '지리의 힘'을 외면할 수 없었다. 책은 제목 그대로 지리가 어떻게 세계 역사와 경제를 좌우해 왔는지를 보여준다. 아무리 현대사회의 과학과 군사 기술이 발달했더라도 지리적 요소는 여전히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가령 중국과 인도라는 두 거대한 국가가 1962년 이후 부딪힌 적이 없는 이유도 두 나라 사이에 '히말라야'라는 높은 산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지리의 힘'은 지리를 통한 세계 역사와 국제 정세까지 모두 친절히 설명해 준다. 결국 모든 나라들은 국익을 위해 움직인다. 어쩌면 독일이 통렬한 나치 때의 역사를 반성하고, 일본은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는 이유도 국익과 관련된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경제보다 더 소중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필자도 인정한다.) 결국 국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지리적 요인이다. '총 균 쇠'를 저술한 저레드 다이아몬드 역시 지리와 같은 타고난 조건으로 인해 유럽이 아프리카, 아메리카를 지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지리적 약점을 극복한 나라도 있다. 물론 우리 주변에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과 같은 강대국이 즐비한 것은 약점이자 동시에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저자는 내륙에서 바다까지 걸림돌이 되는 천연 장벽이 없기에 한반도가 숱한 외세의 침략을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달리 생각하면 한반도가 통일이 될 경우 내륙이나 바다 어디든지 뻗어 나갈 수 있는 지리적 이점을 지니고 있다는 말도 된다. (꿈같은 이야기이지만 내 생애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평양과 심양, 모스크바를 거쳐 파리까지 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반면에 풍부한 자원과 넓은 영토를 지니고 있던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와 같은 나라는 다른 내부 문제로 인해 지리적 이점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도 지리가 국가와 민족의 운명을 전적으로 결정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리에는 큰 힘이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 지리로 인해 수많은 역사가 달라졌고, 앞으로의 세상에서도 지리는 여전히 인간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무언가 조금 더 똑똑해진 느낌이다. 세상을 보는 시야도 넓어졌다. 왜 미국이 초강대국이 되었는지, 거대 국가인 러시아가 왜 그렇게 바다에 집착하는지, 왜 독일과 프랑스가 유럽연합의 존립을 위해 애쓰는지, 중국이 니카라과 운하 공사를 비롯해 아프리카와 아메리카에 손을 뻗는 이유 등을 지리와 연관해서 사고할 수 있게 되었다. 혹시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으셨다면 '지리의 힘' 통해 지리 문맹에서 탈출하시길 바란다. 참! 책을 읽을 때는 구글맵으로 세계 지도를 확인해가면서 읽으면 훨씬 더 재미있게 책을 읽을 수 있다.


https://blog.naver.com/kukgyo/222559720520



2. 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밤이 선생이다'라는 책은 쉽게 읽히는 수필은 아니다. 문해력이 다소 떨어지는 나로서는 의미를 파악하기에 어려운 글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평생 소장하고 곁에 두고 싶은 책이다. 매일 2~3편의 글을 아끼는 마음으로 천천히 읽어 나갔다.


책의 저자인 황현산 선생님은 1945년 생으로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를 역임하셨다. 평생 꾸준히 번역을 했고, 비평을 했던 그는 30년에 걸쳐 작성한 수필들을 묶어 '밤이 선생이다'라는 책을 냈다. 일제로부터의 해방, 남북 분단, 한국전쟁, 유신 정권, 광주 민주화 항쟁, 6.10 민주항쟁 등 대한민국의 굴곡진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으며 지성인으로서 느꼈던 심정과 구체적인 생각들을 아름답고 적확한 언어로 표현했다. 30년이란 긴 세월에 걸쳐 쓴 그의 수필을 읽으면서 한 번도 글 속 메시지나 주제의식이 낡았고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의 가치관과 생각이 잘 담겨 있는 수필 글은 2021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충분히 울림을 주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금과 죽음'

'군대 문제'

'그 세상의 이름은 무엇일까'

'나는 전쟁이 무섭다'

'또다시 군대 문제'

'체벌 없는 교실'

'폭력에 대한 관심'

'당신이 사소한 사정'

'돌덩이의 폭력'

'어디에나 사람이 있다'

'삼가 노 전 대통령의 유서를 읽다'


여러 편의 수필 글들 중, 특히 위의 글을 감명 깊게 읽었다. 지식보다 지혜를, 수용보다 사유를 원한다면 '밤이 선생이다'라는 수필집을 추천한다. 요즘 같은 추운 겨울 날씨에 따뜻한 차와 함께 읽기에 좋은 책이다.


