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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천소년 Jan 30. 2022

책 좀 권해볼까

12월에 읽은 책들


1. 1일 1클래식 1기쁨, 클레먼시 버턴힐


우리에게 고전이란 공부의 대상이었다. 지금도 학생들은 '아비뇽의 처녀들'이 피카소의 작품이며, '월광 소나타'가 베토벤의 작품인 것을 기계적으로 외운다. 작품으로 느끼기 전에 지식으로 암기할 뿐이다. 여전히 학교에서는 미술 작품을 보고 작가 또는 작품 이름을 쓰거나, 클래식의 한 대목을 듣고 곡목을 맞추는 수행평가가 존재하고 있다. 어쩌면 학교 교육이 '고전'에 대한 거부감을 만든 것은 아닐까? 설사 학교 교육이 우리로 하여금 고전과 멀어지게 했더라도 아직 늦지 않았다. 백 세 시대라고 불리는 지금 시대를 감안했을 때 올해 마흔인 나에게 허락된 시간은 아직 제법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선물처럼 주어진 이 시간들을 다채로운 놀이들을 통해 즐겁게 보낼 의무가 있다.


나는 궁금했다. 왜 사람들은 피카소, 모차르트, 도스토옙스키를 높게 평가할까? 왜 그들의 작품은 오랜 세월 살아남아 지금도 여전히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을까? 고전이 고전인 이유를 알고 싶었다. 고전에 대한 호기심과 갈증은 고전을 공부하게 만들 것이다. 고전을 공부하는 것은 곧 삶의 본질에 다가설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고전과 친해지는 것은 나의 본질에 다가설 수 있도록 만들어 줄 거라 믿었다. 한 번뿐인 우리의 삶에서 고전을 즐기는 태도는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이다.


하지만 고전은 제법 진입장벽이 높다. 고전을 즐기기 위해서는 약간의 공부도 필요하다. 작년에 구입한 '1일 1클래식 1기쁨'이라는 책은 클래식 음악을 듣는 즐거움을 더욱 풍성하게 누릴 수 있도록 필요한 배경지식을 제공해 주는 책이다. 얼마 전 구입한 '방구석 미술관'이란 책 역시 나와는 다른 세상에서 살았을 거라고 생각했던 화가들의 인생과 가치에 친숙하게 다가가도록 해주었다. 덕분에 그들의 작품에 교감하고 그들의 삶이 녹아 있는 작품에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기쁨을 경험할 수 있었다. 최근에 방문한 대구미술관 나들이도 너무 인상적이었다. 1월에 있을 서울 여행에서도 샤갈 특별전을 꼭 보고 싶다고 G에게 요청을 했다. 지금의 욕심으로는 스피커도 좋은 것으로 사고 싶다. 앞으로도 나는 고전을 궁금해하면서, 고전을 읽고 듣고 보는 행위들 속에서 본질을 추구하는 삶을 살고 싶다.


1일 1클래식 1기쁨을 느끼며 산다는 것, 인생이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그런 삶에 조금 더 가깝게 다가가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https://blog.naver.com/kukgyo/221937326011



2. 체호프 단편선, 안톤 체호프


2021년 12월에 읽은 첫 책은 '체호프 단편선'이다. 지난달 함께 독서 모임을 꾸려 나가고 있던 동료 선생님께 선물로 받은 책이다. 사실 선물로 이 책을 받기 전까지 안톤 체호프란 작가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었다. 러시아 소설에 대한 두려움은 언제나 가득하다. 그래도 단편소설이니깐 도전해 볼 만하지 않을까라는 마음가짐으로 한 작품씩 읽어 나갔다.


러시아 사람은 이름이 길고 복잡해서 러시아 소설을 읽을 때는 항상 이름과 인물 간의 관계도를 따로 메모해 나가며 소설을 읽어 나갔다. 하지만 체호프의 단편 소설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심지어 단편집의 첫 작품인 '관리의 죽음'은 순식간에 이야기가 끝나버렸다. 갑자기 '그는 죽었다'라는 마지막 문장으로 소설을 끝내버렸다. 속으로 이것은 뭐지라고 생각했다. 갑자기 영화가 중간에서 끊긴 기분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아무리 단편소설이더라도 분량이 너무 짧은 거 아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혹시 놓친 부분이 있나 싶어 다시 앞장부터 읽으니 확실히 이야기가 주는 묘미가 있었다. 두 번 읽으니 앞서 발견하지 못한 디테일이 존재했다.


