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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던 율리시즈 Jun 16. 2017

파리의 소르본 대학- 시험때면 찾던 성당...

프랑스 여행 에세이-파리의 생 세브랑 성당


옛날 옛적...

프랑스 최고의 지성들이 모였던 파리의 소르본 대학생들은 여느 대학생들과 똑같이 시험때만 되면 스트레스가 많았다. '시험!'. 좋아하는 사람이 누가 있으랴? 그래서 누군들 스트레스 없이 사는 사람이 없지만 똑똑한 학생들도 공부땜에 스트레스 받는다는게 이해가 잘 안갔다. 하지만 또 그 중에서 경쟁해야 하기에 스트레스는 여전히 생기는가 보다. 이런 스트레스로 시험때만 되면 찾아 애타게  기도하던 성당이 있었으니…


유서깊은 소르본 대학 캠퍼스에서 지척인 ‘생 세브랑(Saint-Séverin)’ 성당이 바로 그곳이었다. 이 성당을 찾아 시험잘보게(?) 해달라고 조른(?) 대학생들의 마음은 우리나라의 악명높은 입시철 수험생과 그 부모들의 마음과 비슷하리라. 지금은 흔적을 찾아 볼수 없고 겨우 한 구석의 성모상과 설명서로 대신하지만 이 작은 고딕성당의 아룸다움과  유서깊은 역사만으로도 이 성당을 방문할 가치는 충분하다.


이 성당은 가까운 '시떼'의 노트르담 성당에 비해 엄청 작은 크기지만 긴 역사를 품으며 성스러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프랑스 어로 ‘Église Saint-Séverin’ 인 이 가톨릭 성당은 세느 강옆 파리의 '라틴 지구(Latin Quarter)'에 위치해 있으며 연중 관광객이 넘치고 골목 골목마다 레스토랑과 숍이 밀집한 파리의 명소에 위치해 있다. 그러나 한 구석에 위치한 이 성당을 쉽게 지나칠 수 있다.


5세기 중반쯤 이 지역의 은수자였던 세브랑 성인(St. Séverin of Paris)은 세느 강(the River Seine) 강둑의 조그만 움막에서 기도와 청빈의 삶을 살았다고 한다. 성인의 죽음 뒤에 사람들은 그의 거룩한 삶을 되새기는 의미에서 그의 무덤위에 작은 성당(채플)을 지은게 성당의 시초이고, 11세기경에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당을 이 위에 다시 지었다고 한다. 파리가 중세의 도시로 계속 확장되고 인구도 계속 늘어 더 큰 성당의 필요성이 대두되어 14세기엔 고딕 양식으로 다시 지어졌다. 그래서 생 세브랑 성당은 5세기부터 지금까지 거의 1500년의 세월을 고고히 지나오며 수많은 사람들이 기도와 미사를 드린 '성지'인 것이다.


한편, 1448년 영국과 프랑스의 ‘백년전쟁'으로 성당의 많은 부분이 파손되었는데 당시 주임신부였던 기욤 데스뚜테비여(Guillaume d'Estouteville)가 다시 후기 고딕 양식으로 성당을 재건했다고 한다.  현재의 모습은 1520년경에 나타났고 1673년에 프랑스 왕실의 건축가였던 줄르 아흐두앙-몽사르(Jules Hardouin-Mansart)가 '성체 채플(the Communion chapel)'을 완성했다고 한다. 1684년엔 유명한 실내장식가인 샤를르 르 브룬(Charles le Brun)이 성가대쪽을 개조했고 후진(apse) 의 기둥(columns)들을 붙였다. 그래서 이 성당안에 들어서면 꼭 나무가 촘촘히 서있는 밀림속을 걷는 것같다.


미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특히 본 성당 제대 뒤편에 있는 ‘몽사르 채플(The Monsart chapel)’을 꼭 보아야하는데 왜냐하면 화가 '루오(Georges Rouault)'의 조각판화(engravings)를 여기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끔 미사가 이곳 작은 채플에서 진행되고 ‘성체조배'도 자주 있기 때문에 ‘조용'하게 둘러보는게 예의이다. 또한 기도하는 사람들이 항상 있기에 사진찍는 것도 사실 무리이다.


바로 바깥 거리인 라틴 지구의 떠들썩함에 비해 조용한 이 성당에서 중세의 스테인드 글라스와 현대식 스테인드 글라스를 찬찬히 비교해도 재미있고 시대의 부침에 따라 달라지는 스타일의 다양성도 직접 볼 수 있다. 그리고 곳곳마다 여러 언어로 설명서도 친절하게 붙여놓아 보기에 편리하다. 성당안은 다른 여느 파리의 성당과 같이 항상 어두침침한데 오히려 이 점이 이 성당의 역사에 깊이 침잠할 수 있게 도와 준다.


그리고 조용히 성당의 작고 딱딱한 의자에 앉아 여길 스치고 지나간 스트레스받던 수많은 학생들 그리고 그 스트레스를 기꺼이 받아주었던 1500년 역사의 이 성당에 포근하게 안겨 있다는 상상도 의미있다. 또, 만약에 스트레스가 있다면 이곳에서 다 내려놓고 소르본 대학생들이 그랬던 것처럼 미래에 대한 좋은 결과를 낙관하는 'positive thinking'을 해도 좋을 것이다. 그래서 긴 여행을 하는 이들이 앉아 쉬면서 침묵으로 툭 털어놓고 얘기할 수 있는 편안한 안식처같은 곳이기도 하다.


https://brunch.co.kr/@london/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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