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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던 율리시즈 Sep 06. 2017

'일본풍'의 원조 '우키요 에'

미술 에세이

‘우키요 에(Ukiyo-e)’라 불리는 일본 판화는 유럽에 너무나 많이 알려졌다. 비단 인상파 화가들이 가졌던 100년도 훨씬 전의 호기심뿐 아니라 이 ‘우키요 에’ 인기는 현재진행형인 것같다. 영국에서도 호쿠사이(Hokusai)나 히로시게(Hiroshige)같은 유명 일본 판화가들의 이름은 일반인들도 알고 더구나 호쿠사이의 파도 그림, ‘카나가와 해변의 큰 파도(The Great Wave off Kanagawa)’는 일본의 상징처럼 되었다.



한때는 정통 흑백 수묵화에 비해 색이 들어간 이 판화는 예술적인 높낮이에서 일본에선, 그리고 중국과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로, 낮은 것으로 보았다. 대신에 그런면에서 오히려 대중에게 파고 들었다. 다량으로 찍어내 팔수 있어서 미술시장도 형성되었다. 그러다 19세기 중반 파리 만국박람회의 일본관에 보낼 물품들을 포장한 이 싼 ‘우키요 에’ 그림들이 파리의 내노라하는 화가들의 눈길을 끌었다. 너무 대중적이라 아예 포장지로 ‘우키요 에’ 그림을 썼던 모양이다. 물품 포장지도 그냥 놓치지 않았던 예술가들의 예리한 눈길과 관찰도 무시할 수 없다. 이국적인 풍경, 색상, 구도, 원근법 무시, 휘몰아치는 고혹적인 선, 단순함, 그리고 코믹한 요소까지 ‘우키요 에’는 이 인상파 화가들에게 크게 어필하였고 심지어 ‘영감’까지 주었다. 그전까지(1860년) 유럽의 화가들이 보았던, 아니 마음속에 가졌던 동양에 관한 신비함과는 많이 달랐다. 그전에 파리의 화가들은 터키 제국 하렘의 여인들, 북 아프리카 이슬람 문화속의 여인들을 소제로 즐겨 사용하였다. 이는 유럽인이 동양을 욕망의 대상으로만 보았던 신비한 이국에 대한 호기심뿐이었다. 이런 현상은 이슬람권 뿐 아니라 중국 문화와 그림까지 마찬가지였고 단지 문화적 종교적 인종적 호기심으로 동양을 대하였다.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에 꼭 맞아 들어가는 타자였던 동양이 목판위에 파낸 고운 선들과 곱게 색깔을 입힌 ‘우키요 에’ 그림으로 무너져 버렸다. 심지어 이 현상을 ‘자포니즘’이라 부른 것에서 보듯 당시의 사람들은 열광하였다. 예술적 가치론 흑백 수묵화에 비해 현저히 낮았던 이 대중적인 판화가 예술세계의 중심이라 자부한 19세기 파리의 화가들에게 그토록 눈길을 끌었고 영향까지 미칠 줄이야…



‘우키요 에’는 한자로 浮世, 즉 글자 그대로 붕 떠있는 세상(Floating World)이란 뜻이다. 이 판화 그림들은 에도시대(1600-1867)부터 불기 시작한 도시 생활, 특히나 도쿄로 몰려든 사람들과 그들의 환락과 쾌락의 추구를 묘사하였다. 이는 교토시대와는 여러모로 다른 것이었다. 한편으로 이 환락의 추구는 똑같은 발음인 ‘우키요(憂き世), 즉 슬프고 덧없는 세상(Sorrowful World)을 의미하기도 하였다. 정처없이 떠도는 시간처럼 흘러가는 세상과 인생에 대한 불교적인 관조였다. 어떻게 보면 이 감상적인 삶에 대한 우리나라의 풍류도적인 삶과도 비슷하고 불교적 염세주의도 흠뻑 묻어나오는 것같다. 이런 주제의식을 떠나 그림자체로 보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김홍도와 신윤복의 풍속화완 다른 것같고 오히려  조선시대 민화와 비슷한 면이 있는 것같다.(김홍도가 일본으로 건너가 ‘우키요 에’ 판화를 제작했다는 설도 있는데 사실이 아닌 것같다.)



일반적으로 ‘우키요 에’판화 그림은 선을 강조한 일본만가의 원류라고 알려졌다. 그리고 그 그림의  주제는 넓다. 게이샤와 스모 선수들, 칼을 든 사무라이, 해골과 악마, 물고기와 새, 산수 풍경과 바다풍경 그리고 풍속화까지 다양하였다.



유럽에선 이 판화를 전문적으로 수집하는 사람들도 많다. 물론 일본이 더 많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여러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도 계속해서 ‘우키요 에’ 전시를 한다. 몇년전 런던의 로얄 아카데미에서 전시한 후지산의 풍경이란 주제는 엄청 인기를 끈 블록버스터 전시였고 호쿠사이 전시는 대영박물관에서 몇달전에 있었다. 지금  파리의 ‘기메 박물관’의 중앙 전시실엔 ‘우키요 에’전시가 오픈중이다. 파리 방문중 우연히 들렀다가 이 전시를 보았는데 프랑스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관람객도 남녀노소 다 있었다. 대영박물관 ‘호쿠사이 전’도 여러 중요 매체들의 문화란에 리뷰와 함께 보도됐고 심지어 BBC에선 일본까지 가서 다큐멘터리까지 만들어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경쟁’이란 말이 문화예술에 적용한다는게 도통 맞지 않지만 이런 ‘우키요 에’의 계속되는 관심과 인기에 약간의 질투심도 일어난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민화나 풍속도는 유럽에 아예 알려지지 않았다. 고려 불화, 특히 ‘수월관음도(Water-Moon Avalokiteshvara)’같은 걸작은 몇 미술사가외에는 알지 못한다. 하긴 겨우 80여점이 지금 남아있고 그중에 네 다섯점만 국내에 있다하니(대부분은 일본에) 전시와 홍보에 어려움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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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london/93


위 사진은 파리의 '기메 박물관' 일층 기념품겸 서점. 보이는 것처럼 일본과 관련된 서적이 즐비하다. 그 중에 할복한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책이 두권 보인다.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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