체호프 단편집은 짧은 이야기 속에서 여러 인간 군상들의 복잡한 내면과 감정을 보여주고 삶의 의미를 사유하게 해 준다. 뒤에 이어서 나오는 '공포'와 '베짱이'와 같은 작품들도 마찬가지다. 줄거리가 어렵지 않아도 두 번은 읽어야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세상의 풍경과 인간의 굴레가 느껴진다. 한 마디로 체호프 단편집은 재미있었다. 개화기 때 일제를 통해 그의 작품을 접하게 된 한국의 문인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1900년대 초반 단편소설로 문단에 이름을 떨쳤던 김동인, 현진건, 나도향 등은 체호프 단편소설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안 그래도 요즘 아들이 러시아에 관심이 참 많다. 러시아 작가의 소설로 인해 나도 러시아와 더욱 친해진 기분이다. 100년 전의 소설임에도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무척 흥미롭다. 짧은 이야기 속 다양한 캐릭터들 속에는 크든 작든 나의 모습도 투영되어 있다. 체호프 단편선은 단편소설의 읽는 즐거움과 평소 생각하지 못했던 우리 인생사의 한 단면을 생각하도록 만드는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3. 결국엔, 자기 발견, 최호진


책 읽기에 앞서 많이 읽겠다는 강박관념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해에 두세 권의 책을 읽더라도 한 권의 책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았고, 생각과 삶의 실질적인 변화가 있었느냐가 중요하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책을 읽는 이유는 책이 나를 다른 사람으로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책은 나의 생각을 바꾸게 하고 나의 행동을 다르게 만들어 준다. 그중 일상을 변화시키는 힘을 주는 책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습관을 키울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 준다면 금상첨화이다.


물론 모든 책의 내용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삶의 정답은 저마다 다르니깐. 그런데 작가가 의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내 삶의 정답임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직접 해봐야 한다. 나는 작년 이맘때 '결국엔 자기 발견'의 저자가 주최했던 버킷리스트 워크숍에 참여한 적이 있다. 그때 작성한 버킷리스트가 지금도 우리 집 벽면에 붙어 있다.


올해는 위크숍에 함께 하지 못했다. 사실 나의 2021년이 워크숍을 통해 크게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구 자취 집 벽면에 부착되어 있는 2021년 버킷리스트는 나에게 숙제와도 같은 부담으로 다가왔다. 오히려 스트레스로 작용하면서 버킷리스트를 의식하지 않고 1년 동안 살아왔다. 하지만 내 인생에서 버킷리스트 작성은 고작 한 번 뿐이었다. 목표 지향적인 나의 입장에서 실천하지 못한 버킷리스트가 많다는 이유로 버킷리스트를 외면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좋은 책이다. 이 책을 읽고 작년에 이어 다시 버킷리스트를 써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게다가 혼자서 버킷리스트 작성하기에는 힘이 드니 동료들을 꾀어 함께 작성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의 내용을 토대로 버킷리스트를 다시 쓸 수 있었다. 작년 이맘때 내가 썼던 내용과 비교하며 조금은 더 나를 진실되게 발견할 수 있었다. 게다가 용기를 내 작년 버킷리스트 달성 여부를 검토해 보았다. 될 수 있으면 관대하게 측정을 한 덕분에 절반가량을 이미 달성하고 실천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갑자기 스스로에게 뿌듯한 감정이 들었다. 2021년을 참 잘 살았다고 스스로를 칭찬해 줄 수 있었다. 덕분에 남은 2021년 동안에도 마음껏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가고 싶은 곳에 갔으며,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났다. 올해 연말에 이 책을 만날 수 있어 다행이다. 지금의 삶에 변화를 주고 싶은 분, 내가 진짜 좋아하고 관심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열망이 가득한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한다.