글쓰기가 독창성과 사실성을 확보한다는 것은 바로 당신의 사정을 이해하기 위해 나의 '사소한' 사정을 말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는 당신의 쓰고 있는 글에 자신감을 가지라고 말한다. 자신감을 가진다는 것은 자신의 사소한 경험을 이 세상에 알려야 할 중요한 지식으로 여긴다는 것이고, 자신의 사소한 변화를 세상에 대한 자신의 사랑으로 이해한다는 것이다.

밤이 선생이다, 176쪽



3. 공부중독, 엄기호, 하지현


저자는 우리 교육의 문제를 만능감에서 찾았다. '나는 중요한 사람이고, 뭐든 할 수 있어' 등의 양육 방식이 심각한 폐해를 만든다고 했다. 만능감에 젖은 젊은 세대 입장에서 현실은 결코 만만치가 않다.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는 비루한 현실 앞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그들이 할 수 있는 방법은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것이다. 연애 기술을 가르쳐 주는 '픽업 아티스트'라는 황당한 직업도 절대 실패하지 않겠다는 전능감 실현의 욕망과, 실패에 대한 극도의 혐오로 인해 생겨난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실패 속에서 성장한다. 낯선 것과 부딪치는 과정에서 성장한다. 병균과 싸우는 과정을 통해 면역력을 기를 수 있듯이 때로는 학습보다 경험을 통해서만 생기는 면역력이 있다.


지금은 삶을 최적화하는 것이 최고의 가치와 기쁨이 되었다. 최적화에는 의외성, 낯섦, 타자가 사라져버린다. 그래서 삶에 이런 것들이 끼어들면 화가 나고 견디지 못한다. 스스로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도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 공부를 한다. 어느 분야든 학교에 가야지만 부모도 안심되고, 나도 안심되고, 사회도 안심이 된다. 도제시스템만으로도 가능했던 바리스타와 네일아트까지 학교 시스템으로 대체되었다. 우리 사회는 공부 중독 사회이다. 공부는 삶의 보조일 뿐이다. 잘 살기 위해 하는 것이 공부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공부로 인해 삶이 빈약해지고 있다. 공부가 끝이 나야 제대로 살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인해 공부를 하는 동안은 사는 것이 아닌 것이 되어버렸다.


그럼 학생들에게 필요한 공부는 무엇일까? 공부의 동기는 크게 세 가지이다. '절박감, 경쟁심, 그냥' 운 좋게도 절박감, 경쟁심이 타고난 친구들은 소위 말하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된다. 공부 잘하는 친구들은 대부분 절박하고 분한 아이들이다. 아는 문제 틀린 것을 못 참고, 누구에게 지는 것을 싫어한다. 하지만 대부분 학생들은 셋 다 없다. 셋 다 없는 친구들에게 억지로 절박감과 경쟁심을 투여할 수는 없다. 그들에게 필요한 동기는 '그냥'이다.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끝까지 물어봐서, 그것을 중심으로 역산하는 것이다. 학생의 입에서 관심 분야가 툭하고 튀어나오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이렇게 물어본다.


"그걸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공부는 자기만족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 벽에 부딪쳐보면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모색하는 과정을 익히는 것이다. 나에 대해 알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탐색하는 과정을 통해 내가 해야 할 공부도 명확해진다.



