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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애 Jan 23. 2022

제대로 된 가구를 사는 게 맞는 것 같다

원하는 가구를 사는 일




가구를 결재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휴게소를 들러 늦은 점심을 먹으며 남편이 운을 뗐다.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런데 그다음 말에는 맞장구를 치지 못했다. 시행착오가 너무 심하다. 신혼으로 들여온 가구와 살면서 내가 샀던 소모품들을 두고 하는 얘기다. 다른 집들이랑 비교해보니 어떻게 살았는지 싶다.. 그래.. 이제 괜찮은 걸로 사자. 매트리스도 아무 생각 없이 샀고.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남편은 초등학생이 되는 아이방에 책상 세트를 놓아주고 싶은데 지금은 옷장과 매트리스로 공간이  차서 자리가 나지 않으니 침대를 새로 들여야 한다고 했었다. 옷장은 베란다로 보내고 3년도  쓰지 못했지만 다른 방에 넣을 곳도 없는 매트리스는 바꾸기로 했는데, 막상 사고 보니 멀쩡한 매트리스를 버리고 다시 구매해야 한다는 사실이 못마땅한 모양이다. 나도 인정하는 부분이기에 여기까지 듣고만 있었다. 답답해서 화가 난다. 여기서는  참았지만. 나라고 남편이 답답한 부분 없을까. 결론도 없고 감정만 상하는 대화는 각자  식기를 가져다 놓으러 자리를 뜨면서 중단됐다. 이번에도 결론이  났네.





흠.. 아무래도 장롱 말이야. 우드톤으로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이것 봐 봐. 인테리어 사진을 보여주니 노티 난다고 했다. 그냥 하자, 베이지가 낫다. 실제 설치한 사진들 보니 완전히 화이트면 몰라도 색이 애매한 것 같은데.. 근데 더 말이 안 나왔다. 같이 들었던 고집이 강하다는 내 사주 때문인지 요즘 고집 좀 그만 부려라는 말을 자주 했다. 사주 듣고 이러는 거 아니라고 꼭 덧붙이면서. 그래, 견적 낸 그대로 하자. 견적서를 접어서 봉투에 넣었다. 소파 팔걸이 양쪽에는 쿠션을 두면 어떻냐기에 괜찮겠다 했더니 본인이 사도 되냐고 물었다. 아니, 내가 할게. 아니다, 그냥 여보가 하고 싶은 걸로 골라. 쿠션 그거 뭐라고, 원하는 걸로 한 번 사보라지. 결혼 준비할 때도 이렇게 부딪히지 않았는데. 그때 안 싸워서 그런가. 이번에 새로 들이는 살림 문제로 사사건건 부딪힌다. 특히 가구에서 그렇다. 집에 있는 가구 중 남편 마음에 들어서 산 책장은 장식장에 가까워 옆이 훤히 뚫린 점이 내 마음에 들지 않고, 다용도로 쓰일 것 같아서 마음에 드는 철제 캐비닛(옷장)은 투박하고 아이방에 어울리지 않는 디자인이라는 이유로 남편 마음에 들지 않는다.





서랍장은 이 브랜드에서 하고 싶은데 다른 지역에 있네. 그럼 내일은 거기 가서 사면 되냐고 했다. 서재방에 널브러져 있는 옷더미 속에서 출근복장을 고르는 처지라 불편한 건 맞다. 옷장도 10일 뒤에나 온다고 하니 이 짓을 10일이나 더 해야 되는구나 싶을 거다. 직접 말하기도 했고. 지난 주말 옷장 구매를 목표로 들른 가구점에서 결재 직전까지 갔다가 직접 조립해야 하는 가구 치고 예상보다 가격이 비싸서 보류했었다. 그래서인지 다른 필요한 가구들은 최대한 빨리 들여서 정리라는 임무를 완수하는 게 목표인 듯하다. 하지만 나는 애초에 그럴 생각이 없었다. 지난 경험의 실패로 이번에는 여러 군데서 보고 신중하게 고르고 싶었다. 이사 준비를 끝냈을 때 어플에서 남의 집을 며칠 동안 구경하며 마음에 드는 가구나 집들이 사진으로 스크랩북을 200개나 채웠는데 이틀 만에 가구를 결재하다니.. 요즘은 가격이 저렴한 인터넷으로 가전과 가구를 많이들 사니 인터넷으로 결재할까 하다가도 가구는 역시 직접 보고 사야 한다는 리뷰가 한 개쯤은 있었다. 수많은 좋아요 속에서 그런 리뷰들만 마음에 남았다. 그래서 아이쇼핑이라면 질색하는 남편과 함께 주말마다 가구 매장을 세 번이나 간 거다.





처음부터 제대로 된 가구를 사는 게 맞다. 그런데 처음부터 제대로 된 안목을 가질 수 있을까. 합리화인가. 지난 인생 수업비보다는 적게 들길 바라는 수밖에. 그나저나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이 줄다리기는 대체 언제쯤 끝이 날지. 내가 놓아야 하나. 그럼 남편이라도 흡족할 수 있을까. 제대로 된 가구를 사는 게 맞지 지금처럼,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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