https://blog.naver.com/kukgyo/222590642668



4. 일터의 문장들, 김지수



다양한 장르의 최고 자리에 오른 열여덟 명의 일과 성장 이야기가 담긴 책이 바로 '일터의 문장들'이다. 저자는 인터뷰어의 대가로 불리는 김지수 기자이다. 인터뷰 방식으로 자기만의 방식으로 일하고 놀고 소통하고 성장해 왔던 열여덟 명의 인생 스토리를 엿볼 수 있다. 업계 최고라고 불리는 현대판 위인인 그들이 들려주는 스토리 속에서 오랫동안 마음속 깊이 담고 싶은 나만의 문장들을 수집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을 것이다.


참고로 나는 내로라하는 다양한 분야의 유명인들 중에 '백현진'이란 인물이 단연 눈에 들어왔다. '백현진'이란 이름을 보며 설마 모범택시, 악마 판사 드라마에서 악역을 맡았던 그 백현진은 아니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예상과 달리 인터뷰이는 그가 맞았다. 나에게 리얼하고 막강한 악역 캐릭터 전문 배우였던 그는 알고 보니 20년 넘게 활동한 인디음악가였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그의 이름을 들은 바가 있다. 여러 레전드 무대를 남긴 '나가수' 듀엣 특집에서 자우림과 함께 '사랑밖에 난 몰라'를 독특한 개성의 보이스로 소화를 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가수가 바로 백현진이었다. 게다가 그는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을 받은 현대미술가이기도 하다. 예술 쪽에서는 이미 대가 대접을 받고 있는 분이다.


그는 미술가, 음악가로 혼자 작업실에서 일을 하다가, 드라마 촬영장으로 가서 갑질 회장 또는 사이코패스 대통령 연기를 하며 스태프 및 동료 배우들과 협업을 한다. 음악가로 성적이 신통치 않지만 괜찮다. 대신 미술가, 배우로서 성과와 수익이 쏠쏠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쥐어짜지 않고 남을 괴롭히지 않으면서 무리 없이, 성실하게, 힘을 뺀 채로 본인이 재미난 일을 찾아서 해내는 그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갈 우리가 지향해야 할 N잡러가 아닐까? 앞으로 어떤 태도로 살아갈지에 대한 영감을 그로부터 받을 수 있었다. 확실히 나와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한두 가지 특기를 유지한 채로 다방면에 눈을 돌리며 이것저것 시도해 보며 사는 것, 그것이 남은 인생을 보다 재미있게 살 수 있는 삶의 태도가 아닐까?


그의 삶이 가장 큰 기준은 '재미'였다. 재미있으니까 심각해지지 않고 이렇게 저렇게 자신의 것들을 변경하면서 놀 수 있다.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절박감과 잘해야겠다는 욕심도 없지만 그는 잘한다. 어쩌면 무리하지 않고 매일 꾸역꾸역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조금씩이라도 해내는 성실함이 그의 진짜 성공 비결인지도 모른다.


2021년 지금 가장 핫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인터뷰라는 정돈된 글을 통해서 만나고 싶다면 '일터의 문장들'을 추천한다. 열여덟 명 중 최소한 한 명은 당장 당신의 하루에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이다.


