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한 파묵, 《내 이름은 빨강》, 민음사, 2019
<내 이름은 빨강>은 현대의 가장 독특한 작가 중 하나이자 최고의 소설가 파묵의 기억할 만한 성공작이다.
- <타임스>
"나는 지금 우물 바닥에 시체로 누워 있다. 마지막 숨을 쉰 지도 오래되었고 심장은 벌써 멈춰 버렸다. 그러나 나를 죽인 그 비열한 살인자 말고는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모른다."(p.13)
"그렇다면 빨강의 의미는 무엇인가?"
기억에 의지해 말을 그리는 세밀화가가 물었다. "색의 의미는 그것이 우리 앞에 있다는 뜻이며, 그것을 우리가 본다는 것을 뜻하지. 보이지 않는 사람에겐 빨강을 설명할 수 없네."
(...)
아름다운 그림의 검고 흰 부분을 나의 충만함과 힘 그리고 생동감으로 채우는 것은 너무나 기분 좋은 일이었다. 붓이 나를 종이에 퍼지게 할 때는 온몸이 근질거리듯 즐거웠다. 이렇게 내가 칠해지는 것은 마치 이 세상을 향해 "되라!" 라고 하자마자 세상이 온통 나의 핏빛 색으로 물드는 것과 같은 일이다. 나를 보지 않는 사람은 나를 부인하겠지만 나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 《내 이름은 빨강》 1, p.363