4. 우리가 잘못 산 게 아니었어, 엄기호


엄기호 선생의 '우리가 잘못 산 게 아니었어'라는 책은 나에게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각과 깊은 통찰력을 주었다. 프로밑줄러인 나의 입장에서 기억하고 싶은 구절이 많아 모든 페이지마다 내가 그은 밑줄로 가득한 책이다. 또한 이 책은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끼게 만들었고, 희망을 기대로 바꿔치기한 우리 사회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었다. 마지막으로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애쓰는 내 모습을 응원해 주는 동료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전율과 슬픔과 희망과 용기와 분노와 공감의 감정을 다채롭게 느낄 수 있었다. 앞서 언급한 '공부중독'의 저자이기도 한 엄기호 선생은 공부의 목적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공부란 동시대성을 깨닫고 당대에 대하여 나와 인식을 같이 하는 사람과 동료를 맺는 일이라고.


과연 지금 학교에는 동료가 있는가? 공동의 용기를 낼 수 있도록 힘이 되어주는 동료 대신 개인적인 고립과 비겁한 행동으로 각자를 보호하기에 바쁘지 않나? 학교는 이미 삶의 터전의 역할을 잃은지 오래되었다. 타인과의 만남으로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를 배우며 스스로 살아가는 힘을 키우는 곳이 학교이지만, 만남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서로에 대한 공감 대신 스마트폰이 보여주는 화려한 미디어 세계에 몰두한다.


나는 어떠한가? 학생들을 대화를 통해 동료로 서로를 만들어가겠다는 의식과 노력이 있었는가? 그들의 언어로 표현하는 감정의 정도에 얼마나 공감하려 했는가? 만나고 소통하면 서로 피곤하기 때문에 은근슬쩍 회피하려고 하지는 않았는가?


저자는 만화 원피스에서 이 책에 대한 영감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주인공 루피가 했던 말이 있다.

"난 검술도 할 줄 모르고, 항해술도 없고, 요리도 못하고, 거짓말도 못해. 난 도움받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어."

그래서 늘 그가 하는 말

"너는 나의 동료다."

희망이 없으니 포기하고 사태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냉소적으로 보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쉬운 태도이다. 하지만 저자는 비참한 우리 삶을 인정하고 옹호하자고 했다. 그 비참함을 함께 옹호해 줄 동료와 삶의 끈질김에 충실한 태도만 있으면 우리의 삶은 신이 날 수 있다. 내 삶을 응원해 주고 나를 기억해 주는 동료를 만나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하다. 그래서 이 책은 밑줄을 긋고 필사를 할 만한 가치가 있다.



5. 방구석 미술관, 조원재


지난 10월에는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라는 책을 통해 14명의 철학자를 만났다. (사실 이번 달도 만나고 있다. 매일 새벽 한 챕터씩 다시 읽고 좋은 문장은 필사하고 있다.) 11월에는 '방구석 미술관'이란 책을 통해 14명의 화가들을 만났다.


참고로 나의 40대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유럽 여행이다. 유럽 여행을 더 풍성하게 하기 위해서 작년에 서양미술사라는 책을 미술 선생님께 빌린 적이 있다. 학문으로서 미술에 접근하려니 재미가 없었다. 반면에 방구석 미술관이란 책은 미술이 암기가 아니라 가슴으로 공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나는 그 암기라는 기본 소양마저 없다.)


책은 작가에 대한 이야기와 그에 얽힌 작품들을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다루고 있다. 첫 번째로 만난 화가는 '절규'라는 작품으로 유명한 '뭉크'였다. 죽음의 공포, 사랑의 고통, 존재의 허무함에 몸부림쳤던 '뭉크'의 작품세계를 만나면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화가도 나와 같은 사람이구나. 인간으로서 예술가를 생생하게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책 속에 삽입된 뭉크의 작품들에서 뭔가 짠함을 느꼈다. 왜 저자가 가슴으로 작품을 공감하는 경험을 하게 해드린다고 하는지, 왜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


한편 얼마 전 매경에서 반가운 기사를 봤다. 대구미술관에서 샤갈의 작품을 비롯해 프랑스 최초 사립 미술기관인 매그재단이 보유한 75점의 작품과 대구미술관 69점을 모은 전시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전시 이름은 '모던라이프'이다. 예전이었으면 별 관심 없이 스쳐 지나갔을 기사였다. 하지만 방구석 미술관을 통해 나는 마르크 샤갈과 꽤 친해졌다. 이전까지는 그가 밝고 다채로운 원색으로 사랑과 같은 아름다운 주제만을 다룬 프랑스 작가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는 러시아 출신의 유대인이었다. 그의 예술적 뿌리는 유대인이라는 정체성과 러시아에 있는 그의 고향에 있었다. 그래서 파리에 진출한 후 그의 첫 작품도 파리의 감성으로 고향을 그려낸 '나와 마을'이었다.