https://blog.naver.com/kukgyo/222594749639



5.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2), 송희구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두 번째 편은 첫 번째 편의 주인공이었던 김 부장보다는 젊은 세대인 '정대리, 권사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설 속 두 인물 모두 답답한 캐릭터로 나온다. 캐릭터에 대한 입체감과 깊이는 다소 부족한 면이 있다. 하지만 저자의 뛰어난 필력과 쉬운 문체로 2편 역시 1편 이상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정대리는 아무리 노력해도 금수저를 따라잡지 못할 바에 철저히 현재의 즐거움에 충실하며 살자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다. 하지만 그가 생각하는 현재의 즐거움은 단순한 '소비'일 뿐이다. 그는 단순히 남과의 비교에서 이기기 위해 자신의 소득을 넘어서는 소비를 하게 된다. 안타깝게도 욕망하는 것들을 아무리 소비해도 그는 절대로 지속적인 행복함을 느낄 수 없었다. 늘 끊임없이 남과 자신을 비교하며 스스로를 마음의 지옥 속에 가둬두었다. 부모님이 어렸을 때 남들과 나를 비교하는 것을 그렇게 싫어했으면서 왜 우리는 스스로를 남과 비교할까? 나 역시 가까이에 누군가가 부동산 또는 주식으로 큰돈을 벌었다고 하면 괜히 마음이 동요하거나 자괴감이 들 때가 있다.


벤츠와 한강이 보이는 아파트가 있다고 무조건 행복한 삶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면 일반 시민들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 누리고 있는 재벌, 정치인, 연예인 등이 자살할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의 지금의 삶을 존중하는 힘이다. 자존감이 있다면 어떤 상황에서든 무엇을 하든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어차피 한 번뿐인 인생, 곧 죽더라도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사고 싶은 거 다 사겠다는 정대리에게 선배이자 작품의 실질적인 주인공에 해당하는 송 과장이 말했다.


"인생은 한 번 뿐이라고? 죽는 순간이 단 한 번 뿐이지. 우리 인생은 매일매일이야. 행복을 물건이나 물질적인 것으로 채우는 데에서 찾지 말라는 소리야. 그런 건 아무리 채워도 부족해."


한편 두 번째 편의 또 다른 주인공인 권사원은 늘 방향보다 속도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열심히 공부했고, 좋은 대학을 나왔으며, 수십 번의 고배를 마신 끝에 대기업에 힘겹게 취직했다. 그녀의 남자 친구는 이 소설에서 가장 최악의 캐릭터로 등장한다. 경제관념도 없고, 여전히 부모로부터 정신적으로 독립하지 못했으며, 무엇보다 여자 친구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쉽게 말해 아직 누군가를 사랑하고 가정을 꾸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이었다. (나 역시 담배를 피우지 않고, 도박하지 않고, 쓸데없는 곳에 드나들지 않는 나 자신을 꽤 높이 평가한 적이 많다. 사실 당연한 건데 말이다.)


결혼을 앞두고 있던 그녀는 할머니와 송 과장의 도움을 받아 술 담배 안 하고 게임을 취미로 삼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현실도피형 마마보이 남자 친구의 족쇄를 걷어냈다. 하지만 그녀의 고민은 따로 있었다. 프로젝트에 실패하고 승진에 탈락한 그녀는 부속품에 불과한 자신의 직장 생활에 회의를 느끼며 자신이 진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한다. 조금 더 나은 디자인을 지닌 상품을 만들고 싶다는 숨겨 놓았던 자신의 욕망을 다시 발견한 그녀는 산업디자인 학과 대학원 진학을 위해 퇴사를 감행했다.


어렵게 들어온 대기업을 스스로 박차고 나간 것이다. 설령 대학원 공부 이후 다시 기업의 부품이 되는 삶으로 되돌아온다고 하더라도 그녀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시도가 실패로 끝이 나더라도 원하는 것을 해 보는 것과 안 해보는 것은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인생은 꽤 긴 마라톤이다. 나중에 승진에 실패했던 그 사건이 권사원에게는 삶의 결정적인 터닝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


나는 과연 정대리와 권사원 어느 쪽에 더 가까울까? 여러분들은 작가가 제시한 인간 군상들 중에 누구를 더 닮았는가? 사실 타고난 짠돌이인 나는 정대리처럼 사치를 부린 적이 드물다. 지금도 나를 위해 쓰는 용돈은 30만 원 정도 수준이다. (책값 10만 원과 술값 20만 원이다.) 예전에는 성과급을 받으면 바로 정기예금을 들었고, 지금은 성과급으로 주식을 산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나에게도 정대리와 같은 모습이 있다. 다른 사람들의 평가와 시선을 의식하는 것이다. 예전 싸이월드가 한참 인기를 끌 때, 나는 하루에도 몇 번이나 싸이월드에 들락날락하며 방문자 수를 확인했다. 하지만 내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타인과 세상의 시선이 아니다. 매일 주어지는 하루하루는 나 스스로 만족하며 나답게 살아가는 것이다. 다행히 권사원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스스로 감탄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회사에 사표를 던졌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두 번째 편은 정대리에게 충고를 건넨 송 과장의 말처럼 나의 하루하루를 무엇으로 채우며 살아갈지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6. 긴긴밤, 루리


