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나의 인생 어느 비평가의 유례없는 삶>
"당신은 대체 정체가 뭡니까? 폴란드 사람입니까, 독일 사람입니까, 아니면?" "아니면?"이라는 말은 제3의 출신지를 암시하는 것이리라. 나는 재빨리 대답했다. "절반은 폴란드인, 절반은 독일인, 그리고 온전한 유대인입니다." 그라스는 놀라는 눈치였지만 그래도 내 대답에 만족한 것 같았다. 아니 감탄한 게 분명했다. "그만, 됐습니다. 더 말씀하셨다가는 명답만 망가지겠어요." (p.11-12)
그러나 전혀 다른 또 하나의 요소도 내가 평론가로서 거둔 성공에 기여했을지 모른다. 주제넘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을 감수하고 여기에서 내 신념을 밝히고 싶다. 문학은 내 삶의 기쁨이다. 여러 작가와 작품에 대한 내 견해, 그리고 잘못되고 빗나간 것까지 포함하여 내가 내린 모든 평가들 속에 그 신념이 드러나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엔 문학에 대한 사랑, 때론 섬뜩할 정도의 이 열정이 평론가인 나로 하여금 비평 활동을 하게 하고 내 직분을 다하게 만들었다. 이따금 다른 이들이 나 개인을 봐줄 만한 사람으로 여기고 예외적인 경우에는 호감이 가는 사람으로까지 생각하는 것도 이 사랑 덕분일지 모른다. 아무리 되풀이해 말해도 지나치지 않은 말, 그것은 바로 문학에 대한 사랑 없이는 비평도 없다는 말이다.(p.3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