한편 샤갈을 포함해 유대인을 말살시키려는 홀로코스트라는 참극이 벌어졌고, 샤갈은 유대인에 대한 핍박과 비극을 작품으로 그려 고발하기 시작했다. 마흔셋부터 일흔일곱까지 무수히 많은 세월 동안 그는 자신의 종교적 뿌리인 유대교의 구약 성경과 성경 이야기 시리즈를 작업했다. 사랑과 평화의 꿈을 색채로 노래한 것이다. 황홀한 사랑과 고향의 세계를 화려한 색감으로 표현한 줄만 알았던 그에게는 '유대인'이라는 중요한 정체성이 있었다. 겨울방학 때를 이용해서라도 그의 투명하고 맑은 예술에 대한 열정을 실물 작품을 통해 느껴보고 싶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오늘 하루도 수많은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중에 시간에 굴복하지 않은 것들을 우리는 고전 또는 클래식이라고 부른다. 고전에는 문학, 음악, 미술 등의 장르가 있다. 한 번뿐인 내 삶을 조금 더 풍요롭게 만들고 세월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본질에 가까운 고전과 항상 친해지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하지만 미술 분야만큼은 그동안 쭉 문외한이었다. 그런 나에게 멀게만 느껴졌던 19~20세기 화가들과 고전 미술 작품들을 친숙하게 만들어 준 책이 바로 '방구석 미술관'이다. 조금만 노력해서 문을 열면 풍요로운 인생을 살 수 있다. 분명히 고전은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가방이나 액세서리가 아닌 진짜 명품의 세계로 들어가고 싶다면 조원재 작가의 '방구석 미술관'을 추천한다. 그림을 통해 한 사람의 인생을 만날 수 있다.



6. 트렌드 코리아 2022, 김난도 외


작년에 이어 올해도 트렌드 코리아를 읽었다. 새 책 구입을 기피하는 나의 입장에서도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만큼은 시중에 나왔을 때마다 바로 구입하는 편이다. 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이 책을 읽었고 블로그와 유튜브 같은 매체를 통해 많은 후기들이 올라와 있다. 게다가 예상했던 대로 베스트셀러 1위를 질주 중이다. 왜 사람들은 트렌드 책을 찾을까? 대중의 수요를 반영해서인지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뿐만 아니라 우리 시대 트렌드를 소재로 한 책은 해마다 많이 출시되고 있다. 사상이나 행동 또는 어떤 현상에서 나타나는 일정한 방향을 뜻하는 트렌드는 왜 중요할까?


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히 요즘 트렌드를 알아야 적절한 마케팅 전략을 구상할 수 있을 것이다. 당장 내년도 기획서를 작성해야 하는 직장인의 입장에서 트렌드를 예측해 주는 트렌드 코리아와 같은 책은 유용하게 활용이 될 것이다.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의 입장에서도 스스로를 혁신하기 위해서는 트렌드를 잘 알아야 한다. 하지만 트렌드라는 거대한 흐름을 찾기가 점점 어렵다. 예전에는 모두가 좋아하는 대세 프로그램이 존재했다. 지금처럼 매체가 다양하지 않았던 시기에는 모든 세대가 공유하는 콘텐츠가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서로 애정 하는 콘텐츠가 무엇인지 모른다. 그들의 트렌드뿐만 아니라 내 곁에 있는 너의 트렌드도 모른다. 실제로 친한 50대 선배 교사가 즐겨 보는 '내 딸 하자'라는 프로그램을 나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혹시나 싶어 학생들에게 물어봤더니 프로그램 이름도 처음 들어 본다고 한다. 또한 나는 와이프가 한 번씩 즐겨보던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라는 프로그램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한동안 언론에 언급되던 '스우파'가 무엇인지 모르고 살았다. 대신 나는 매일 '쭈간느바'라는 NBA 관련 유튜브 콘텐츠를 매일 본다. 단언컨대 내 주변에 '쭈간느바'를 아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이제 모두가 공유하는 공동체 문화라는 것은 쉽게 존재하지 않는다. 개인은 모래알처럼 흩어졌고 사회는 파편화되었다. 이런 사회적 흐름을 책에서는 '나노사회'라고 이름을 붙였다.