누구에게나 인생에 한 번 즈음은 잠 못 드는 긴긴밤이 있다. 책 속 주인공인 노든에게는 가족을 잃은 그때부터 남은 생애의 모든 밤이 긴긴밤이었을 것이다. 그 고달프고 외로운 긴긴밤을 조금이나마 달게 만들어준 것은 새로운 친구이자 인연으로 다가왔던 이들이다.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이 다시 그를 살게 만들었다. 세상에 유일하게 살아남은 흰 바위 코뿔소 노든과 버려진 알에서 태어난 펭귄인 '나'는 생김새부터 모든 것이 너무 다르다. 하지만 너무 다른 그들은 서로를 지탱해 주며 바다라는 지평선을 향해 나아간다. 가족을 잃고 절망에 빠진 노든 입장에서 새로운 생명인 '나'의 존재는 자기가 살아야 의미를 주었다.


어른들을 위한 이 동화를 읽으며 아들과 와이프 생각이 많이 났다. 언젠가 더 큰 세상으로 기꺼이 아들을 보내 주어야 할 때를 떠올리며 코 끝이 찡했다. 나중에라도 펭귄 떼 속에서 나를 찾을 수 있도록 이름을 붙여 달라는 '나'의 질문에 대한 노든의 답이 인상적이었다.


"이름이 없어도 네 냄새, 말투 걸음걸이만으로 너를 충분히 알 수 있으니깐 걱정 마."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과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것은 다르다. 아들과 와이프를 사랑하는 만큼 그들의 삶, 그들이 꿈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 때로는 그들이 자신이 원하는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나의 외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을 진심으로 기뻐해야 한다. 마지막에 이름 없는 주인공 '나'가 독자를 향해 뒤돌아보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멀리서 뒷모습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초등학교, 중학교 자녀와 함께 읽고 대화를 나누기에 좋은 책이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동화를 읽고 싶은 모든 분들께 추천한다.


https://blog.naver.com/kukgyo/222596175707



7.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3), 송희구


드디어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의 모든 시리즈를 읽었다. 요즘 우리 시대의 화두인 '경제적 자유'를 소재로 했고, 작가의 뛰어난 필력까지 더해 세 권 모두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재테크를 가장한 삶의 태도에 관한 책이다. 이 책 덕분에 다시 한번 나의 태도를 점검할 수 있었다. 충분히 노력하지 않고, 쉽게 주식으로 돈을 벌려고 했던 나의 지난날을 반성했다. 재정적인 여유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자유로움, 주체적이고 자율적인 삶의 가치에 대해 새삼 깨닫게 되었다. 끝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나를 치열하게 돌아봐야 한다는 교훈도 얻게 되었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 작가 본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3편 송 과장 편이 가장 인상 깊었다. 끝으로 송 과장의 가르침에서 내가 기억하고 싶은 구절은 소개하도록 하겠다.


재정적인 여유와 정신적인 자유가 합쳐져야 해. 그게 진짜 경제적 자유라고 봐. 햇살 좋은 날에 차 한잔하면서 미래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여유, 돈 걱정 없이 가족과 보내는 행복한 일상, 가까운 친구들과 함께 하는 소중한 추억.


노력했는데 안 됐다는 핑계를 대며 결과에 대해 변명하고 싶지 않다. 어설픈 노력으로 나태하지 않았다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싶지도 않다. 그저 그런 노력은 하고 싶지 않다. 남들이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의 노력을 하고 싶다.


