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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조성 강사 라라 Sep 15. 2022

우울과 자책이 디폴트값인 사람들

에니어그램 4유형의 우울감에 대하여 


우울할만한 특별한 사건이나 계기가 없어도 일상적으로 늘 우울하거나, 아무리 우울증 치료를 받아도 나아지지 않아서 괴로운 사람들이 있다.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에니어그램을 통해 내가 선천적으로 우울에 빠지기 쉬운 기질을 갖고 태어났다는 것을 알게된 것은, 내 인생에 한 획을 긋는 중요한 사건이었다. 

에니어그램 4유형은 독특하고 독창적이며 섬세해서 '예술가 유형'이라고 불리는 동시에,

사소한 일에도 쉽게 깊게 상처를 잘 받고, 감정 기복이 매우 심해서 4유형을 ‘우울한 사람’이라고도 불린다. 


4 유형인 사람들은 타고난 성향상 아래 3가지 종류의 우울함에 노출되어 있다. 




1.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우울함 

4유형은 무의식 중에 시기, 부러움, 질투에 자주 빠진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뭔가 특별하고 멋지고 대단한데 나는 너무 평범하고 특별한게 없다는 생각. 

다른 사람들은 다들 행복해보이고, 잘 지내는 것 같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좇아가고 있는 것 같은데, 

나만 불행하고 나만 잘 못지낸다는 생각.

나만 가진 것도 없고, 잘하는 것도 없고,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에 일상적으로 자주 빠진다. 

그래서 외롭기도 하고, 나도 다른 사람처럼 잘 지내고 행복하고 싶은데, 그렇지 못해서 우울함을 느낀다. 


물론 4 유형이 아닌 유형도 남들과의 비교에서 오는 자괴감을 느낄 수 있지만, 

4유형은 다른 유형에 비해 매우 강렬하게, 매우 일상적으로, 자기도 모르게 거의 매 순간 비교와 자책, 자괴감 속에서 허우적대기 쉽다.


친구를 만나도 “쟤는 성격이 너무 좋구나... 쟤는 남친이 잘생겼구나... 쟤는 예뻐서 얼마나 좋을까...”,

남의 집 개를 보면서도 “너는 사랑 많이 받아서 좋겠다..” 

친구 딸을 보면서도 "너는 어려서 정말 피부가 좋구나...

라고 말하며 자신에게 없는 것을 부러워하는 말을 자기도 모르게 쏟아내는 것이 바로 4유형이다. 



2. 나에게 결함이 있다는 느낌

4유형은 아주아주아주아주 깊이, 자기자신에게 결함이 있다고 느끼면서, 자신에게 긍정적이고 좋은 면이 있다는 사실에 매우 강렬히 저항한다


상담을 할 때 대부분의 4유형이 “나는 고장난 기계”같다, “나는 문제 투성이이고, 모든게 다 엉망진창이다”라고 말하곤 한다. (나 역시 에니어그램을 알기 전 자주 했던 말들이다.)

4유형에게 자신의 단점을 써보라고 하면 1분만에 10개도 쓰는데, 장점을 써보라고 하면 10개도 못쓰고 ‘쓸 게 없어요’라고 말하곤 한다. 

이런 성향이 다른 사람과의 비교와 합쳐지면서, 자신에 대한 비하와 자책, 자학으로 깊이 깊이 빠져들게 된다. 


자신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런 성향 때문에, 주변 사람의 이야기도 자기 마음대로 부정적으로 상상하곤 한다. 

“어머, 너네 오빠 똑똑하다”라고 하면, “그럼 나는 멍청하다는 얘기구나...”로 해석하고,

“헤어스타일 바뀌니까 어려보인다!” 라고 하면, “그럼 전에는 나이들어 보였구나...” 하며 좌절하는 식이다.


이렇다 보니 4유형에게 ‘너는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다, 너도 이런 부분이 멋지다’고 아~~무리 말해줘도, 4유형 귀에는 도무지 들리지가 않는다. 



3. 부정적 감정을 지속하고 싶어함 

4유형은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너무 주의를 기울이는 경향이 있는데, 그중에서 긍정적이고 행복한 경험보다는 죽음, 고통, 슬픔 등의 부정적이고 절망적인 감정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우울한 영화나 슬픈 음악에 깊이 매료되기도 하고, '내가 죽으면 어떻게 될까...'를 혼자 상상하다가 혼자 슬퍼서 막 울기도 한다. 

뉴스에 나오는 고통받는 사람들 이야기에 지나치게 감정이입을 하며 슬퍼하고 아파하기도 한다.


그렇게 고통스럽고 슬픈 감정을 느끼면서, 누군가 나를 이 고통과 아픔을 이해해주길, 그래서 이 고통에서 나를 구원해주길 간절히 바라지만, 안타깝게도 4유형이 빠진 늪에서 구원해줄 구원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나도 어릴 적 참 간절히 그런 구원자를 바라고, 아무도 나를 꺼내주지 않는 현실에 깊이 좌절했더랬었다.)