사실 내가 이 책을 읽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돈을 벌기 위해서다. 월급쟁이가 돈을 벌기 위해서는 나 대신 돈을 벌어다 줄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가장 만만한 분야가 '주식'이다. 앞으로 어떤 회사가 더 많은 돈을 벌 것인가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앞으로의 트렌드를 알아야 한다. 코로나 이후 가장 대중화된 신조어 중에 '벼락거지'라는 말이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는데 한순간에 부자가 된 '벼락부자'라는 단어와 달리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니 한순간에 거지가 되었다는 말이다. 코로나 이후 경제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는 통화량을 늘렸고, 자연스럽게 자산을 가진 부자들은 더 큰 부자가 되었다. 평범한 개인은 부자가 되기 위해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다. 나의 현재 부 순위를 유지하고 벼락거지 신세를 면하기 위해서는 경제 공부를 해야만 한다. 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대중들은 트렌드 관련 책을 구입하는데 서슴없이 지갑을 여는 것이다.


이번에도 트렌드 코리아 집필진들은 10개의 키워드로 2022년을 예측하고자 한다. 이번에도 띠 동물을 활용해 2022년 10개 트렌드의 두운을 맞추었다. 바로 'TIGER OR CAT'이다. 새로운 변화에 적응을 하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우리는 호랑이가 될 것이고, 그렇지 못하다면 고양이의 울음소리밖에 내지 못할 것이다. 2022년 트렌드를 대변한 10개 키워드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은 분은 책을 찾아보시길 바란다. 책을 읽을 시간이 부족한 분들에게는 하단의 2022년 10개 트렌드를 정리한 필자의 글을 추천한다.


https://blog.naver.com/kukgyo/222573149219



7.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송희구


단숨에 읽었다. 끝까지 읽는 데 2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대한민국 직장생활과 부동산, 재테크와 관련된 현실을 재미 있게 그려냈고, 우리 주변에 있을 것 같은 살아있는 캐릭터들을 통해 더욱 몰입하며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왜 저러지?"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직장 상사가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김 부장 역시 전형적인 꼰대 같은 상사로 자기중심적인 인물로 등장한다. 잘 되면 나의 덕이고, 잘못되면 남 탓을 하는 그는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사람이다. 스스로를 부동산의 귀재라고 여기지만 사실 아내가 아파트를 매수하려 할 때 가장 반대했던 사람이 그였다. 꽉 막혀 있던 그에게 공감할 수 있던 것은 나 역시 남 탓을 하려는 그런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김 부장의 아내는 판타지 그 자체였다. 세상에 이런 사람이 존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어질고 현명하며 용기도 있다. 김 부장의 아들 역시 너무 훌륭하게 성장했다. 김 부장이 인생의 쓴맛을 보며 위기를 겪지만, 가볍게 소설을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이유는 그를 둘러싼 따뜻한 사람들 덕분이다.


김 부장이 자기 자신을 되돌아 보고, 내가 누구인지 찾아가는 여정을 갈 수 있도록 버팀목이 된 사람은 그의 가족과 친구이다. 그런 면에서 삶의 위기는 그에게 새로운 전환점이 되어 주었다. 정말 소중한 것은 가까이에 있다는 진리를 한 번 더 생각하게 해 준 책이다.