몇 개 정류장을 지나고 보니 약 100명 정도가 탄 것 같다. 아직도 책을 보는 사람은 나뿐이다. 상위 1퍼센트가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뜻이다.


생각해 보면 투자란 단순히 어떤 기술이나 정보가 아닌 것 같다. '어떻게 살아가느냐'의 문제이다.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포기할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꾸준히 관리하고 견뎌내는 것이다. 매일매일 누적되는 지식보다 한 단계 올라선 인생관과 가치관에 대해 배우는 것이다.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고 결과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해. 그러다 보면 그간의 최선의 선택을 뛰어넘기 위해 주어진 환경 안이 아닌 밖에 대해 생각하게 되지. 그때 비로소 다른 세상이 열리는 것 같아.



8.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오츠 슈이치


이 책은 천 명의 죽음을 지켜본 말기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호스피스 전문의가 쓴 책이다. 죽음을 앞둔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긴다고 한다. "인생,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네요."


누구에게나 언젠가 죽음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지만, 죽음을 실감하며 살아가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영원히 살 거라고 착각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기가 쉽다. 특히 바쁘게 살수록 죽음을 생각할 겨를조차 없다. 이 책은 죽음을 잊고 사는 우리들에게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들려주는 회한의 목소리다. 그들은 죽을 때 후회할 것 같은 모든 일을 지금 당장 하라고 말한다. 사실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의 내용은 다소 뻔하다. 그만큼 작고 사소한 실천이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무렵 가슴을 치며 후회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달 전에 카카오톡 알림 말을 '메멘토 모리'로 바꾸었다. 내일 죽을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오늘 하루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결심이었다. 나의 삶을 낭비하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그때의 결심과 다짐을 다시 한번 더 생각하게 해 준 책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많이 했더라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했더라면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려고 노력했더라면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났더라면

죽도록 일만 하지 않았더라면

건강을 소중히 여겼더라면

가고 싶은 곳으로 여행을 떠났더라면

내가 살아온 증거를 남겨두었더라면



9. 2인조, 이석원


매주 금요일, 집으로 가기 위해 동대구역으로 향한다. 알라딘 중고서점에 들러 기차 안에서 읽을 책 한 권을 구입하는 게 작은 행복이다. 이번 주 금요일은 평소보다 차가 막혀 책을 고를 시간이 촉박했다. 평소처럼 읽고 싶은 책 목록이 적혀 있는 메모 앱을 열 여유도 없었다. 입구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책장에 있는 책들 중에 제목만 보고 고르기로 했다. 예전에 읽으려다가 만 '2인조'란 책이 눈에 들어왔다.


자신을 돌보지 않고 세상의 눈치에 맞춰 건강하지 않게 살아온 필자가 결국 번아웃이 와 정신병원에서 치료받는 과정이 책의 시작 부분이다. 책의 첫 부분이 저자가 몸과 마음 모두 쇠약해진 상태로 저술한 부분이라 읽는 내내 조금 힘들었다. 게다가 '2인조'라는 제목을 통해 내 안의 또 다른 나와 소통하고 화해하고 나를 사랑하라는 뻔한 결말을 떠올리며 이 책을 선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서점에 들르자마자 1분 안에 책을 선택하지 못하면 기차 안에서 읽을 책이 없었다. 얼마 전 읽은 최호진 작가의 '결국엔 자기 발견'에서 '2인조'란 책이 인용되었음을 떠올리며 미심쩍지만 일단 책을 구입했다.


금요일 천안 가는 기차 안에서부터 일요일 대구로 돌아오는 기차 안까지 단숨에 이석원 작가의 '2인조'를 읽었다. 독자에게 잘 읽히는 글을 쓰기 위해서 수없이 글을 수정한다는 작가의 말은 진짜였다. 막힘없이 글을 쭈욱 읽어나갔다. 몸과 마음 모두 무너져버린 작가가 다시 살아가기 위해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 하지만 자신을 치료해 줄 사람은 의사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있었다. 일상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지내는 나 자신과 사이좋게 잘 지내는 것이 우선이었다. 나와 잘 지내기 위해서는 세상과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솔직해야 했다. 남들이 부정적인 말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꿋꿋이 가기 위해서는 단단함이 필요하다.