내가 4유형이라 조금 더 잔인하게 말하자면, 4유형은 고립감, 우울함, 이해받지 못한다는 외로움, 슬픔, 고통에 빠져있는 것을 너무도 좋아한다. (물론 깊은 무의식적 패턴이라 인지하기 거의 어렵긴 하지만 분명한 사실이다!)


그래서 비오는날 구슬프게 울고 있는 비둘기’가 4유형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또는 ‘탑조명 아래 쓰러져서 슬피 울고 있는 여배우’도 딱 4유형스럽다. '내가 얼마나 슬픈지 나 좀 봐줘... ' 하고 있는 모습! (나도 내가 감정에 빠져들 때마다 여배우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빠져나오는 훈련을 했다! 으악! 너무 싫어!! 하면서...)



이런 4유형의 무의식적인 패턴을 알지 못하고 계속 빠져들다보면 우울증, 자살시도, 자기 혐오의 병적인 상태까지 치닫게 되기도 한다. 나 역시 그러했지만 생명의 위협을 받을 정도로 위험한 상태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주변 4유형이 이렇게 부정적이고 슬픈 감정에 빠져들어 울 때는 위로해주고 공감해주기 보다는 ‘(비둘기) 구구구~하지 맙시다!’라고 말해주곤 한다. '정신 차리고 감정의 늪에서 빠져나와!'라고 말해주는 것이 4유형에게는 더 필요하다. 




모든 4유형들이 이런 상태는 아니다. 지금 얘기한 것들은 4유형이 건강함을 잃었을 때 나타나는 패턴들이다. 얼마든지 훈련을 통해 이런 무의식적 패턴을 알아차리고 건강한 상태로 변화할 수도 있다.

 내가 지난 10여년간 해온 4유형이 건강해지는 핵심 훈련 딱 2가지만 얘기해 보겠다. 




첫 번째, 자신의 긍정적인 부분을 수용하는 훈련(칭찬일기 쓰기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훈련만 해도 4유형이 느끼는 우울함에서 90%이상 벗어날 수 있다고 장담한다. 

그만큼 효과가 최고인데, 그만큼 4유형에게는 가장 어려운 훈련이기도 하다. 

자신을 너무 미워하고 싶고, 자책하고 싶고,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느낌에 무의식적으로 집착하는 것을 포기하기가 정~~~~~~말 어렵다


하지만!!! 

계속 우울하고 무력하게 살고 싶은게 아니라면, 가장 강력하고 확실하고 평생 나에게 도움이 될 이 훈련을 반드시 해야 한다.



4유형은 누구보다 사랑받고 싶어하고, 사랑과 연결감에 목말라한다. 하지만 그토록 받고 싶어하는 사랑을 받는 유일한 방법은 내가 나를 내 모습 그대로 멋지다고, 괜찮은 사람이라고 진심으로 말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4유형은 평생을 외로움과 낮은 자존감, 자학과 자책, 질투와 우울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으니, 행복하고 싶다면 이 훈련은 정말이지 필수 오브 필수다. 



두 번째, ‘정신 차리기’ 훈련이 필요하다. 

4유형은 과도하게 자신의 과거의 상처와 슬픔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오히려 힘든 감정이 느껴질 때, 감정에 집중하기 보다는 감정에서 빠져나와 정신을 차리는 훈련이 필요다.


또, 4번은 감정에 압도당할 때가 너무 많다. 우울해도 너~~~무 우울하고, 행복할 때도 너~~~~무 행복하다. 주변 사람들이 당황스러울만큼 자신의 감정에 도취되어 있을 때가 많기 때문에, 너무 오버한다는 말도 많이 듣는다. (내가 많이 들었던 말이다.)


그래서 4번에게는 긍정이든 부정이든 너무 감정에 도취되어 있을 때 알아차리고 빠져나오는 훈련이 필요하다. (주로는 부정적인 감정에 빠져들지만, 긍정적인 감정에도 과하게 몰입해서, 이러나 저러나 현재를 살지 못하는 문제를 일으킨다.)




그래서 4유형들은 고통스러운 감정을 나도 모르게 곱씹을 때는 ‘정신 차리자!’하며 빠져나오고, 또 혼자 판타스틱하게 멋진 미래를 상상을 할 때도 (혹은 과거의 행복했던 감정을 무한 리플레이하고 있을 때도) ‘정신 차리자!’ 하며 현실로 돌아올 필요가 있다. 





모든 사람이 에니어그램을 공부했으면 좋겠지만, 특히 4유형은 꼭 공부했으면 좋겠다.

에니어그램의 무의식적 패턴을 이해하고 훈련하지 않고서는 4유형의 자학과 자책패턴, 질투와 미친 감정의 쓰나미에서 빠져나와 평온한 일상을 되찾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즉, 온전히 나로서 행복해질 방법을 찾기가 너무 어렵다. 




오늘 이야기를 영상으로 보시려면 https://youtu.be/l2fv-oKB2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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