8. 여덟 단어, 박웅현


완벽한 선택이란 없다. 선택을 하고 옳게 만드는 과정만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가보지 못한 길에 미련을 두고 돌아봐서는 안된다. 어느 하나를 선택하고, 그 선택을 옳게 만들려면 지금 있는 상황에서 무엇이 최선인지 생각하고 실천하는 게 제일 좋은 답이다. 지금 내가 하는 일에 의미를 찾으려고 하지 말라. 미래를 완벽히 예측하며 현재를 계획하고 실천할 수는 없다. 순간순간에 의미를 부여하면 내 삶은 의미 있는 삶이 되는 것이다. 해밍웨이가 한 말이 떠오른다. 정확한 워딩은 아닐 수도 있다.


"모든 인생은 제대로 쓰이기만 하면 하나의 소설이다."


이번 달 색종이 독서모임으로 선정된 '여덟 단어'를 다시 읽었다. 작년에 처음 접하게 된 이 책을 네 번째로 읽은 셈이다. 매번 읽을 때마다 마음에 와닿는 단어들이 달라지는 오묘함이 있다. 동시에 삶을 대하는 자세와 관련해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책이다. 다시 읽어도 참 좋다. 꾸준히 사랑받는 책에는 다 이유가 있다.


https://blog.naver.com/kukgyo/222579422198



9. 지식 e season1, EBS 지식채널 e


천안에 있는 주말 동안 틈나는 대로 읽은 책이다. 주말에 읽으려고 했던 '밤이 선생이다'를 기차 안에서 다 읽어 버렸기에 다른 책이 필요했다. 책꽂이에 놓여 있는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구입한 적은 없으니 G가 예전에 구입했던 책일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10년도 더 된 책이다. 출판년도가 무려 2007년이다. 그럼에도 이 책의 내용은 여전히 울림이 있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진실과 잊혀지고 있는 진실을 다루고 있다. 그 중 첫 번째 챕터 내용을 간단히 소개할까 한다.


세계 최강인 미국의 영광 뒤에는 원래 그 땅의 주인이었던 원주민들의 눈물이 있었다. (사실 인디언이란 용어도 지극히 서구인의 관점이다. 처음 그 땅을 발견했던 서구인들은 아메리카 대륙을 인도라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유럽인의 관점에서는 신대륙이었지만, 엄연히 그 땅에는 원래 살고 있던 사람들이 있었다. 유럽인들은 강제로 그들을 이주시켰고, 그들의 생존 자원인 '물소'를 무차별적으로 포획했으며, 그것도 부족해 원주민들을 무참히 학살했다. 유럽인들의 폭력에 맞서 그들에게도 영웅이 나타났다. 그가 바로 '성난 말'이다.


위대한 미국의 얼굴들(조지 워싱턴, 토마스 제퍼슨, 루스벨트, 링컨)이 새겨진 러시모어산으로부터 27킬로 떨어진 곳에 성난 말(crazy horse)이 눈을 부릅 뜨고 미국을 바라보고 있다. 큰 바위 얼굴을 제작했던 코자크 지올코브스키는 한 인디언으로부터 자신들에게도 영웅이 있음을 알아 달라는 편지를 받는다. 신기하게도 그가 태어난 날과 성난 말이 죽은 날이 일치했다. 그는 평생을 성난 말의 서사를 조각으로 재현하는데 바쳤다. 미국 정부의 지원금을 거부하고 오직 후원금과 관광 수익만으로 조각상 제작에 매달렸다. 1998년에 얼굴상 제작이 완료되었고, 지금은 그의 후손들에 의해 조각이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완성되기까지는 100년이 더 소요될 예정이라고 한다.


40대에 미국 여행을 꼭 할 생각이다. 성난 말을 보기 위해 미국 남서부에 꼭 가야겠다. 적은 금액이지만 후원금도 낼 생각이다. 성난 말 조각을 통해 미 대륙 후손들에게 자부심을 주었던 코자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래를 위해 오늘을 살려면 우리에게 과거의 분별력이 있어야 한다."



10. 그냥 하지 말라, 송길영


왜 제목이 '그냥 하지 말라'일까?'그냥'의 사전적 의미는 '더 이상 변화 없이 그 상태 그대로'라는 뜻이다. 제목을 자세히 풀자면 변화 없이 그 상태 그대로 하지 말라는 메시지다.