그 단단함을 다르게 표현하면 자존감이다. 나를 사랑하는 힘이다. 그 힘을 키우기 위해서 매일 블로그에 글을 쓰며 오늘도 발행을 했다는 작은 성공의 기분을 느낀다. 다른 사람의 작은 칭찬과 인정을 진심으로 감사해하며 받아들인다. 나 자신에게 아름다운 풍경과 고전으로 추앙받는 예술 작품들을 보여준다. 책을 통해 지혜로운 사람들과 대화하며 나와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고 시선을 따스하게 한다.


레전드 인디 가수인 언니네 이발관의 리더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그가 나와는 다른 세계의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 그리고 삶의 고민, 갈등, 문제 등은 유사했다. 그래서 더욱 반가운 마음으로 공감하며 읽게 된 책이다. 다음 주면 방학이다. 1년 동안 알게 모르게 나의 자존감을 낮추는 타인과 세상의 언행에 많이 노출되었다. 방학은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경험을 쌓음으로써 부정적인 기억을 밀어낼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10. 다산 선생 지식 경영법, 정민


2021년 내가 읽은 마지막 책은 '다산 선생 지식 경영법'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18년 동안의 강진 유배 생활 동안 250권이 넘는 책을 저술했다. 어림잡아도 1년에 10권 이상의 책을 쓰신 것이다. 다산 개인의 삶으로는 유배 생활이 절망이었겠지만, 20년 가까이의 그의 유배 생활은 조선 학술계에 축복이었다. 역사적으로도 그는 권력에서 밀려 유배를 갔던 수많은 양반들 중 한 명이 아니라 조선 후기 실학을 집대성한 대학자가 되었다. 그는 한국의 다빈치라고 불릴 만큼 그의 학문적 결과는 그 당시에도 지금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


'다산 선생 지식 경영법'은 그가 어떻게 위대한 학자가 되었는지 방법에 방점을 찍는 책이다. 정약용 선생이 공부를 하고 책을 썼던 그 태도와 방법을 배우고 싶었다. 그것이 올해 마지막 책으로 이 책을 선택한 이유이다. 매일 한 챕터씩 읽고 내용을 요약해 정리하면 올해가 끝나기 전에 이 책을 완독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무질서에서 질서를 찾는 것이 공부다. 남들은 못 봐도 나는 보는 것이 공부다. 공부를 위한 공부가 아니라, 이를 통해 내 삶이 송두리째 업그레이드되는 것이 공부다. 마지못해 쥐어짜며 하는 공부 말고, 생룡활호처럼 펄펄 살아 날뛰는 그런 공부가 공부다.

다산 선생 지식경영법, 정민, 78쪽


어제 '백 권의 책 읽기'라는 버킷리스트를 달성했다는 포스팅을 했었다. 다산은 책 권 수에 집착하는 독서를 인정하지 않았다. 한 권의 책을 읽더라도 제대로 읽어야 한다. 책을 읽는 목적을 분명히 하고, 그 목적에 따라 읽기 방법도 달라야 한다. 공부를 목적으로 하는 책을 읽다가 생소한 단어를 만나면 그 의미를 완전히 파악할 때까지 파고들 필요도 있다. 내 삶을 바꿔줄 수 있는 문장 앞에서는 밑줄을 긋고, 옮겨 쓰고, 간단히 내 생각의 과정을 메모할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서 모르는 것이 하나씩 축적되면 그 앎은 지식을 넘어 지혜가 된다. 그런 공부는 내 삶을 향상할 수 있다.


정민 선생의 '다산 선생 지식경영법'은 무질서에서 질서를 찾고 남들이 못 보는 것을 볼 수 있으며 내 삶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그런 공부를 해보자고 다짐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그런 책이다. 올해 마지막 책으로 이 책을 선택하기를 잘했다.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성장을 꿈꾸고, 효율적으로 일처리를 하고 싶은 분들께 추천드린다. 감히 말하자면 자기 계발서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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