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옥돌의 책 글 여행 May 13. 2022

"우리 철(哲) 좀 들어볼까요?"

안광복, <처음 읽는 서양철학사>, 어크로스, 2017



괴짜 같은 철학자들도 실은 평범한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 인정받고 싶어 하고, 사랑을 꿈꾸며, 괴팍한 부모 때문에 고민한다. 때로는 변화를 꿈꾸기도 한다. 내 가슴속 고민을 철학자들의 삶 속에서 찾아보라. 짝사랑에 마음 태운다면, 키르케고르가 어떻게 연애했는지 알아보자. 교회 나가라고 들들 볶는 주변 사람들 때문에 짜증이 벌컥거린다면 아우구스티누스를 읽어라. 철학자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아, 그래! 이건 내 고민과 똑같아!"라고 느껴지는 순간, 그때가 바로 나의 철학의 출발점이다. (p.9-10)




"넌 언제 철들래?" 한 번쯤 들어봤음직한 말이다. '철들다'의 사전적 의미는 사리를 분별하여 판단할 줄 알게 된다는 것이다. 철학(哲學)이라는 단어의 첫 글자, 철(哲)에 '슬기롭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슬기롭다고 해서 당장 삶에 쓸모 있는 건 아니지만 '철(哲)이 없으면' 자신을 비롯해 주변 사람들의 삶에 피해를 끼친다. 언젠가 들은 모 심리학 교수의 강연 내용이 생각난다. 대학 전공을 선택할 때 취업 잘 되는 학과를 모두 선호하지만 실제 삶을 살아가는 데는 철학을 공부한 학생들이 앞가림을 잘한다고 한다. 자신의 삶과 세상에 대한 물음을 끊임없이 던지며 답을 찾아가기 때문이라고 한. '우리, 이제 철 좀 듭시다' 철탐 모임에서 추천받은 <처음 읽는 서양 철학사> 읽으며 40인의 철학자들은 어떻게 철(哲)이 들었을까, 궁금증이 일었다.

   



저자 안광복 님은 소크라테스처럼 ‘일상에서 철학하기’를 실천하는 임상 철학자다. 서강대학교 철학과에서 공부하고 동 대학원에서 ‘소크라테스 대화법‘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6년, 대한민국에서는 무척 드문 ‘철학 교사'로 임명되어 지금까지 서울 중동고등학교에서 철학 수업을 하고 있다. 꾸준한 저술과 강연을 통해 독자들과 소통하는 인문학 필자이기도 하다. 지은 책으로 <교과서에서 만나는 사상> <서툰 인생을 위한 철학 수업> <도서관 옆 철학카페> 등 십수 권의 철학책을 펴냈다. 그의 책들은 30만 명이 넘는 독자들을 ‘철학하는 즐거움'으로 이끈다.



철학의 스테디셀러 <처음 읽는 서양 철학사>철학의 아버지 '탈레스'부터 해석학의 기초를 다진 20세기 철학자 '가다머'까지, 꼭 알아야 하는 서양의 대표 철학자 40인의 이야기만을 모았다. 출간 10주년을 맞이하여 새롭게 선보이는 개정증보판에서는 철학자들의 삶과 그들이 살다 간 시대를 엿볼 수 있는 도판 자료들을 추가하고,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철학자들을 추가로 소개했다. 아울러 철학의 핵심 개념과 서양 철학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엮어 철학을 처음 접하는 이들의 이해를 돕는다.




맛보기 1

교회 나가라고 들들 볶인

아우구스티누스

(Aurelius Augustinus, B.C. 353-430)

젊은 시절 마니교에 빠져 방황했던 아우구스티누스는 수사학자로 세속적인 성공과 쾌락을 겪어 본 사람이다. 그는 방탕한 생활 끝에 어머니의 간절한 설득에 기독교로 개종했다. 젊은 시절 뼈아픈 경험을 바탕으로 교회의 가장 뛰어난 이론적 수호자가 된다. 당시 기독교는 박해와 고통, 탄압 속에서 313년, 믿음의 자유를 얻지만 이교도들의 표적이 되었다. 이때 아우구스티누스가 다른 종교에 맞서 기독교를 옹호하는 이론을 세우고 기독교 신앙의 주춧돌을 마련했다. 또한 철학자로서 '내게는 나 자신이 문제일 뿐'이라는 말을 했는데, 그의 사상의 출발점은 항상 자신에 대한 반성과 깨달음에 있었다.  




맛보기 2

'시칠리아의 벙어리 황소'

토마스 아퀴나스

(Thomas Aquinas, 1225?-1274)

학창 시절, 말이 없는 토마스를 친구들이 '시칠리아의 벙어리 황소'라고 놀려 댔다. 토마스를 지진아로 불쌍히 여긴 친구가 가정교사를 자원했는데, 선생님보다도 더 잘 알고 있는 그에게 입을 다물지 못했다. 토마스는 친구에게 이 사실을 비밀로 해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는데, 자신의 지혜가 드러나면 친구들이 모여들어 공부와 사유를 방해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서였다. 훗날 학자들은 ‘진리에 대한 사랑이 겸손한 마음을 이겼다'라는 말로 이 사건을 평가한다. 토마스는 논리와 이성으로 신을 증명했으며, 맹목으로 흐르기 쉬운 신앙에 대해 이성적 사유의 중요함을 일깨웠다.




맛보기 3

짝사랑에 마음 태운

키르케고르

(S. A. Kierkegaard, 1813-1855)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나 스스로 원해서(?) 실연을 당했고, 이름난 작가가 되었다가 사회의 지도층 인사들과 끊임없는 논쟁에 휘말리면서 과로로 쓰러져 사망했음’, 키르케고르의 삶이다. 그는 엄청난 도덕적 갈등과 번뇌와 끝없는 자기반성으로 가득 찬 삶을 살았다. 자신의 집안 내력과 방탕했던 과거로 볼 때 순결하고 명랑한 약혼녀 올센과 결혼할 자격이 없다고 판단해, 그녀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는 ‘피나는 노력 끝에’ 파혼에 이른다. 키르케고르는 ‘개인의 주체성'을 강조하고 ‘신 앞에 선 단독자’로 살라고 외쳤다. 이는 주변 사람들과 환경을 탓하지 말고 '신이 나의 모든 행동과 말을 보고 있다'는 생각으로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라는 의미였다





<처음 읽는 서양 철학사>말 그대로 철학책을 처음 접하사람 쉽게 읽을 수 있 책이다. 첫 번째 만나는, 철학의 아버지 탈레스가 생각에 골몰해 길을 걷다가 웅덩이에 빠져 비웃음을 사는 이야기부터 긴장이 풀린다. '어라, 철학이 재미있네'라는 속엣저절로 나온다. 괴짜이거나 천재인 철학자들의 삶도 평범한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는 데에 친근감을 느낀. 철학자 40인을 만나는 길목에서 '이건 내 고민과 똑같아'라고 느껴지는 순간이 다. ' 나 자신이 문제일 뿐'(아우구스티누스)이라는 평범한 진리에 투덜거림을 멈추고 스스로를 돌아보다. ‘신이 나의 모든 행동과 말을 보고 있다는 생각으로 살아가라(키르케고르)는 문장에 정신이 번쩍 든다. 이렇게 내 가슴속 고민들을 철학자들의 삶 속에서 찾아가며 조금철(哲)이 들어가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모멸, 수치심을 일으키는 최악의 방아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