뭔가를 하기 전에는 생각을 해야 한다. 생각의 기준은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예측이다. 저자는 미래 변화의 상수로 '분화', '장수', '비대면' 세 가지를 언급했다. 트렌드 코리아 2022에서도 나노사회가 모든 트렌드를 주도할 큰 흐름이라고 했다. 우리는 앞으로 혼자 살고, 오래 살고, 비대면이 아닌 선택적으로 대면을 하며 살아갈 것이다.


인간은 여전히 사회적 동물이다. 나 역시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 편이다. 혼자 오래 살아야 하는 미래 사회에서도 90년대처럼 적당히 기성세대라고 같이 놀아 주었으면 좋겠는데 이젠 그런 세상이 아니라고 한다. 함께 할 대상을 명확하고 냉철하게 선을 긋는 미래 사회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선택받기 위해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사실 오늘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스스로에게 한 질문은 이것이다. 상당히 오랜 기간 나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재미있게 살고 싶다. 솔직히 말하면 죽을 때까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삶의 주도권을 잃지 않고 진짜 나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지혜를 이 책에서 찾을 수 있다. 왜 바쁜지 생각해 보고, 그 바쁨이 올바른 방향이고, 나의 성장을 위해 쓰이고 있는지 멈추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지금 시작하면, 오늘부터 움직이면 나에게도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깊게 하는 사람이 살아남습니다.

깊이 들어가면 오래 하게 되고,

자연스레 역사가 생깁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분을 믿고 지지해 줄

팬덤이 생기죠.

그게 곧 브랜딩 아닌가요?

그냥 하지 말라, 281쪽



11. EBS 당신의 문해력, 김윤정


문해력은 운명이 아니라 노력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행위가 나의 문해력을 만든다. 자식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문해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다섯 살 아이가 집에 있다 보니 영유아기의 독서에 대해 더 유심히 읽었다.


'EBS 당신의 문해력'을 완독 후에 책 사진을 남기기 위해 다시 표지를 유심히 보았다. '당신의 문해력'이란 제목은 나를 향해 준엄하게 묻는 듯했다.


성인이자 국어교사로서 당신의 문해력은?

아버지로서 다섯 살 아들의 문해력은?

국어교사로서 우리 학교 학생들의 문해력은?


미국의 경우 공교육에서 학생들이 문해력을 키우기 위해 막대한 예산으로 외부 전문 강사를 동원한다고 한다. 학교 교사 혼자서 모든 학생들의 독서 교육을 개별적으로 책임질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우리 교육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 지금 여기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세 가지로 나누어 간단히 정리해 보았다.


1. 우리 아들의 문해력을 위해서는?

지금처럼 유튜브 보는 시간은 하루 40분으로 제한하자. 아이가 관심을 갖는 분야를 잘 관찰해서 관련 책을 사 주자. 아이가 원할 때 모든 영혼을 다해 감정을 담아 큰 소리로 책을 읽어주자.


2. 우리 학생들의 문해력을 위해서는?

학생들이 알고 있다고 가정하지 말고 단어의 의미와 쓰임을 정확하게 익히도록 수업 시간을 할애하자. 지금까지 수능 비문학 지문에 등장했던 필수 어휘 위주로 단어 수행평가를 실시했다면, 책 부록에 나와 있는 학습도구어를 난이도 별로 정리해서 활용하자. 진도를 나가기에도 부족한 수업 시간이지만 1학기 한 권 책 읽기 수업을 포기하지 말자. 최근 책 읽기 수업을 하고 있는데 쉬는 시간이 되었음에도 폰이 아닌 책을 읽는 아이들의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글이 길어질 수 있으니 수업에 대한 이야기는 블로그에 써야겠다.


3. 나의 문해력을 위해서는?

읽고 쓰는 능력을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된다. 지금처럼 꾸준하게 읽고 사유하고 쓰자. 잘 읽히지 않는 책이 있다면 나의 문해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좌절하지는 말자. 문해력은 평생 갈고닦을 수 있는 능력이다.



작가의 이전글 누구나 할 수 있는 중고등학교 책 읽기 수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